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단시간에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믿게 할 수 있을까? 이거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어릴때부터 날씨에 미쳐있었던 오빠는 비가오면 양동이를 들고나가 빗물을 받곤 했다. 그 비의 양을 계산해 작년에 측정한 양과 비교하는 것이 오빠의 즐거움이었다. 벼락이 칠때 산위에 설치한 피뢰침을 관찰하러 가자고 나를 조르는 짓도 서슴지않았다.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를 졸업해 미국 유학까지 전액 장학금을 받고 온 그는 기상청에서 근무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슈퍼컴퓨터와 함께 날씨를 분석하는 그였지만 기상뉴스만 봐도 알수 있듯 성과는 좋지 않았다. 기상청에 근무하면서 그의 어렸을 적 천재성은 잊혀져갔다.


나는 기상캐스터였다. 기상청의 낮은 예측률로 기상뉴스 시청률은 오로지 기상캐스터의 몸매와 패션에 의지했기에 나는 매일 적게 먹고 운동을 해야 했다.


어쨌든 대한민국에서 받는 월급만큼 가치있는 일을 하는 직장인은 많지가 않다....


오빠가 러시아 정부에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건 3시간 전이었다. 처음에는 보이스피싱인 줄 알았지만 정말 오빠의 목소리가 맞았고 조직은 돈이 아니라 내가 오빠가 시키는 대로 행동할 것을 요구했다.


그렇게 러시아 비밀요원, 오빠, 나 3명이 대면했고 카페주인은 가게 문을 닫고 밖에 서있어야 했던 것이다. 어디 다친데는 없어 보였던 오빠는 사진을 꺼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오빠 말은 이랬다. 전세계의 날씨는 미국에 의해 조작된 것이라고 말이다. 소련과 냉전일때부터 미국은 사막에 위장용 천을 깔아놓고 온갖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기상조작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강수량과 일조량은 선진국일수록 좋다는 거다. 다같이 좋으면 안되나?


오빠는 또 설명했다. 강수량은 정해진 양이 있어서 그 이상 내리면 지구 균형이 깨진다고 했다. 우리나라 정부와 날씨협정을 맺어 미국은 우리나라의 사계절을 보장해 줬다는 거다. 그 사실은 러시아 정부는 몰랐지만 오빠가 알린 것이다. 하긴 러시아가 춥긴 추웠지...


양치기 소년을 아는가? 평소에 거짓말을 자주 해 신뢰가 떨어진 양치기소년이 뭔말을 해도 이제 사람들이 믿지 않는다는 이야기 말이다.


오빠는 날더러 예보를 하라고 했다.


24시간후 서울에 거대한 토네이도가 오니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실수로 거대한 토네이도를 만들어 우리나라에게 날렸는데, 이미 만들어진 태풍은 없앨수 없다고 했다.


어제 내가 예보한 내용에 따르면 서울 날씨는 일주일 내내 화창하다고 했다. 아아 기상청! 기상청 운동회에는 비가 온다고 했던 기상청. 기상청의 존재 목적은 진짜 날씨와 멀게 예보하는 거였다.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미국 정부로부터 압박을 받은 우리나라 정부는 토네이도를 은폐하기로 결정했고 오빠는 그에 반발한 기상청 직원들 중 하나였던 것이다.


내가 고개를 가로젓자 러시아 요원은 오빠 머리에 총구를 겨누며 말했다.


생방송 중 홀딱 벗고서라도 예보하라고 말이다.


그렇게 하면 미쳤다고 더 안믿어줄걸요...


나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사이비 종교가 있다. 편의점만큼 교회첨탑이 많다고 하니 말 다했다.


난 그 사이비 종교를 이용하자고 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교주가 시키면 죽은 척도 한다는거다. 그런 실행력을 가진 그들이 동시에 대피하라고 하면 사람들은 말을 듣지 않을까? 생각보다 오빠와 러시아요원은 내 말을 진지하게 들었다.


그렇게 찾아간 사이비종교 교주들은 생각보다 훨씬 미친 사람들이었다.


첫번째 찾아간 종교 교주는 자신의 연설이 끝나는 타이밍에 토네이도가 부는 걸 연출하고 싶어했고


두번째 찾아간 종교 교주는 자기 손끝에서 토네이도가 자기 힘으로 사라지는 걸 연출하고 싶어했다.


어쨌든 사이비 교주들이 사기꾼이라는 건 명백했지만 다행인건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대피시키는 데는 앞다퉈서 동의해주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곧 연설방송으로 전국의 교우들에게 지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내가 생방송으로 토네이도가 올것이라고 예정에 없는 멘트를 하고, 회사에서 쫓겨났을때는 이미 전광판으로 서울의 인구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난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


사이비 종교 신자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꽁꽁 묶어 대피시키고 있는 상황을 속보로 볼 수 있었다.



토네이도는 정말 찾아왔고 생각보다 훨씬 강력했다. 63빌딩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서울 강남은 허허벌판이 되었으나 다친사람은 정말 기적처럼 하나도 없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로 사이비교주들이 떠올랐는데


난 사실 사이비 교주들에게 토네이도가 온다는 사실을 알릴때 녹음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걸로 그들이 토네이도가 오는 타이밍을 이용해 메시아로 연출하려고 했던 사기극을 폭로해버릴거라고 협박해서, 엄청난 토네이도를 이용해 그들이 위세를 떨치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녹음파일을 러시아에게 넘겼다


미국의 기상조작기술 기밀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이제 덜 뚜렷해지게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