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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


Writer - shortskirtsandexplosions


역자 - dd (121.174.***.***)


트와일라잇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직도 마음 속에 미완성 마법 주문식이 맴돌았다. 친구들이 방문해줄때가 트와일라잇이 쉴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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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딱 질색이었다. 좀 더 따뜻하면 지금보다 더 집중할 수 있었다. 2시간 전 쯔음에 스파이크한테 커피 한 잔 좀 들고 오라고 시켰다. 도대체 어디 갔길래 지금까지 안 오는 걸까?


하품을 했다. 흐릿한 숫자와 기호들이 앞에 서리었다. 별로 좋지 못한 상황이다. 피곤함에 쩔어 눈을 끔벅거리면서도 먼지 쌓인 칠판을 이리저리 살피며 수학식들의 시작지점과 끝지점을 찾았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단 한 개도 못 마칠게 뻔했다.


날개를 꽉 접고 도서관 서재로 나아갔다. 황금 왕관은 둘째 치고, 날개는 정말 적응이 안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왕관은 별로 쓰기 싫으면 저리 치워두면 되니까 말이다. 왕관은 머리에 쓰고 있으면 이상하게 너무 무겁고 머리가 아팠다. 머리가 아플 땐 머리 두개골을 원없이 닦고 씻어봤으면 좋겠다. 이런 새벽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할 게 너무 많다. 생각할 게 너무 많다.


이 때 한 암말이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렸고 그 순간 마음이 놓였다.


“래리티!” 내 목소리에 래리티가 숨을 헐떡거리며 놀란 눈치를 지었다. 내가 놀래킨건가? “다시 돌아온거 축하해!”


“너.. 난지 알았어?” 래리티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래리티의 그림자가 창문 새벽 안개 사이로 움직였다. “아.. 다..당연히 누구인지 바로 알겠지.”


“왜 이리 오래 걸렸어?”


“흐으음?”


“오랫동안 없었잖아.”


“어.. 그게 그러니까..” 래리티가 가까이 다가왔다. 숨을 크게 들이 쉬었다. 래리티한테서 나던 향기가 나지 않았다. 향수를 뿌리지 않은 듯했다. 이상했다. “교양 있는 여성은 그러니까.. 분칠할 시간이 많이 필요해서 말이야..”


래리티의 말에 깔깔 웃고 말았다. 래리티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할 때 정말 귀여웠다. 그래도 나랑 만날 때 화장을 안하고 오는건 큰 일은 아니니까.. 뭐 상관은 없다. 이 망할 식들을 계속 붙잡고 있어야 하지만, 래리티의 목소리를 들을땐 정말 반가웠다.


“트와일라잇, 그래서 뭘 풀고 있는 건데?” 래리티가 목 쉰소리로 말했다.


“어..” 갑작스레 한기를 느꼈다. 앞다리로 분필 가루가 안 묻게 조심히 다른 다리를 비볐다. “이건 영리 가설 방정식이란거야. 들어봤어?”


“응? 생각해보니까..” 래리티는 잠시 말을 멈추고, 헛기침을 했다. “사실 내가 학창시절에는 패션이랑 미술을 하느라 수학은 항상 뒷전이었거든.”


“어차피 몰라도 괜찮아.” 대꾸했다. “이 식은 아직 풀리지 않았어.” 웃었다. “그러니까 아직까지 가설인거야.”


“그렇구나..” 래리티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매일 이것만 붙잡고 있는거야? 수학만?”


“그래, 그렇지 뭐..” 관자놀이를 발굽으로 문질렀다. 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래리티 앞에서는 예의를 갖추고 싶었다. “이제 내 책임이 필요한 일이 생겼으니까 이것도 좋은 시간 때우기겸 하는 거지.”


“무슨 책임?”


“어젯밤에 공주가 되었잖아. 까먹었나봐..?” 살짝 웃음끼를 보이면서도 몸은 떨고 있었다. 맙소사 여기 왜 이렇게 추운걸까. “이제 왕실 업무를 봐야하는데 이런 게 은근 내 머리를 맑게 해주거든. 머리를 좀 정리하고 싶을 때만 하는거지만. 수학식을 풀면 은근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는데, 별로 효과는.. 에엥..”


