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놀란이 바닷가에서 강남스타일을 추고 끝나는 5분짜리 영상물에도 의미부여를 하며 4점 5점을 줄것같다. 위대하신 대영제국 영국군들이 전쟁터에서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영상물을 106분동안 봤는데 대단한 뭔가를 느끼기엔 너무 부족했다.


영화는 과하고 뜬금없는 교차편집을 남발한다. 바다에서 생존을 갈망하며 벌벌 떨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로 장면이 옮겨지며 전투기 슈팅게임을 보여준다. 어떻게 살아남을까를 고민하고있는데 장면이 바뀌면 적의 전투기를 격추시킬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언제 긴장을 해야되는지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되는지 편집이 아쉬웠다. 


인물들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어떤 뒷배경이 있는지 인물들간의 대사가 부족해서 이 인물들이 어떤 캐릭터인지 알수가 없다. 아무런 서사가 없고 스토리텔링도 없는 그냥 영상물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누군가 죽는 장면이 나와도 보는 이로 하여금 슬픔을 느낄만한 감정이입도 잘 안된다. 전투기에 폭격을 당했는데도 비명소리는 고요하고 잠잠하기만 해서 실제 전쟁의 공포심이나 잔혹함을 청각적으로도 느낄수 없었다.


고증에는 충실했는가? 그것도 아니다. 연합군 40만명의 군인들중 12만명의 프랑스군들도 포함되있었다는데 이들에 대한 묘사도 없고 우리에게 보이는건 오직 영국군들뿐이다. 병사들 수를 엑스트라를 쓰든 CG를 쓰든 어느정도는 규모를 늘렸어야 했다. 애초에 몇백명도 안되보이는, 대학교에서 바닷가로 MT왔다가 전쟁이 발발해서 배타고 도망가는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실제 이 철수작전의 스케일을 온전히 느낄수가 없었다.


이런 여러 문제로 영국군들에게 감정이입하기가 힘들었고 이 더운날에 그냥 저 시원한 바다에 빠져서 물놀이하고싶은 생각뿐이었다. 나에겐 특별할것없었던 인터스텔라도 대단하게 보이게 만드는 한스 짐머의 음악조차 이번에는 이 영화를 못살렸다. 어떤 장면에서 어떤 음악이 나와야 되는지를 망각한채 끊임없이 똑같은 스타일의 음악이 들리며 보이는 장면의 성격과는 완전히 따로 놀아서 굉장히 거슬리며 소음처럼 들린다. 영화가 끝날때 대놓고 들리는 '우리는 싸울것이다. 구세계를 지켜내고 대영제국은 승리할것이다' 소위 국뽕 나레이션 부분은 이 영화에 대한 나의 평점이 0에 수렴하게끔 만들었다.


영화시작 10분도 안되서 잠들어버린 옆에 아저씨와 영화 중간중간들리는 한숨소리, 한두명씩 나가기 시작하는 관객들, 영화관을 나오면서 웅성웅성거리며 불평을 토해내는 사람들을 봤다. 보기전에는 그래도 놀란인데 한스짐머음악빨로 평작쯤은 되겠지하며 3점 예상했었는데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놀란은 요즘 가장 잘나가고 실력있는 감독임에 틀림없지만 지나치게 편향된 관객들의 허영심의 대상이 되는걸보면 아쉽다.






예언: 크리스토퍼 놀란은 향후 10년간 아무것도아닌 평작만 만들어도 평론가들과 자칭 Cinephile들이 영화에 의미부여를 하며 대단한 주제를 어떻게든 찾아내고 분석하여 명작으로 취급해줄것이다. 놀란뿐만이 아니다. 한번 대박을 터뜨린 힘있고 유명한 감독에겐 아무리 망작을 만들어도 평론가는 동업자인 탓인지 비판을 삼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