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시발!”
평소 좋아하던 게임, 블루 아카이브를 플레이하고 있음에도 거친 욕설이 튀어나온다.
“어째 크리 리트 한 번을 못 통과하냐?”
이유는 간단했다.
이 겜이라고 부르기도 힘든 캐빨 전문 유사 어플이 일주일 동안 정신적 고문을 조지고도 내 티켓을 무참히 찢어 발겨버렸으니까.
그것도 하필 막 날, 세번째 입장권을!
‘하, 씹……내 시간. 내 노력.’
지금 쥐고 있던 폰이 벽에 처박혀 요절하지 않고 내 손에 그대로 잡혀 있는 이유는 오직 내 타고난 인품이 온화했기 때문이리라.
아직 남은 할부 약정 때문이거나.
[DEFEAT]
“하아.”
물론. 그렇다고 그냥 쳐다보고만 있어서야 속을 뒤집어 놓는 이 문구가 바뀔 리도 없지.
나는 계속해 시위하듯 떠 있는 확인 버튼을 누른 후 새로 나온 결과 화면을 캡처했다.
그렇게 찍힌 최종 등수는 200등 언저리.
블아를 즐기는 전체 유저 중 200번째쯤 된다는 이야기로서, 게임의 유저수가 3만 정도 된다는 걸 생각하면 제법 나쁘지 않을 기록일지 몰랐지만, 내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그냥 올리지 말고 탈갤할까?’
겜 외적으로, 내겐 격주마다 있는 이 컨텐츠와 관련된 작은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 잘못으로 시작된 건 아니었다.
‘왜 내가 거길 들어가서.’
게임을 하다 보면 찾게 되는 것이 관련 커뮤니티, 난 그중에서도 ‘보스전 갤러리’란 곳을 애용했는데 이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보통 게임 갤러리랑은 다르게 보갤은 똑같은 보상임에도 유관 무관을 주장하며 시즌마다 100위 안쪽을 목표로 하는 고이다 못해 썩어버린 극악무도한 악귀들의 쉼터였으니까.
물론 나는 그 정도는 아니고.
여러 사정상 이쪽에 떨어진 거였지만…….
-가라오케님 토먼트 좀 클리어해봐요
-2천위? 그 정도면 그냥 겜안분 아니냐?
[아이거등?]
-그럼 클 좀 해보세요. 이 꽉 물지 말고ㅋ
어쨌든, 나 역시 현질께나 한편에 만 등 밖 오줌통이던 적도 별로 없는 중견 유저.
매일 겜안분 허접 취급당할 수는 없었고.
[내가 그래도 세이아 베스트는 이길걸?]
그래서 말한 것이었다.
-???
-ㅋ? 세이아 베스트가 진짜 좆으로 보여?
-이새끼 드디어 미친거냐 ㅋㅋㅋ
-오늘 본 글 중에 제일 웃기네
[세이아 베스트 덤벼.]
[닉네임 꼭 세이아 벙어리로 바꿔줄게.]
-야 ‘가라오케’. 콜.
[-어?]
오산은 진짜 받을 줄 몰랐다는 거지.
‘아니 그래도 이길뻔했는데.’
물론. 직후 ‘세이아 베스트가 힘을 숨기니 만만하냐’는 반응이 이어져 그만두려 했지만.
-나 접는데 누구 계정 가시질?
[-나 줘]
ㄴ얘 줘라
ㄴ와 이 타이밍에 저걸 주워 먹네
슬금 내기를 백지로 돌리기 직전, 어느 고수(처녀, SSS급)가 접는다며 뿌린 계정 정보를 우연찮게 받아, 정말로 꽤 할만해 졌다.
[모의전 결과 올린다.]
-와 시발 가라오케 미쳤네ㅋㅋㅋ
-대황라욱! 대황라욱!
-숭배합니다 믿고 있었습니다.
-진짜 세이아 베스트 이기냐?
-아이디 받는거 반칙 아님?
ㄴ베스트 세이아님 그립습니다.
ㄴ(글쓴이)설정 가서 닉변경 연습이나 해
아니.