“트와일라잇, 시간이 별로 없어..”


“그래도 짬을 내서 여기 와줬잖아!” 웃었다. 순간 머리 속에 영감이 떠올랐다. 분필을 염력으로 들어 칠판에 식을 더 써냈다. 식이 더 복잡해지기만 해서 싫증이 났다. “에휴.. 이런 걸 도와달라고 하면 이기적인 거겠지? 네가 학창시절에 수학을 제대로 공부한 것도 아니였으니까..”


“트와일라잇.. 날 잠시만 봐줄래?”


“일단 이것만 풀고! 끝나면 패션 카탈로그나 정산하는거 도와줄게!” 무심결에 말을 뱉었다. “약속할게!”


갑자기 턱을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발굽이 느껴졌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래리티를 바라보았다.


래리티는 애써 웃음을 띄우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슬퍼보였다. 파란색 눈은 칠판의 하얀 글씨들을 춤추는 별마냥 비추며 광택을 냈다. “트와일라잇, 넌 정말 아름다운 포니야. 너한테 꼭 이 말 만큼은 해주고 싶었어..”


눈살을 찡그리며 쳐다보았다. 애써 웃었다. “그래? 래리티, 내가 아름다운건 네가 친구여서 그런거야.”


래리티는 기쁘게 미소를 띄웠다. 하지만 날카로운 다이아몬드가 찌르는 듯 슬퍼보이는 기색도 여전했다. 래리티는 내 턱을 어루만지며, 침을 삼키고 말했다. “트와일라잇, 언제나 내가 곁에 있을거야. 널 잊지 않을거야.” 래리티는 날 꼭 껴안았다.


그 잠시, 몸의 한기가 사라졌다.


“어.. 고마워, 래리티.” 래리티의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난 할 게 있어. 이걸 다 끝마칠 때 까진 난 절대 쉬지 않을거야. 진짜야.”


“트와일라잇, 열심히 해.” 래리티가 힘없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나도 응원할게.” 목소리가 떨렸다. 점점 목소리가 도서관 그림자 속으로 흐릿해졌다. “쉬고 싶으면, 부담 갖지 말고 쉬어.”


“응, 아 잠깐만,” 발굽을 뻗었다. 그러다 갑자기 어떤 생각이 내 머리를 지나갔다. 방금 칠판에 적었던 식을 지우고, 복합 알고리즘으로 메웠다. 그런 다음 전체 식과 이 알고리즘을 알맞도록 정리했다. 탄식이 터져나갔다. “이걸 안 끝내고 어떻게 잠을 자라는 거야! 잠에서 깨고 나면 어디서 시작해야 되는지도 모를 건데!”


“지금 뭘 풀고 있는 건데?” 케이던스 언니였다.


돌아서서 태양이 비추는 마당을 바라보았다. “어, 안녕, 케이던스 언니! 미안, 지금은 그 춤을 못 할 것 같아.” 눈을 찡그리고 다시 칠판을 보았다. “이 식이 더럽게 어렵단 말야.” 입을 발굽으로 막았다. 뺨에 붉은 선혈이 올라왔다. “아, 맞다, 참. 공주는 ‘더럽게’라는 말 하면 안되지?”


언니는 미소를 띄었다. 미묘하면서도 은은한 미소였다. 캔틀롯 장미 정원에서 걸어와 내 옆에 섰다. 갈기가 오후 햇빛을 받아 희미하게 빛났다. “아직 내 질문에 답을 안 해줬잖니. 왜 그리 바쁜거니?”


“아, 그러니까 이건 영리 가설 방정식이야.” 단조롭게 대꾸했다. “몰랐어? 이게 이퀘스트리아 수학사에서 풀리지 못하고 미스테리로 남은 수학식이야.”


“아, 기억났다.” 언니가 말했다. 언니는 가까이에 서서 어깨를 어루만져 주었다.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다른 이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는.”


