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 미소녀 게임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남주인공이 좋아하는 작가에게 답장이 올 거라곤 1도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장문의 팬레터를 정성스럽게 쓰는 걸 보면서,
“어? 그러고 보니 나도 얼마 전에 비슷한 일을 했었네…”
라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저도 영화를 두 번이나 보고, 원작까지 사서 읽었는데도,
끝끝내 이해할 수 없던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결국 감독님께 기대1도 안하면서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놓고 그동안 잊고 있었습니다.
제가 가졌던 의문은 바로 이거였습니다.
원작에선 그냥 A였는데, 왜 영화에선 A, 혹은 인간으로 표현됐을까?
겉으로 보면 그냥 한 문장 추가된 것 같지만, 사실 의미가 완전히 달라져 버리는 부분이었거든요.
우선 원작을 잠깐 짚어보면, 루카 선배가 데뷔할 때 이런 설명이 나옵니다.
소속사 입장에서는 키워놓은 탤런트들이 사생활 문제로 자꾸 상품가치를 떨어뜨리니까… 결국 관객들이 깨닫게 되죠.
“뭐야? 우리랑 다를 게 없는, 그냥 같은 인간이잖아. 오히려 인성은 우리보다 더 바닥일지도 몰라.”
그래서 루카 선배에게 요구한 게 바로 인간성의 철저한 배제.
같은 인간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신성함이었고,
본명조차 숨긴 채 단지 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이 설명이 통째로 사라지고, 대신 “A, 혹은 인간” 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처음엔 단순히 설명이 너무 길어서 뺀 건가 싶었지만, 동시에 “이거 엄청 중요한 설정 아닌가? 영화만 보면 이해 못할 텐데…”라는 의문이 계속 남았어요.
그래서 결국 감독님께 직접 편지를 보내놓고 까먹고 있던 거,
미소녀 게임하다가 생각난 김에 잠깐 확인하러 갔더니 정말 놀랍게도 답장이 와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영화를 두 번이나 극장에서 관람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에게 제 영화가 닿았다는 사실이 무척 기쁩니다.
“A”에 관한 답변인데요, 원작 만화는 약 20년 전의 작품이라,
당시 사회는 신비성이 요구되는 시대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작이 발표된 때로부터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의 일본은 ‘오시카츠(推し活)’라고 해서,
가수나 아이돌을 신성한 존재라기보다 마스코트처럼 더 가볍고
캐주얼하게 소비하고 싶어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영화에선 신성한 존재로 설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답이 됩니다.
그리고 일본에는 “밴드 이름이 너무 길어서 이게 곡 제목인지
밴드 이름인지 알 수 없다”라는 ‘알아알아(あるある)’가 있습니다.
그 요소도 덧붙였습니다.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감독님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 20년 전에는 루카 선배에게 신비함을 요구해야하는 시대였지만,
지금은 ‘오시카츠’ 문화처럼 더 친근하고 가볍게 소비되는 시대라서, 일부러 신성함을 빼버렸다.
+ 그래서 영화에서는 “A, 혹은 인간”이라는 식으로 바뀌었다.
+ 거기에 일본식 밈 요소도 살짝 더했다.
…라는 답변이었어요.
결국 제가 막혀 있던 궁금증이 시원하게 풀리더군요.
혹시 저처럼 이 부분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분들이 계셨다면, 이번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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