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아직 싱글넘버였던 시절 나는 케로로팡팡을 열성적으로 즐기던 푸르른 새싹같은 게이머였지

내가 대령 3호봉을 찍고 신나게 공방을 유린하던중 어떤 의문의 듀오에게 학살당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벽을 느끼고 말았다.

그들은 실력도 뛰어났지만 풍둔아가리술은 더욱 날카로웠고 판수충이니 물렙이니 캐쉬전사니 하는 그 말들은 나의 순수하고 여린 마음에 상처를 내기에 충분했지...

나는 눈물을 삼킨채 공방을 뒤로하고 협동전 솔로를 돌리기 위해 방을 만들었다. 그런데 정비를 마치고 보니 인원제한을 1로 바꾸는걸 깜빡했나? 누군가 로비에 들어와 있었어

그 놈의 캐릭터는 기본 캐릭터에 무기도 레벨업 보상 무기, 누가 봐도 초보자였다. 분명 다른 방에서 뉴비라고 강퇴당하는 것을 반복하다 여기에 들어왔겠지

나는 그냥 기분전환이 목표였기 때문에, 그 놈이 어떤 심정으로 쳤는지도 알 수 없는 안녕하세요! 라는 채팅을 무시한채 게임을 시작해버렸다

분명 쉽지 않은 난이도였지만 온갖 캐쉬템으로 무장한 나에게는 그닥 문제없이 클리어 할 수 있는 난이도였지만, 하지만 나를 따라온 녀석에게는 버겁기 그지없는 난이도였기에 계속 죽고 기다렸다 부활하고 죽고를 반복했어

뒤쳐지는 녀석을 기다리기 지루했던 나는 그냥 내 리스폰쿠폰을 사용해 부활시켜줬고, 아무 말 없이 따라오던 그녀석도 입을 열기 시작했지.

리스폰쿠폰 쓰면 오빠한테 혼나서 그냥 기다리고 있었다고, 계속 죽어서 미안하다고... 몇살이냐고 물어보는 그녀에게 나는 아홉살이라고 말했고, 그녀는 자기도 아홉살이라고 말했다.

항상 어른들 속에 둘러쌓여 욕을 들어가며 공방에서 구르던 나에게 같은 나이대 게이머와의 대화는 처음이었다, 왠지 기뻤다. 이 아이와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스테이지를 넘어가는 것도 잊은채 서툰 채팅으로 이야기를 나눴고, 시간이 다 지나가는것도 모른채 서로에 대해 알아갔어

우리는 그 이후로도 같이 협동전을 돌며 서로 함께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고, 나는 어느새 내가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매일같이 그녀와 같이 게임하는 시간만이 기다려졌고, 학교가 끝나면 양치부터 하기로 한 엄마와의 언약마저 내팽겨친채 컴퓨터 앞에 앉기만 생각했다.

그렇게 한달 두달,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일상의 균열은 항상 그랬듯 서서히... 눈치챘을 때에는 이미 늦을만큼 갑작스럽게 우리를 찾아왔다

어느날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