“헤.. 다른 이름이 있었지 참..” 한기를 뿌리치고 언니한테 기댔다. 언니가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 와중에도 실망한 눈초리로 칠판 숫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원래는 스타 스월의 이름을 땄었거든. 처음으로 이 가설을 세웠던 명망깊은 마법사였으니까. 근데 안타까운건 스타 스월은 풀지 못했다는거야.”


“푸는 사람이 생각보다 영리하지 않았나 보네..” 언니는 눈꼬리를 올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지금은 영리한 애가 풀고 있나봐?”


그 말을 듣고 둘 다 웃었다. 찬 바람이 휘몰아 쳤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숨을 고르고 말했다. “스타 스월의 제자였던 영리한 클로버가 연구를 계속했어. 그래서 역사가들은 이 미완성 주문을 ‘영리 가설 방정식’이라 이름 붙이게 된거지.”


“트와일라잇, 방금 그거 농담이었는데.” 언니가 날 어루만지며 말했다. “어릴 때도 내가 항상 쉬어가면서 해야 된다고 말했잖니.”


웃으며 말했다. “그럴게. 약속할게. 그래도 이건-”


“그 식 꼭 풀어야 돼.”


“나도 알아, 하지만..” 한숨을 쉬었다. “지금 할 수 있는게 이거 밖에 없다고! 다할 때까진 잠도 못 이룰거야.”


언니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트와일라잇, 정 그렇게 원한다면 계속 해도 돼. 그냥 너무 무리하지 말란 말이야.”


“절대로 안 그럴게. 약속해.” 미소를 지었다. “우와, 언니. 지금 이 나이가 될 때까지도 내 뒤치다꺼리를 해줄려고 하네.”


“왜? 그럼 안돼?” 언니가 깔깔 웃었다. “으응?”


“그런건 아냐.” 한숨을 쉬었다. “그냥 이제 한 왕국의 공주님이니까 왠지 방해가 되기도 할 것 같아서.”


“트와일라잇, 그런 걱정 안해도 돼.” 언니가 발굽으로 내 갈기를 만지작거렸다. 이럴 때 보면 정말 친언니 같아서 무어라 말을 할 수 없었다. “이..이젠 그럴 수 없지만..” 갑작스레 목소리가 떨렸다. 언니도 몸을 떨고 있었다. 언니도 추운건가? “트와일라잇, 너랑 시간을 더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응? 날 더 보살폈으면 해서?”


“아니, 너랑 했던 것 전부 다.”


“근데 언니는 공주님이잖..”


“그 어떤 것도..” 언니가 날 노려보는 눈치였다. “그 어떤 것도 너랑 보냈던 시간과 바꿀 순 없어. 이 말을 꼭 하고 싶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언니를 보았다. “언니는 항상 내 옆에 있어줄 거잖아.” 미소를 지었다. “나도 언니 옆에 있어줄거야.”


“고마워, 트와일라잇.”


칠판으로 돌아보았다.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럼 왜 굳이 들른건데? 그 말 할려고?”


기척이 없었다.


암흑에 숫자 몇 개를 적었다. “언니?” 언니가 있던 오른쪽으로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있던건 해변을 넘실거리는 파도뿐이었다.


눈을 감고 다시 떠보았다. 이상했다. 왼쪽으로 돌아보았다. “샤이닝 오빠, 언니가 좀 이상한데?”


넘실거리는 파도 사이에 오빠가 서있었다. 멍하니 날 쳐다볼 뿐이었다. 근처에서 불어온 바닷바람이 오빠의 앞머리를 스치우며 바람과 함께 헤엄쳐온 바닷물이 발굽을 핥았다.


난처한 미소를 띄웠다. “저기요? 이퀘스트리아에서 BBBFF?” 웃음이 나오려는 걸 애써 참고 말했다. “혹시 고양이가 혀라도 깨물었어?” 갑작스레 추위를 느꼈다. “어우, 여기 정말 춥네! 뙤약볕에 있으니 좋지?”


오빠는 잠시 망설이다가 걸음을 옮겨 내 앞까지 걸어왔다. 오빠는 발굽을 뻗었다가 잠시 멈추었다. 꼭 날 만지면 안되는 듯한 눈치였다.


“트와일리.. 내.. 내가 보여?”


