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문학 강의’의 저자 이현우(필명 로쟈) 문학평론가는 “2004년 김기덕 감독은 러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이었다. 대중과 평단이 모두 높이 평가했고, TV에선 그의 영화를 연속 방영했다. 김기덕 영화제도 열렸고, 박사학위 논문도 여러 편 나왔다”고 했다. 

당시 러시아에선 김 감독이 라스 폰 트리에, 왕카이웨이(王凱韋), 허우샤오셴(侯孝賢) 등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거장 감독과 비슷한 대우를 받았다.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톨로무쇼바씨에게 구 소련권 국가의 영화계와 관객들이 김기덕 감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김 감독은 구 소련권에서 아주 광범위하게 인기를 얻었다”며 “영화계에 친구도 매우 많다”고 했다. 

그의 영화가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선 “(경제적·사회적으로) 어려웠지만 낭만적(romantic)이었던 90년대를 상기시킨다”며 “그 낭만이란 건 엄혹한 낭만(tough romance)이다”라고 설명했다. 

이현우 평론가는 “러시아에서는 김 감독이 추방자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 감독으로 평가받는다”며 “극단적인 걸 선호하는 러시아의 대중적인 정서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폭력과 부조리를 많이 다루는 러시아 예술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이 비슷한 성향의 김 감독 영화를 자연스레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크다.


주라트비아 한국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내가 아는 한 러시아 영화 감독은 김 감독의 영화가 러시아인의 사고 방식과 정서를 너무나 흡사하게 반영한다고 했다. 그의 영화철학이 러시아인의 심성을 자극한다. 김기덕의 전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