할 만해졌다고 생각했다.
-재미있어졌네.
-(글쓴이)...응?
ㄴ딱 기다려.
두두두두-
“애미뒤진새끼들아! 헬기 좀 그만 타라!”
이 불합리함에 처맞기 전까지는 말이지.
“아! 이 코드 버러지들아! 모의전에서는 잘만 됐는데 왜 실전만 들어가면 지랄인데!”
운빨 좆망겜인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단 한 번의 최상 결과에도 도달하지 못할 줄은.
게다가 며칠간 깔끔했던 초장과 다르게 오히려 더 낮은, 최악의 졸전만이 이어졌다.
억까도 이런 억까가 없었기에 사악한 총갤 악귀 놈들이 양도 계정인 척, 호구 공사한 거에 당한 게 아닌지 살짝 의심했을 정도다.
“아직 세이아 베스트는 없는 건가…….”
하지만 억울하다고 소리치며 후회하고 백지로 이미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흐른 상황.
한숨을 쉬며, 커뮤니티에 접속한 난 캡처한 사진과 함께 고생해준 학생들에 대한 덕담을 남겼다.
[제목 : 찢었다.]
[이 M 뒤진 년들이 내 티켓 찢었다고.]
띠링띠링.
즉시 울려 퍼지기 시작하는 무수한 알람.
-마지막까지 학생탓하는 인성
-막티켓 조졌넼ㅋㅋㅋㅋㅋㅋ
-세이아 베스트 200위 안쪽이던데?
-...지는거예요?
ㄴ‘이겨’
ㄴ잘가라 가라오케, 세이아 베스트가 없는 시대에 태어났을 뿐인 범부여….
-닉변 뭐로 하심?
ㄴ세베암노예가라오케
ㄴ추하게계정받고발린가라오케
“…….”
슬쩍 보니 역시나, 선량한 남의 고통을 즐기는 정신병자 소굴다운 댓글들이 줄줄이 이어져 대충 스크롤을 내리다 앱을 종료시켰다.
-패배 기념 야짤이나ㄱㄱ
눈에 밟힌 건 종료 전 스친 마지막 댓글.
“하아, 그럴까?”
패배 기념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았다.
확실히 기분이 영 좋지 않을 때는 좋아하는 캐릭터 그림에 집중하는 편이 좋았으니까.
다만 오해는 마라.
그저 정신을 돌리기 위함일 뿐.
이래 봬도 그림에 관한 애정은 진심이니.
‘뭐 스트레스가 조금 풀린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지만……계속 그리던 것도 있었고.’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친숙한 디지털 펜을 잡고는 이전에 했던 작업물을 불러왔다.
“역시 이럴 땐 마리지.”
피사체는 당연히 블아 차애 이오치 마리.
트리니티 학원의 ‘시스터 후드’에 속해 있는 학생으로서,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상반된 2차 창작 컨셉으로 꽤 인기인 학생이었다.
‘더럽히고 괴롭히는 맛이 있단 말이지.’
물론. 나 역시 그런 부분을 매우 좋아해, 이미 몇 장씩이나 그림을 그렸을 정도였고.
‘순수한 만큼 더럽힐 때마다 짜릿하거든.’
“마리야. 이마리야~ 흠흠♬”
그렇게 얼마나 펜을 잡았을까?
“……휴.”
기분 전환으로 시작한 거였는데 결과적으로 매우 좋은 선택으로 이어진 건지. 그림은 평소보다도 빠르고 만족스럽게 마무리되었다.
‘이걸로 완성……아니. 아직 아직이지.’
원래 창작물이란 누군가한테 보여줬을 때야 비로소 완성되는 법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럼 적당히 모자이크하고 올려볼까?”
오래간만에 잘 그려진 작품을 그대로 올릴 수 없다는 사실은 안타깝지만, 주 이용자층의 상태와 다르게 보갤은 전 연령이었다.
살색이 적나라한 이 그림을 그대로 올렸단 상주하는 알바가 발작하며 자를게 분명.