“으음.. 당연한 거 아냐?” 어깨를 으쓱했다. “오빠가 안 보여야 되는 마땅한 이유라도 있어?” 다시 칠판 쪽으로 돌아보았다. 저녁 햇빛 아래 칠판 나뭇기둥까지 파도가 와서 부딪히고 있었다. “어쨌든 이거 빨리 끝내야 돼. 안 그럼 잠도 못 잘..”


갑자기 뒷발이 걸렸다. 한 순간 칠판 위로 넘어질 뻔 했다. 뒷 쪽으로 돌아보았다. “오빠! 이게 무슨 짓이야!? 또 근위대원 동료끼리 술 퍼마신거야?”


“흑... 트와일리..” 오빠는 날 꼭 껴안고 등을 토닥거리며 훌쩍거렸다. “미안해.. 너무 보고 싶었어.. 다시는 못 볼까봐 무서웠어.. 근데 넌 여기 있었잖아! 널 만났어!”


“당근 난 여기 있겠지! 그럼 누구겠어?” 오빠를 꼭 껴안고,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뒤쪽에서 넘실거리며 춤을 추는 바다빛을 간직한 오빠의 눈, 그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내 발굽으로 닦았다. “나 체인질링같은 것도 아냐! 증명해볼께!” 오빠의 발굽을 잡아채서 맥박을 느끼도록 내 가슴에 올렸다. “나 오빠 동생 맞아. 사랑해, 샤이닝 오빠.” 윙크를 했다. “사령관님, 이제 마음 좀 놓아. 이러는게 부끄럽지도 않아?”


오빠는 날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다 히죽거리며 웃고 또 웃었다. 내가 이미 닦아준 뺨을 다시 발굽으로 씻어 내렸다. 오빠랑 난 그렇게 해변가에 석상마냥 서있었다. 입을 먼저 연건 오빠였다.


“마.. 마음 속에 담아 두었던 말이 너무 많아… 전엔 대화를 제대로 해볼 시간이 없었기도 했고.. 전엔..”


“뭘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지 모르겠네.” 다시 칠판 쪽으로 돌아보면서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내 진심 풀린다 싶으면 이 문제는 그냥 지워버릴거야.”


“으음.. 그거 호…혹시 클로버 이론 맞지?”


혀를 삐죽 내밀었다. “이론이라고? 아 좀!” 오빠를 멍하니 쳐다보다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니까 이게 오빠가 창과 방패에만 매진해야 하는 이유라고.” 칠판을 가리켰다. “클로버 가설 방정식은 증명되지 않았어. 물론 스타 스월이 논문이나 마법책등을 영리한 클로버에게 물려주긴 했지. 자신의 두개골과 뿔까지 남겨줬을 정도니 얼마나 기대를 걸었는지 상상도 못 할거야. 하지만 계속 실험을 해도 좀처럼 일정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았어. 그렇게 자존심을 차릴려고 같은 것만 계속 붙잡다가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


“트와일라잇, 근데 있잖아…” 오빠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수학이나 풀고 있을리가 없는데.. 뭔가 더 있어야하는데..” 오빠가 슬픈 표정으로 덧붙였다. “지금까지 이런 거나 한거야? 혹시 다른 거.. 그러니까 뭐 즐거운 거라던가..?”


“상관없어, 오빠!” 미소를 보냈다. “오빠가 여기 온 것만으로도 난 즐거워!”


오빠는 빤히 쳐다보다 미소를 지었다. 너무나 어색하고 쓴 미소였다. 하지만 다음 오빠의 말은 훨씬 고르고 편해보였다. “그래, 그래 그렇지.” 오빠는 침을 삼키며 말했다. “다음에도 널 볼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 네가 쭉 이런 식으로 가도록. 약속할게.”


“약속할 필요 없어, 오빠.” 오빠를 꼭 껴안고, 다시 한번 검은 판으로 눈길을 돌렸다. 싸늘한 날씨를 가까스로 견디며 하얀 선을 몇 개 더 그었다. “곤경에 처하면 언제나 내 옆에 있어줄 포니는 오빠뿐이니까.” 싸늘한 바람이 몰아 닥쳤다. 콧김을 순간 뱉어내었다.


