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제는 유연이가 실종되던 날 밤. 그날 거기에 있었음

얕은 비명소리와 형체를 봤을거고

사슴인가? 고라니? 에이설마 사람? 생각했지만

박정제 특유의 성격으로

몰라 아니겠지 귀찮음 + 남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음 으로 모른체 했을거임.


다음날 유연이 그렇게 되고 난걸 보고 미친듯이 불안했을거야

설마 그게 유연이었을까? 내가 갔으면 아무일 없었을까? 바로 신고했으면 잡았을까 등등. 걔네 엄마는 아무 소리도 못하게 했을거고(그날 거기 있었으니까)


그때부터 심약한 박정제는 이 상황자체를 '왜곡'하기 시작함


아니 그날 거기엔 사슴밖에 없었어. 똑똑히 봤어. 사람은 없었는데?

이 말이 성립하려면 유연이도 다른 곳에서 사라진거고 동식이도 늘 다니던 길목에 없었어야함


걔는 그래서 증언한거야. 동식이를 믿어서가 아님.

진짜 그날 거기 아무도 없었다니까? 동식이는 그 날 그 시간에 집에 안갔어. 왜냐면 그 길엔 나랑 사슴밖에 없었거든. 그러니까 동식이는 아니야

그 이후로 20년간 박정제는 그 날 본 사슴을 또렷하게 기억해내기 위해 주구장창 사슴만 그려. 분명 그날 사슴을 봤으니까.


'경찰' 박정제는 이동식이 의심스러워.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해. 그럴만도 한게 걔가 위증했다는건 동식이랑 본인밖에 모르잖아?

정말 동식이가 범인일지 모른다고 생각해.

근데 '인간' 박정제는 그게 아니거든

그날도 동식이가 아니니까 이번에도 아니여야해. 그래서 뒤늦게 가서 위증을 다시한번 해준거지.


박정제는 진범을 찾는것보다

그날 그시간 본인이 살릴수도 있었던 생명을 놓친거에 집착해. 그날 거기 없었어. 내가 유연이를 구할 수 있었을리 없어. 난 죄가 없어. 정말 아무도 없었어

인간 박정제는 그런 인간임


그리고 동식이도 뭔가 있다는건 아는것 같아.

날 믿어서? 웃기지마. 너도 나한테 어떤 부채감이 있구나. 넌 뭘 잘못했니? 서로가 서로를 의심함. 의뭉스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