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님 연세가 어느새 80대 후반
외삼촌이 돌아가시고 혼자 사시는데 많이 힘들어 보이신다
내가 내 목표를 할머님을 위한 양 말했지만 곧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걸 감추지 못하고 여과없이 드러냈다
집에는 바퀴벌레가 죽어있는 게 그대로 있고 식기에도 붙어있다
엄마는 3년을 기다리라는 말을 남겨놓고 할머니를 혼자 살게 하고 있다
이번에 나혼자 올라왔지만 도무지 바퀴벌레 시체를 옆에 두고 잘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우울하고 괴로웠다
오늘은 분명 무난하고 쿨하고 내 자신에게 솔직함이 녹아있던 날이었는데
일을 해야 목적을 수행할 수 있는 것도 사실 거슬린다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무릎이 고정된 채로 잠들었는지 하루종일 쑤셨다
갈때 까지 갔나 보다 가끔 일할 때 무릎에 뭔가가 번지는 느낌도 종종 들었다
몸이 마모되고 있는 중에도 급여는 한달을 밀려 받는다
외할머님은 마음이 아프셔서 잘때도 신음소리를 내시고
나는 집을 청소할 힘이 없고 얼굴을 뵙고 대화를 2시간 했을 뿐
눈뜨면 집에 가기 바쁘며 무엇보다 옆에 바퀴벌레가 죽어있다
우울하다
엄마가 망하지 않았으면 외할머니를 좋은 곳에 모셨을텐데
외삼촌이 일찍 돌아가시지 않았으면 힘내서 같이 사셨을텐데
모두 어느샌가 죽으면 편하다고 하고 외할머님 곁을 떠났다
외할아버지와 외삼촌이 떠나고 혼자
나는 우울하다
가족들은 외할머님을 싫어한다
나도 오래된 구옥을 사서 집을 짓고 싶지만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외할머님은 아프시고 힘드신 거 같다
내 반응이 그걸 도모한 거 같다
애국가가 흘러나온 후 비프음이 티비에서 흘러나온다
나는 우울하고 졸립고 지치지만 옆의 바퀴벌레가 정신을 들게 해준다
내가 신축 아파트에도 살게끔 가족을 이사시켰지만
외할머님을 돌볼 여력이 되거나 책임이 있는 건 엄마가 분명한데
엄마는 망해서 재기중이고 그럼 또 난데 내가 막내인데 다들 나한테 왜그래
요
그래도 되요
나는 힘들면 일관둘거니까 그래도 되요
일터 보다는 우리 가족이 더 중요하고
우리 가족 보다는 평생 벌어먹을 내 몸이 더 중요하고
일이 힘들면 일 못하는 게 당연하고
안전하게 일해서 철거할 구옥사고
외할머님 집 지어드리고
엄마는 강제로 주말마다 들려서 할머님 돌보게 하고
머리가 아프지만
그래도 되요
우울하지만
그래도 되요
내가 전지전능한 신도 아니고
고작 사람이고 일터에서도 그닥 쓸모없는 축의 인간인데
내 몸 지키는 건 내가 알아서 하니까
알아서 스트레스관리 하고 알아서 벌어먹고 사니까
그래도 되는데
벌써 외할머님 연세가 89세 시고
오랜 만에 뵜더니 몸이 반쪽이 되셨다
다리 뼈도 젊을 적 다쳤던 곳이 돌아가려 한다 하시고
오늘 같은 날은 누나가 조금 밉다
남의 집에 1억 벌어줄 돈으로 집이나 같이 재건해주지 그랬어
1억 벌어주고도 애 낳아주고도 무릎연골 다닳고 또 일하라고 내보내는 집에서
그렇게 살거면 그냥 집에서 대우받고 공부해서 좋은 직장 다니고
똘똘 뭉쳐서 같이 집이나 재건하지 그랬어
외할머님은
누나가
형이
내가
엄마가
똑바로 못살아서
바퀴벌레랑 사신다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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