“스파이크가 편지를 보냈었단다, 트와일라잇.” 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고은 목소리였다. “네 오빠는 계속 있고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가 없는 것 같구나. 그래도 널 항상 생각할거야.”


“셀레스티아 공주님!” 들고 있던 분필을 카펫 위로 내던지고 궁실로 마구 뛰쳐들어가서 공주님께 안겼다. 공주님도 목을 굽혀 날 어루만져 주셨다. “딱 제시간에 오셨네요! 수학 문제 푸는 것 좀 도와주셨으면 해서요!”


“혹시..” 공주님은 고개를 들어 다 아는 듯한 미소를 듬뿍 지었다. “클로버 가설 방정식, 맞지?”


“알고 있었어요?!?” 공주님의 말에 놀랐지만, 그 뒤 곧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뭐, 당연히 알고 계시겠네요. 마법학 역사에서 가장 수수께끼같은 미완성 가설이니까요!”


“좋은 쪽으로 말하면 그렇지, 트와일라잇.” 다시 고개를 돌려 칠판 쪽으로 걸어갔다. 공주님은 이런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계셨다. “스타 스월의 말년을 다 깎아 먹고, 영리한 클로버의 정신을 거의 앗아갈 뻔했지만 말이다.”


“생각해보니 궁금해지네요..” 중얼거리며 빈 공간에 숫자를 채워넣었다가 다시 지워버렸다. “공주님, 이렇게 오랜 세월을 사셨는데, 왜 직접 이 식을 풀지 않으셨나요? 네?” 짜증은 났지만 어떻게든 웃으며 칠판에 서걱서걱 써내려갔다. “보자마자 바로 풀어버리셨을 것 같은데!”


공주님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셨다. “나보단 그 마법의 특성을 훨씬 잘 이해하는 포니에게 맡겨두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단다.”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정말 아깝네요, 공주님.” 한숨을 내쉬고, 안개에 몸을 기대었다. “이 가설, 가능성이 정말 끝내주거든요! 진짜루요!” 꺄르르 웃다가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상상해보세요… 스타 스월이 마나 입자 안정화에 대해 증명할 방법이 있었더라면…”


“확실히 스타 스월의 생각이 급진적인 면이 많더구나..”


“만약에 누군가 마나 입자의 수학 응용식을 풀어내는데 성공한다면, 이걸 완벽하게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거잖아요!” 흥분에 겨워서 소리쳤다. “가설로 입각해볼 때, 극저온의 환경에서 잘 보존시킬 수만 있다면,  마나 입자로 유니콘 뿔의 섬유 내에 있는 기록들을 본떠올 수 있을거에요. 일전에 스타 스월은 유니콘의 뿔이 일생에 있어서 한 포니의 기억을 담아내는 장치라고 상정한 바 있어요. 그렇다는 건 기본적인 동기화 마법만으로도 유니콘부터 알리콘까지 이 기억 속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거잖아요. 환경이 안정적이기만 한다면, 거의 몇 달.. 몇 년.. 아니 몇 세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거죠!” 공주님께 고개를 돌려 흐뭇하게 웃었다. “스타 스월이랑 다시금 대화할 수 있다는 게 상상이 가세요? 거의 천년 전에 죽은 포니인데?”


공주님은 온화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트와일라잇. 놀랍구나.”


“그럼 왜 아직도 안하신건데요?” 심드렁한 소리를 내면서 칠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거 다 제가 생각해낸거에요!”


“트와일라잇..”


“진심 이걸 생각해내느라 미칠 지경이였다고요!”


“내 충실한 제자야..” 내 어깨를 어루만지는 공주님의 발굽은 폭신한 비단마냥 부드러웠다. 공주님이 또 나를 타이르기 전에 얼른 공주님께 돌아보았다. 눈 앞에 보이는 건 언제나 날 아끼는 듯한 미소였다. “아무래도 이젠 방정식에게도 쉴 시간을 줘야 할 것 같구나.”


“하지만… 아직..” 입술을 깨물었다. “제가 못 미더우세요, 공주님? 조금만 더 하면 이제 풀 수 있다고요! 진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식을 풀었을 때 그 파장을 생각해보세요..”


