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7시로 엠바고가 풀려 지금 단평을 씁니다.
잭 스나이더는 계속 코믹북 스타일에 심취해 있는 듯 합니다. 그게 [300]에서는 성공적이었고 [왓치맨]에서는 별로 였지만요. 그렇다면 이번 신작에서 그의 스타일은 어떤 결과를 냈을까요.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힌대로 프랭크 밀러의 [다크 나이트 리턴즈]를 비롯해 DC 코믹스를 많이 레퍼런스로 삼아 나름대로 저스티스리그의 프리퀄이 될 수 있도록 서사를 재조립하고, 8-90년대의 어둡고 음침한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려 노력합니다. 코믹스에 더 익숙하다거나 코믹북 스타일의 미쟝센이 마음에 든다면 흥미로울 겁니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처럼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려운 문제를 제시하며 대립각을 보여주고, 코믹스를 바탕으로 그 구도를 가져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자신 만의 정의를 관철하는 자경단과 신과 다름 없는 힘을 지닌 숭배 받는 존재와의 갈등은 분명 재미있어요. 분량이 많지 않지만, 원더우먼이라는 캐릭터를 등장시키거나 활용하는 방식도 짧고 굵게 보여줬고요.
이렇게 흥미로운 점이 많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 역시 극명합니다. 관객을 [맨 오브 스틸]을 미리 봤다고 전재하는건 그렇다쳐도 새로운 이벤트, 새로운 캐릭터를 터트리기에 150분은 너무 짧습니다. 스토리 전개가 갑작스레 밀려드는 정보량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지지부진해져요. 물론 이해가 가긴 합니다. 성공적으로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펼쳐 여유가 생긴 마블과 달리 DC의 영화는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을 빼면 악명만 잔뜩 남겼으니까요.
영화가 어깨에 지어야 할 짐이 너무 많은 걸 생각하면 그래도 이정도면 어디냐 싶기도 하지만. 이외에도 서사가 성긴 지점이 군데군데 드러납니다. 짧고 굵게 사라질 단역이긴 하지만 그 캐릭터가 왜 갑자기 그런 선택을 하는 지도 잘 제시가 안 되어 있고, 전반부의 중요 주제였던 자경단과 신적 존재의 대립이 어느 순간부터 결핍된 모성애의 갈구로 대체되는데 그리 성공적이진 않아요. 물론 원작 코믹스 자체가 히어로 내면의 어두운 지점들을 다 긁어모은 것이긴 했고 이미 해야 할 역할이 많은 상황에서 쉽지 않인 하지만, 좀 더 갈등 구도를 명확히 드러내면서도 여러 지점을 같이 보여줬으면하는 안타까움이 있죠.
이렇게 흥미로운 지점과 아쉬운 지점이 혼재된 작품이긴 하지만, 그간 지지부진 했던 DC 코믹스의 영상화 프로젝트를 본궤도에 올릴 수 있을 작품이긴 합니다. 나름대로 큰 야심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다만 이전의 영상화 프로젝트가 좋은 성과를 거뒀다면 지금처럼 쏟아지는 정보량은 좀 더 줄었을 거고, 조금은 더 원활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습니다.
추신. 아이맥스 가변 화면비의 작품입니다. 일부 시퀀스에서 위아래 블랙바가 사라지며 아이맥스 화면을 전부 사용해요.
추신2. 앞서 언급한 대로 [맨 오브 스틸]을 보셔야 이해가 되는 지점이 많습니다. 몇몇 시간대는 사실상 [맨 오브 스틸]의 후반부 시간대와 겹치기도 하서.
추신3. 한국 기준 15세 관람가에 맞춰 수위 조절이 되어 있긴 하지만, 여전히 어두운 부분이 많은 작품입니다. 아이들과 같이 보러간다면 약간 각오를 해두시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추신4. 마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모 작품이 그랬듯 원더우먼 말고도 다른 DC 히어로가 누가 등장할지 살짝 예고를 합니다. 뭐, 이미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긴 한데.
추신5. 쿠키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