최악의 경우 피를 쏟는 스토킹 질을 시작하며 조금만 살색이 보여도 마구잡이로 칼질하다 스택이 쌓였단 핑계로 대충 이용자 정지 때리고는 쌀국수나 처먹으러 갈지 몰랐다.
그럴 바엔 처음부터 숙이고 가는 게 현명.
나는 대충 검게 칠해 ‘액세서리’ 주변의 가슴을 가리고서 다시 커뮤 앱을 켰다.
어? 근데 왜 위쪽만 지우냐고?
그건 괜찮아.
난 본 적 없는 건 안 그리는 주의거든.
띠링띠링-
“이야. 벌써 오네.”
꽤 늦은 새벽이었는데, 역시 출근을 새벽 4시에 게임켜서 하는 자들이 모인 곳이라 그런지 올리자마자 바로 입질이 온다.
-ㅇㄷ피어스 대충 지운거 뭐놐ㅋㅋ
-또 학대야?
-엠.
-아니 또라인가 목 졸린 흔적;
-마리 좀 그만 괴롭혀 이 쓰레기야!
-오늘부터 진짜 차단
-제발 죽어라 시발
-솔직히 좀 꼴
ㄴ님 메모했음...
-ㅂㅈ는 아직도 못 봄?
그렇게 확인한 댓글 창은 역시나 오래간만에 만족스러웠던 작품답게 칭찬 일색.
“어디 세이아 베스트 아직 안 왔고….”
뇌를 채워주는 쾌감에 만족하곤, 댓글을 달기 직전, 막 새로 고침을 누른 순간이었다.
-ㅋㅋ대단하다 진짜
그 댓글이 달린 것은.
“…이마리?”
이마리. 닉에서 예상할 수 있듯, 이오치 마리를 최애로서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오늘은 욕을 안 달았네?’
또 다른 특징은 상당한 애호파라는거고.
ㄴ엥?
ㄴ(마리가 따봉 하고 있는 콘)
“뭐야?”
일단 내가 ‘애호한’ 마리 그림에 절대 이런 댓글을 달아줄 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ㄴ내가 선물하나 남긴다. 방비 확인.
ㄴ(마리가 하트 내밀고 있는 콘)
“……선물?”
솔직히 진작에 차단했을 줄 알았는데.
무슨 심경의 변화인 걸까?
“차단 풀고 선물까지 줄 정도면 드디어 내가 이마리한테도 미학을 깨닫게 한 건가?”
잠깐 고민했지만 깊게는 생각지 않았다.
왜냐고?
내가 그린 그림을 보고 누군가의 성벽이 바뀐다면 그것만큼 꼴리는 게 또 없잖아요?
그야말로 창작자로서 자랑스러워할 업적!
“옵톡 링크네. 부거 코드라도 주려나?”
난 언제 스트레스받았냐는 듯 싱글벙글 웃으며 선물을 보기 위해 그 링크를 열었고.
그것이 내 마지막 기억이 되었다.
*
“……우웩.”
고작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이상을 느낄 수 있던 건 차오르는 불쾌감 때문이었다.
가슴이 따갑나 싶더니 목이 쓰라리고.
입술 주변은 점액질로 미끈거렸으며.
어쩐지 혀에서는 씁쓸한 신맛이 감돌았다.
고개를 내리자 보이는 건 내 책상 키보드가 아닌, 하얀 세면대에 받아진 깨끗한 물.
‘……차갑다.’
본능적으로 몸이 물을 원했기에, 한 움큼 떠 얼굴을 적시는 것으로 불쾌감을 가라앉히자 이번엔 둥실하고 위화감이 떠올라버린다.
‘욕실? 우리 집이 아닌데 여긴 어디지?’
내 손이 이렇게 작았나?
어쩐지 몸도 좀 이상한데?
마지막 기억은 분명.
‘분명 링크를 눌렀더니 번쩍해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 속에서 난 허리를 펴고 찬물을 끼얹진 얼굴을 들어 올렸고.
“……?”
품었던 모든 의문은 거기서 끝이 났다.
“마리……?”