“트와일라잇..” 공주님의 뿔이 반짝였다. 내가 잡고 있던 분필을 짐짓 강제로 빼앗았다. 내 양어깨를 공주님이 발굽으로 잡았다. 짙은 어둠도 공주님의 밝은 미소에 물러나는 듯 했다. “이제 그만하자꾸나. 쉬렴..  편하게… 언젠가 네가 풀 수 있을거라고 난 믿고 있단다.. 지금은 푹 쉬렴..”


잠시 정면을 빤히 쳐다보았다. 칠판이 보이지 않았다. 딱히 상관하지 않았다. 입에서 하품이 나왔고, 눈꺼풀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하아암.. 알겠어요. 공주님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하품을 하며 공주님의 발굽을 어루만졌다. “공주님 말은 틀린 적이 없었잖아요..”


공주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공주님은 나를 마법으로 들어서 아름다운 이 방 제일 끝의 침대에 내려놓으셨다. 침대는 이미 정리정돈도 다 되어 있었고, 이불은 폭신폭신 따끈하기 그지없었다. 눈을 뜨기조차 힘들었다.


“방금은… 정말 추웠는데..” 하품을 하면서 중얼거렸다. 이미 창 밖은 어둠이 깔린지 오래였다. 공주님이 내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큰 배게 속에 날 파묻었다. 푹신푹신하다. “아침에도… 점심에도... “ 이빨을 바르르 떨며 몸을 떨었다. “스파이크한테 커피 좀 들고 오라고 시켰었어요. 지금까지 안 오고 어디 간 건지..”


“쉬이잇..” 침대가 움직이는 것 같았다. 구름송이에 비단같은 발굽이 내 뺨을 어루만지어 눈 앞에 그늘이 지는 듯 어둑해지고 있었다. “잠시 쉬는 거란다, 트와일라잇. 걱정하지마. 잠을 자야할 땐 자는거니까.”


“자는거니까..”


마음에 갑자기 놀라 눈을 떴다.


“자.. 잔다구요!”


공주님을 올려다보고 소리를 질렀다.


“셀레스티아 공주님!!!”

공주님이 여기서 뭐하시는거지?! 여기가 어디야?


“혹시 제가 알람을 놓친건가요!?” 다급한 마음에 이불을 박차고 나갈려고 하였다. “이런, 말도 안돼! 아침 수업! 시험 공부해야하는데! 약속했었는데!”


하지만 공주님은 다시 날 어루만지시며 큰 침대에 날 다시 눕히셨다. “공부는 이제 다했단다. 이제 서두르지 않아도 돼.” 보름달같은 공주님의 하얀색 몸은 도자기처럼 매끈했다. 지금 바깥은 밤인건가? 나 지금 궁전 안에 있는건가? 이럴수가 여기 정말 춥구나.


“너무.. 추워요..” 공주님이 덮어주시는 이불 아래 몸을 웅크렸다. “내가 어디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이빨을 바르르 떨었다. “두려워요…”


“뭐가 두려운거니, 내 제자야?”


몸이 떨렸다. 눈 앞에 보이는 건 어둠 뿐이었다. “모르겠어요..” 침을 삼키고 공주님을 올려다 보았다. “같이 있어주실 수 있나요, 공주님..?”


공주님은 미소를 띄우셨다. 공주님은 내 옆에 누워 날개로 날 감싸주셨다. 그 어떤 이불보다도 따뜻하였다. 웃으며 공주님께 기댔다.


“옛날에.. 제가 어렸을 때 처럼요..?” 어린애마냥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공주님?”


“왜 그러니, 트와일라잇?”


“제가.. 일어났을 때도.. 같이 있어주실 수 있나요? 느..늦잠자는 거에 공주님이 잔소리만 하지 않으신다면요..?”


공주님이 내게 기댔다. 날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네가 만족할 때 까지 난 여기 계속 있을거란다.”


“하핫.. 감사해요..”


공주님의 하얀색 몸을 꼭 껴안고 눈을 감았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편안했다. 정말 좋았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