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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시이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그의 대표작들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그리고 좀 더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경매장에서 본인 그림을 파괴한 사람.’, ‘기존 규범에 저항하는 그림을 그린 사람’ 정도로 알려져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가 예술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영향을 받아왔는지작품 세계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아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나도 뱅크시에 대해서는 그렇게 자세히는 알지 못했었고그저 미술에 관심이 많아 <뱅크시>를 골랐을 뿐이었다.

솔직히 초반에는 좀 지루했다영화는 뱅크시를 다루기에 앞서 1960~70년대에 태동한 그래피티와 스트리트 아트(거리 미술)의 역사와 파급력에 대해 설명한다조금이라도 이 쪽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흥미롭게 볼 수 있지만그래피티와 스트리트 아트에 전혀 흥미가 없다면 그저 EBS 다큐(물론 다큐멘터리 영화이긴 하지만)를 보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그러나 뱅크시가 어떤 사람문화작품에 영향을 받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은 흥미로웠다.

영화에서 인상적으로 봤던 부분은 뱅크시의 예술적 고민에 대한 이야기였다뱅크시는 소수의 엘리트가 아닌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스트리트 아트를 택했고작품을 돈으로만 보는 예술계를 비웃기 위해 낙찰된 본인 그림을 갈아버리는 기행을 저지른다하지만 기존 사회 규범에 저항하고 대중들을 위한 예술을 하려는 그의 의지와는 별개로그의 작품은 엘리트들이 소유하려고 하는 고급 수집품이자 작품의 내용에는 관심도 없고 오로지 경제적 가치만을 보고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핫한 제테크 수단이 되어버렸다물론 뱅크시의 작품은 여전히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지만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뱅크시의 명성은 그가 그토록 저항하던 부유하고 엘리트주의적인 예술계와 유명인사들에 의해 어느 정도 형성된 점이 있다서로 반대되는 가치를 추구하지만 상대방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구조에 갖힌 것이다뱅크시도 스스로 모순된 상황에 처해 있음을 알고 있기에앞으로 어떻게 창작을 해야 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뱅크시의 예술적 고민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배부른 소리하네.”였다본인이 원하는 작품을 마음대로 창작하고사회적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파하며부와 명예와 인기 모두를 갖춘 사람이 고민을 한다는 것이 꼭 기만처럼 들렸기 때문이다하지만 어찌보면 그런 고민이 있었기에 지금의 뱅크시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단순히 부와 명예를 바랐다면 그는 굳이 팔레스타인에 가서 위험을 무릅쓰고 작품을 그릴 필요가 없었다또한 기존에 잘 팔리던 그림 스타일을 이용해 계속해서 큰 돈을 벌 수도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뱅크시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어 했고여전히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예술가로 남고 싶었다하지만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뱅크시도 현실과는 어느 정도 타협할 수밖에 없었고이러다가 본인의 예술적 신념마저 타협할까봐 고민하게 된 것이다이런 점에서 어느 정도는 뱅크시의 고뇌를 이해할 수 있었다.

예술가를 꿈꾸는 내 입장에서 뱅크시는 모든 것을 성취한 위대한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다른 것을 떠나서 예술로 경제적 수익을 얻는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더더욱 뱅크시의 능력이 대단하게 보였다하지만 뱅크시의 예술적 고민은 예술가에게 있어 목표를 다 이룬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나도 지금은 내 작품으로 딱 굶어죽지 않을 만큼의 수익을 얻기만 해도 만족하리라 생각하지만그 목표를 이루고 난 뒤에는 더 큰 것을 갈망할 것이 뻔하다부와 명예을 얻고 뜻깊은 메시지까지 전파해 인류 역사에 흔적을 남긴다고 해도 계속해서 다른 목표를 성취하고 싶을 것이다하지만 결국 그러한 열망은 절대로 전부 채워질 수가 없다그렇다면 결국 에술은 덧없고 허무한 것에 불과할까뱅크시는 아니라고 말한다젊은 시절에 흰 벽에 그림을 거는 전시회는 절대 안 한다고 한 뱅크시는 나중에는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던 흰 벽에 자신들의 작품을 내건 전시회를 하게 된다어떻게 보면 자신의 예술적 신념을 꺾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하지만 그는 현실에 타협하는 스스로를 걱정하면서도 계속해서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린다어차피 끝까지 도달할 수 없는 목표라면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본인이 하고 싶은 예술을 계속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나는 이러한 뱅크시의 모습이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물론 나는 뱅크시에 비해서는 재능도노력도성과도 부족한 아마추어일 뿐이다하지만 스스로의 부족함에서 느껴지는 좌절감과 타협해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도계속 그림을 그리고 싶어한다그렇다면 목표를 이루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기보다는 그 시간에 좋아하는 것을 더 그리는 게 나을 것이다어쩌면 예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계속 창작해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평가: 3.5/5

 

[추천]

-그래피티스트리트 아트에 관심 있는 사람

-뱅크시와 그에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

-뱅크시라는 사람을 더 알고 싶어하는 사람

-미술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사람

 

[비추천]

-지루한 걸 못 참는 사람

-뱅크시그래피티스트리트 아트에 관심이 없는 사람

-화려한 볼거리를 좋아하는 사람


첫 영화 리뷰여서 발퀄인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