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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다)


<목소리의 형태>


예상보다 나빴다. 원작에서도 꺼림칙하게 느껴졌던 '어찌되었건 화해하면 좋지 아니한가'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영화가 원작을 한정된 시간안에 충실히 따라가려는데 급급한 게 훤히 보인다. 

씬들마다 감정은 흐르고 넘치는데 그게 연결이 안 된다. 원작을 보지 않았다면 감정선을 따라가는 것도 힘들었을 듯. 

그나마 원작에선 쇼코를 이지메 했던 인물들과 그외 조연들도 집중할 시간들이 있었지만 영화판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보니 결말이 아주 붕 떠 버렸다. 


원작과 계속 비교하는 건 미안하지만 영화가 원작을 옮기는 데 급급한데 어떡하랴. 원작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영화 제작 파트가 사라진 게 화해와 이해라는 주제를 전달하는 데 생각보다 큰 구멍이 된 듯 싶다. 

영화판에선 갈등과 해결만 있지 봉합의 과정이 제대로 없고 그걸 전달하는 게 영화 제작이었는데 그걸 대체할 수단을

찾지 못 해 어떻게든 감정을 흐르고 넘치게 만들다가 얼렁뚱땅 끝낸 느낌. 뭣보다 쇼코의 어머니의 비중이 적어진 게 

안타깝다. 굉장히 중요한 파트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제일 큰 거부감은 원작과는 상관없이 영화가 죽음이라는 소재를 거리낌없이 사용한다는 점이다. 

죽기 직전까지, 아니 죽을 때까지 가야 결국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걸까? 죽을 뻔 했다라는 상황이 쉽게 전달될 때

영화는 굉장히 잔인해진다. 난 이 영화가 꽤 잔인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원작도 마찬가지로) 

살아야 한다 혹은 살려야 한다 가 중요한 건 알겠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기에 영화는 이미 죽음의 이미지를 너무 많이

사용했다. 그러고 나서 (우연의 일치로 만나서) 서로를 이해했다고 말하는 클라이맥스 장면은 원작보다 더 부담스러웠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피곤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듯. 보면서 너무 피곤했다. 단순히 이지메라는 소재 때문이 아니라

씬이 담고 있는 감정과 상황이 무거운 것과는 반대로 영화는 그걸 최대한 가볍게 전달하려는 노력의 엇박자가 이어지기에

그랬다. 이게 만화와 영화의 매체 차이일까? 생각 좀 해봐야 할 듯.


사족으로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들을 보면 한국 영화들이 떠오른다. 둘 다 음악을 지독하게 못 쓴다. 

장면이 끝나기도 전에 음악이 먼저 울고 웃는 빈도가 많다. 

그리고 쿄애니의 작화는 참 대단하다. 어떤 원작을 끌어와도 쿄애니스러운 캐릭터로 보인다. 특히 우에노.




<에이리언 : 커버넌트> (스포일러 함유) 


예상대로 나왔고 기대보단 좋았다. 애시당초 기대치가 거의 없긴 했지만 그래도 돈 아깝진 않았다.

지금 떠도는 평들에 딱히 덧붙일 말은 많지 않다. 단지 스콧 영감이 나이가 먹을수록 예술가 병에 심하게 걸렸다는 게 걸린다.

영화에서 주구장창 떠드는 천지창조 이야기는 솔직히 하나도 흥미롭지 않았고 궁금하지도 않았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라는 선에서 허용될 만한 수준에서 그친다. 이걸 만들고 스콧이 자신이 정말 거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착각이나 하지 않으면 좋으련만. 스페이스 조키들의 절멸을 플래시백으로 보여줄 땐 좀 황당했다. 


데이빗이 이겼다는 게 마음이 안 든다. 솔직히 월터가 살아남는 게 더 흥미롭잖아? 재수없었다. 

그럴 거면 뭐하러 중간에 피리 부는 시퀀스를 그렇게 힘들게 찍었는지. 아깝다. 

디자인이 좋았다. 하얀 에이리언은 꽤 무서웠다. 역시 입이 없는 놈이 무서운 법. 

음악도 좋았다. 그러고보니 <프로메테우스>에서도 유일하게 좋았던 게 음악이었지. 

하지만 에이리언이 영화의 곁다리라는 느낌이 마음에 안 든다. 천지창조라는 주제에 구실을 주려는 

명분처럼 보인다. 개별 시퀀스들은 그럭저럭 좋았으나 긴장감으로 밀당하는 시퀀스가 딱히 없어서 

아쉬웠다. 서스펜스보단 서프라이즈가 주된 느낌. 


3편도 나오겠지. 근데 별로 안 궁금하다. 그냥 <글래디에이터> 같은 거나 만들어줬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