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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1960 ~ 1975) 당시 미국의 지원을 받은 남베트남 특수부대 레인저 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던 "응우옌 키우"는 일명 비밀 작전이라 부르는 라오스 내전(1959 ~ 1975)에 참전했다. 라오스 내전은 미국에게 우호적인 라오스 왕국(라오스 정부군)과 공산주의 국가인 베트남 민주공화국(북베트남)의 지원을 받는 파테 라오 군대 간에 싸움으로 알려졌으나 미군과 남베트남군 그리고 태국군 동맹군들이 라오스에까지 연결 된 북베트남군 물자 보급 기지를 공격하기 위해 들어와 싸우고 있었기 때문에 베트남 전쟁의 확장선이나 다름 없었던 것이다.

1969년 6월, 남베트남 군인 응우옌 키우는 라오스의 수도였던 비엔티안 거리를 둘러보던 중 외곽에 위치한 낡은 마을들까지 가게 되었고, 거기서 한 여성이 라오스 정부군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정부군들이 식량을 뺏어갈라하자 여자는 소리치며 힘없이 저항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응우옌 키우가 뛰어가 라오스 정부군들을 밀치며 도대체 뭐하는 짓이냐고 왜 여자를 괴롭히냐고 따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라오스군 장교가 유창한 베트남어로 우리가 공산주의 세력인 북베트남 놈들과 파테 라오들을 막아주고 있으니 당연히 국민들이 라오스 왕국 군대에게 감사하다는 표시로 식량 정도는 받쳐야 당연한거 아니냐고 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남베트남군은 라오스 왕국의 동맹군이니 자기들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순간 마을에서 식량을 강탈하고 있던 라오스 왕국 군인 6명 모두 총이 없는 것을 확인한 응우옌 키우는 총을 겨누며 당장 꺼지지 않으면 라오스 군부에 알려 일부 정부군 무리들이 무고한 시민을 괴롭힌다고 말하겠다고 협박하자 뚱뚱한 라오스 장교는 노려보며 언젠가 너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하며 돌아갔다.

그러나 라오스 여성은 고맙다고 인사하기는 커녕 오히려 도와준 응우옌 키우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왜 노려보냐고 따졌더니 남베트남군 역시 라오스 정부군들과 마찬가지로 미국 제국주의자들의 앞잡이라고 말하며 자기는 라오스 내전에서 오히려 공산주의 진영인 파테 라오 편이라고 소리치며 미국, 남베트남, 태국이 아름다운 라오스에 들어와 땅을 더럽히고 있다고 저주했다. 그러자 응우옌 키우는 북베트남군 역시 라오스 땅에 들어와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오스 여성은 한동안 말이 없었고 응우옌 키우와 라오스 여성의 말싸움이 이어지던 도중 한 몸이 불편한 노파가 나오더니 응우옌 키우에게 자기 딸이 무례하게 행동한거에 대해 용서해 달라고 했고 자기들을 보호해줘서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따뜻한 밥상까지 대령했다.

응우옌 키우는 그 이후에도 마을을 자주 방문하여 몸이 불편했던 노파도 돌봐주기도 했는데 그런 따뜻한 마음을 알아봤던 라오스 여성은 자신의 이름을 "민"이라 소개하며 남베트남군이었던 응우옌 키우에게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응우옌 키우가 여성의 집을 둘러보던 중 구석에서 빨간 것들이 보여서 꺼내보았더니 러시아어로 적힌 소련 시집들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 몸이 불편했던 노파는 병으로 죽게 되었고, 응우옌 키우는 노파의 장례를 도와줬는데 이것을 계기로 라오스 여성인 민은 그에게 호감을 느끼며 나중에는 좋아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면서 자기가 왜 공산주의 사상에 빠지게 되었는지 말해주었다.

물론 응우옌 키우는 공산주의 사상을 혐오했다. 그렇지만 민이라는 여성이 라오스에서 힘든 삶을 살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나서 공산주의에 빠지게 된 계기는 이해하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도한 공산주의자는 아니었다는 사실이었으며 예전에 내전에서 다친 라오스 정부군들이 마을에 들어오자 일부도 치료해 줬다는 것을 통해 알고보니 사상에 얽매이기 보다는 인간적인 면도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응우옌 키우와 민은 서로 깊은 교감을 이어나가게 되었는데 결국 라오스 내전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은 라오스 정부군이 패퇴하고 공산주의 진영인 파테 라오가 승기를 잡았다. 라오스 왕국은 몰락하였고, 파테 라오 군대가 거리를 행진하며 사람들의 환호를 받고 있었다. 라오스 인민 공화국이 세워지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응우옌 키우를 보지 못했던 민은 그의 생사가 궁금해져서 매일 밤마다 눈물을 흘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어느날 집 문을 누군가 두들길래 나가봤더니 응우옌 키우가 피투성이로 부상을 당한채로 민간인 복장을 하고 와있는 것이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자기가 있던 남베트남군 부대는 전부 전멸됬으며 혼자 살아남아 북베트남군이나 파테 라오의 눈을 피해 여기까지 도망왔다고 했다.

민은 얼른 그를 숨겨주고 몇일 동안 치료해줬는데 비록 라오스 내전에서 공산주의 세력인 파테 라오가 승리한 것은 기뻤지만 눈 앞에 있는 남베트남 군인이었던 응우옌 키우가 다쳐서 누워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팠다.

라오스 인민 공화국이 세워지고 나서 국민들의 사상 검증을 하기 위해 집에는 맨날 일주일에 4번 이상은 치안대가 찾아왔는데 그래서 응우옌 키우를 제일 눈에 안띄는 창고 같은 공간에 넣어두고 거기를 봉인하고 있다가 치안대가 떠난 것이 확인되면 다시 그를 꺼내었다.

그러나 응우옌 키우는 이렇게 자기를 계속 숨겨주면 민까지 위험에 처해질게 뻔하기 때문에 불구가 된 몸을 겨우 지탱하여 라오스 인민공화국이 운영하는 수용소로 향하게 한다.

잠시 장을 보러 밖에 나갔다 온 민이 집안을 둘러보며 응우옌 키우 이름을 계속 불러봤지만 대답이 없자 털썩 주저 앉아 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