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얼굴〉 속 박정민의 어머니가 겪는 운명은, 내가 유관순을 떠올린 이유와 정확히 겹친다.

그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가 만든 얼굴이기 때문이다.

일제시대에 우리가 독립하지 못했다면, 유관순은 지금의 ‘위대한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못생긴 괴물, 이상한 소문을 퍼뜨린 위험한 여자, 질서를 어지럽힌 미친 아이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역사는 늘 이긴 자의 언어로 얼굴을 다시 그린다.

영화 *〈얼굴〉*이 보여주는 시대 역시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나라가 부흥하고, 사람들은 바쁘게 살아가며, 모든 것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서는 힘 있는 자가 모든 것을 독점하고,

부조리와 폭력은 “모른 척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던 시기다.

그 시대에서 진실을 말하는 얼굴은 언제나 추하다.

질서를 위협하고, 분위기를 망치며, 설명하기 귀찮은 존재가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얼굴에 괴물이라는 가면을 씌운다.

살아남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안락함을 지키기 위해서.

유관순도, 영화 속 박정민의 어머니도

실제로는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다.

다만 침묵하지 않았고, 고개를 숙이지 않았고,

그래서 시대가 그들을 괴물로 만들어버렸을 뿐이다.

그래서 박정민의 얼굴을 보며 유관순이 떠오른다.

그 얼굴에는 연기 이전에

억울하게 짓눌린 시대의 표정,

그리고 “만약 역사가 달랐다면 이렇게 불렸을 사람들”의 그림자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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