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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 후반부가 판타지가 되어버려서 너무 아쉽다.


내가 그래도 언어철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무슨 삼체마냥 그냥 대충 신호 교신만 하면 자동으로 언어 번역되는 양 그렇게 묘사하지 않을까 하고

외계인과의 소통을 어떻게 그릴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봤었음.


그래도 전반부는 상황과 시각정보의 대조를 통해서 서로의 단어, 의미를 점진적으로 배워가면서 

언어를 학습하는 과정이 굉장히 설득력 있게 잘 묘사되었다고 생각함.

언어철학에서도 이러한 공통 감각과 이러한 공통감각이 우리가 보는 것과 비슷하게 상대방도 바라볼 것이라고 하는 믿음이

서로 간의 언어 성립의 기본 조건으로 전제되거든.


특히 초반부에 흑인 대령이 대충 음성파형만 갖다주면서 이거 분석해봐라 했는데

주인공은 그거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아 이 작가가 뭘 아는 사람이구나 생각이 들었음.


근데 중반부에 갑자기 언어가 인간의 사고를 결정한다는 사피어-워프 가설이 설명되더니

영화 장르가 SF에서 판타지로 변하기 시작함.


사피어-워프 가설은 과거에는 한동안 설득력 있는 가설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의미있는 가설이 아니고

일정부분 언어가 사고에 영향을 끼치더라도 오히려 반대로 우리의 사고가 언어에 끼치는 영향이 많다는 것이 주류 입장에 가깝거든.


어쨌든 사피어-워프 가설이 언급된 그 순간에 모든 핍진성이 사라져버리고

갑자기 외계인의 언어, 단어를 외웠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갑자기 주인공이 미래를 볼 수 있게 되었다면서


이 설정 하나로 모든 갈등을 그냥 다 해결해버리는데

이전까지 쌓아두었던 긴장감이 그냥 이 설정 하나만으로 아무 설득력 없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끝나버림


전반부 외계인과의 접촉 과정은 진짜로 만약 외계인을 만나면 저런 식으로 소통하겠다 싶을 정도로 상당히 몰입감이 높았는데

이렇게 결말부에서 갑자기 힘이 확 빠져버려서 솔직히 좋은 평가를 주기는 어려운 것 같다.....


실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