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희가 연기한 사랑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요동치는 감정들이 켜켜이 쌓이고, 클라이맥스에 도달해 뒤를 돌아봤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되는 커다란 사랑이다. “처음에 숙희를 봤을 때 느낀 호기심, 골탕 먹이고 싶은 엉뚱한 감정, 미움, 사랑스러움, 귀여움 같은 것들이 점점 쌓이는 거예요. 이모부에게 길러지면서도 좋은 감정은 하나도 못 배운 여자가 그런 감정들을 차곡차곡 모아나가면서 어느 순간 그 복잡한 것들로 이뤄진 사랑을 깨달은 거죠.”

그렇게 쌓인 사랑을 먼저 꺼내는 것도 히데코다. “발을 주무르는 숙희를 내려다보면서 쌓인 감정을 확인해 보는 거죠. ‘이 아이도 나와 같은 감정일까?’하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확인하다가, 배신감이 드는 거죠. 정말 내가 결혼했으면 좋겠어?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