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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가 잔뜩)


결론부터 말하자면 3부작 중 가장 심심했어.


심심하다고 느낀 이유는 무엇보다 액션이 가장 부족했기 때문이지. 이 140분에 달하는 장대한

서사에 초반과 마지막 전투씬을 제외하면 허접하기 짝이 없는 탈출시퀀스가 전부인데 

그 중요한 탈출 장면이 그렇게 허접하게 묘사된 건 솔직히 용서가 안 돼. 내가 1,2편을 재미있게 본

가장 큰 이유는 리부트 3부작의 특징인 의미화와 도식화와 역할놀이가 주는 무게감 때문이 아니라

그 속에서 펼쳐지는 액션과 속도감과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연출이 마음에 들어서였으니까.

1편에서의 동물원의 묘사와 2편에서의 코바와 시저의 대립구조가 주는 갈등을 떠올려보면 3편은 따분했어. 


사실 그런 따분함은 어느 정도 의도적이긴 해. 위에서 불평한 것처럼 각종 디테일과 액션 연출이 전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허접하게 보이는 건 시저의 갈등을 고뇌를 극대화하고 도식적인 캐릭터들의 의미화가 더 심해졌기 때문일 거야. 

예를 들면 노바 같은 캐릭터는 아예 서사에서 동떨어진 채 혼자 놀고 있잖아? 난 노바라는 캐릭터는 순전히 

고통받는 시저에게 물과 음식을 주는 그 장면의 극적인 효과를 노리기 위해 삽입된 거라고 생각해. 실제로 그 장면

이후에 노바는 아예 영화에서 거의 보이지도 않으니까. 우디 해럴슨이 분한 악당 캐릭터도 2편의 코바와 같은

악역에 비교하면 참 말이 많고 폼을 잡지. 어찌 보면 이 영화의 태도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을거야. 대령은 정말 수동적이거든.

악당 치고는 하는 게 별로 없어. 대령 역시 시저에게 의미부여하기 위해 서사에 종속된 캐릭터야. 대령 역시

몇몇 장면에서의 연출을 위해서만 존재할 뿐이지. 저 허접하게 묘사된 외양 좀 봐봐. 내가 가장 싫어하는 악당 중 하나인

검은 선글라스 끼고 똥폼 잡으면서 그럴 듯한 대사만 하는 악당. 


시저 역시 전편들에 비하면 하는 건 별로 없어. 시작은 흥미로웠지. 한 집단을 이끄는 리더가 사적복수를 하기 위해 

집단을 버리고 적지로 향한다는 설정은 좀 무리수 같았거든. 그 무리수를 용인하면 꽤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줄

알았는데 영화는 시저의 수난극처럼 흘러가더라고. 전통적인 비극의 주인공처럼 보인다고 할까. 코바의 망령이 

툭하면 나타나서 괴롭히는 환상은 노골적이지 그런 점에서. 수용소에 갇힌 후부터 시저는 오로지 고통을 견디면서

갈등할 뿐이야. 영화가 전체적으로 늘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런 수동적인 태도가 한몫 했겠지. 그리고 영화는

그 외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탈출시퀀스나 전투 시퀀스는 대충대충 묘사하니까 연출자의 의도에 맞춰 

감상한다면 감내해야 할 부분이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3편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그런 도식적인 기호들과 상징과 역할놀이가 

재미있었느냐 라고 묻는다면 딱히...라는 대답을 돌려주어야만 할 것 같아서지. 노바와 대령 같은 캐릭터들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행동을 할 지 똑똑한 요즘 관객들은 한눈에 알아볼텐데 그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연출이 흥미롭지 않다면 하품이 나올 수 밖에 없어. 특히 노바처럼 아예 서사에서 떨어진 캐릭터는 말이야.

그리고 정말 시저에게 극한의 고뇌와 고통스러운 선택지를 영화가 제시했느냐? 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시저의 내면과 고통을 극대화해서 연출해서 보여주었고 끝까지 증오를 버리지 못 해 대령을 찾아가게 한 연출과는

달리 의외로 시저는 그렇게 힘들게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이지 않아. 특히 대령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 같은 걸 보면 말이야.

그 장면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와 내용은 충분히 흥미롭고 나 역시 꽤 재미있게 봤지만 난 대령을 그렇게 측은지심하게

보이도록 묘사하면 안 됐다고 생각해. 시저가 증오에 사로잡혀 총을 쏘지 않은 계기에 알리바이만 덧붙여 주는 것 같단 말이지.

그런 점에서 당나귀 유인원이 처음에 시저가 살려보낸 군인을 죽이면서 시저를 살리는 장면도 솔직히 별로였어. 

영화는 그렇게 공들이고 희생하는 게 있으면서도 시저의 고뇌와 육체적 고통을 전시했지만 시저에게 정말 고통스러운

리더로서의 선택과 개인으로서의 선택지를 준 것 같진 않아. 


물론 좋았던 점도 있어. 난 눈사태로 인간 군대가 다 휩쓸리는 순간을 시저가 바라보는 장면이 꽤 재미있었어. 혹성탈출의

모든 걸 압축한 시퀀스처럼 보였다고 할까. 지들끼리 증오하면서 총질한 인간들은 자연의 분노 앞에서 무력하기만 할 뿐이며

서로 신뢰하고 하나로 뭉친 유인원들은 약속의 땅에 도착했답니다. 그리고 대령과 시저가 방에서 서로 대화하는 장면도

흥미로웠지. 대령이 시저에게 리더로서의 참교육을 시전하는 것처럼 보였거든 (넌 너무 감정적이야!). 물론 시저는 끝까지

감정적이여서 살아남았고 이성적이었던 대령과 인간은 결국 짐승같은 존재로 전락한다는 아이러니. 그리고 위에서 내가

비판했지만 시저가 대령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은 그 설정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었지. 바깥 전투와는 상관없이 서로만의 

대립이 형성된 방. 비극의 무대가 딱 마련된 것처럼 보여서 좋았어. 하지만 그 장면의 가능성을 최대로 살린 것 같진 않아서 아쉬워.


요약하자면 3부작 중에서 가장 심심했지만 그래도 시저라는 캐릭터를 퇴장시키는데에 힘을 들인 티가 나는 영화라서 

별로야! 라고 확언하기는 어려운 영화였어. 물론 아쉬움이 남는 마무리지만 이 정도면 나름 그럭저럭 했다고는 봐.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처음에 시저와 대령이 마주한 뒤 밧줄을 타고 바위 위로 올라가는 대령의 모습을 잡는 장면도 그럭저럭 

재미있었던 거 같아. 하지만 지금은 그런 연극적인 연출들이 오히려 너무 통제되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작게 만들고 

동시에 액션블록버스터로서의 가능성도 많이 버린 것 같아 아쉬워. 개인적으로 올 여름에 가장 기대했던 헐리우드 액션 영화라서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일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