세면대 위 거울에는 내가 아닌, 내가 잘 아는 어느 인물이 비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가 아는 원본보다 몸의 살집이 조금 있고 어쩐지 팔다리 같은 부분은 마른 데다가, 눈에 그늘 같은 것이 지긴 했지만…….
마치 지기 직전 가장 은은한 햇빛처럼 밝게 빛나는 오렌지빛 머리와 보석 같은 벽안.
머리 위로 빼꼼 드러난 뾰족한 동물 귀와 붕붕 떠 있는 초록색 헤일로의 형태는 내가 직전까지 그렸던 마리의 것임이 틀림없었다.
“이건 역시 꿈…….”
일리는 없었다는 사실은 지금도 얼굴에서 몸으로 흐르는 물방울들이 알려주고 있었다.
얼굴에서 목으로. 또 몸으로 스며들기 시작한 진짜보다 진짜 같은 이 촉촉한 감각이.
‘부정해봐야 의미도 없고 시간 낭비라면.’
내가 그렇게 천천히, 현재 일어난 이 상황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을 때였다.
“……어?”
새롭게 드러난 무언가가 눈에 들어온 건.
“시발? 이게 뭐야?”
거울에 비춰보기는 저건……거짓말이지?
“…….”
뻣뻣한 고개를 내려 아래쪽을 내려본다.
뚝뚝 떨어지고 있는 물방울에 촉촉하게 젖어, 살결에 달라붙기 시작한 옷이 보였다.
살결에 붙어.
안쪽까지 비치기 시작한 하얀 블라우스가.
“……애미.”
하고, 욕설을 뱉은 건 절대 부끄러움이나 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키보토스…원래의 마리에게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 나에게 붙어있었기 때문이었다.
은색으로 빛나는.
딱딱한 금속 재질의.
양쪽 가슴 돌기에 꼭 붙어있는 저건…….
“유, 유두 피ㅇ…….”
욱.
거기까지 말하자 다시 속이 나빠져 빠르게 입을 헹구고 황급히 욕실을 빠져나갔다.
“하아. 하아.”
내가 있는 곳은 4칸의 작은 방.
좋은 냄새. 아담한 디자인.
이곳이 아마도 마리의 기숙사일 거라는 생각이 스치기도 전에 난 황급히 옷장 옆에 있는 전신 거울로 이동하여 내 모습을 본다.
“설마……설마……아닐 거야.”
그리고.
제발 아니길 바라면서, 겉옷을 벗는다.
“아.”
그런 내 생각을 부정하듯 바로 보이는 파란 멍 자국과 선명한 손목에 감겼던 흔적.
‘그냥 마리도 아니고 설마…….’
현재 생각할 수 있는 최악.
내가 그리던 야짤 마리에게 빙의했다.
‘아냐. 이건 꿈일 거야.’
쾅!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는 사실에 뒷걸음질을 치다 뭔가를 밟고 굴러 옷장을 쳤다.
덩컹-
우르르-
그 충격으로 머리 위에 쏟아지는 마리의 로사리오나 액세서리, 일기 등이 담긴 상자-.
“……!”
그 모든 충격이 다시금 이것이 도망칠 수 없는 현실임을 일깨워주며.
“…….”
아마 마리가 다른 이들 몰래 숨겨둔 듯한 작고 길쭉한 플라스틱을 내 시야에 비췄다.
“……어?”
선명한 두 줄이 그려진,
그 작고도 큰 비밀을.
두근두근.
심장 소리가 커지고.
쿵-
“……!”
마치 모종의 극적인 효과처럼.
일순 무언가 내 배를 차는 느낌이 들었다.
깊은 안쪽, 확실한.
내부에서부터.
※작중 등장한 이름들은 현실과 관련없는 가상의 단체, 내기, 인물및 학생임을 알려드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술술읽히네 미친새낀가 진짜??????
와개잘쓰네
다음편은 세베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dc App
ㅅㅂ 미치겠네 이거 ㅋㅋㅋㅋㅋㅋ
미쳤어...?
광기 ㅅㅂ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