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조선.
가난한 농촌 청년 허숭(허승)은 독립운동과 민족의식을 중시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다.
허숭은 서울로 올라와 극빈 생활 속에서 공부한다.
교회 일을 하며 숙식을 해결하고 남의 집 문간방을 전전한다.
그는 도시 상류층에게 촌놈 취급을 당하면서도 악착같이 공부해
일본 유학과 고등고시를 거쳐 변호사가 된다.
조선 사회에서 거의 불가능한 신분 상승을 이뤄낸 것이다.
그러던 중 몰락한 양반 윤참판 집안과 인연을 맺는다.
윤참판 집은 체면만 남은 구양반 가문이다.
딸 윤정선은 도시적 감각과 근대 취향을 가진 신여성이다. 세련되고 교양 있지만 속으로는 계급의식이 강하다. 처음 그녀는 허숭을 은근히 멸시한다.
성공은 했지만 결국 시골 냄새 나는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윤참판은 빚 문제 해결을 위해 결국 정선을 허숭과 결혼시킨다.
겉보기엔 성공한 결혼이지만 사실 사랑보다는 거래와 이해관계에 가까운 혼인이다. 처음부터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세계의 인간이다.
결혼 후 갈등은 점점 심해진다.
정선은 도시 상류층의 안정된 생활과 세련된 사교를 원한다.
하지만 허숭은 변호사로 돈 버는 일에 거의 관심이 없다.
그는 농민들의 억울한 사건을 맡다가 점점 농촌계몽운동에 빠져든다.
농민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협동조합을 만들고 자립을 강조한다. 그는 단순한 소송으로는 조선이 살아날 수 없다고 믿는다.
그렇게 허숭은 정선은 대리고 시골로 내려간다
하지만 농촌 현실은 그의 이상처럼 순수하지 않다.
사람들은 무지하고 쉽게 속으며 서로를 시기한다. 술과 도박에 빠지고 눈앞의 이익 때문에 공동체를 배신한다.
어떤 농민들은 허숭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의심한다. 도움을 받아놓고도 등을 돌린다.
작품 속 농촌은 민족주의적 이상향이 아니라, 식민지 현실 속에서 피폐해진 인간 군상에 가깝다.
허숭은 그런 추함까지 끌어안으려 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점점 독선적이 된다.
자신의 이상을 절대시하고 타인에게 희생을 요구한다. 김기영의 연출 속 허숭은 성인군자라기보다 강박적인 신념에 사로잡힌 남자처럼 보인다.
한편 정선은 점점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ul style="list-style- outside; list-style-type: disc;"><li style="font-width: normal; font-size: 20px; line-height: normal; font-family: "Times New Roman"; font-size-adjust: none; font-kerning: auto; font-variant-alternates: normal; font-variant-ligatures: normal; font-variant-numeric: normal; font-variant-east-asian: normal; font-variant- normal; font-feature-settings: normal; font-optical-sizing: auto; font-variation-settings: normal; -webkit-text-stroke-color: rgb(0, 0, 0);">어렵게 성공해놓고 돈을 벌지 않고</li><li style="font-width: normal; font-size: 20px; line-height: normal; font-family: "Times New Roman"; font-size-adjust: none; font-kerning: auto; font-variant-alternates: normal; font-variant-ligatures: normal; font-variant-numeric: normal; font-variant-east-asian: normal; font-variant- normal; font-feature-settings: normal; font-optical-sizing: auto; font-variation-settings: normal; -webkit-text-stroke-color: rgb(0, 0, 0);">집안보다 농민들을 우선하며</li><li style="font-width: normal; font-size: 20px; line-height: normal; font-family: "Times New Roman"; font-size-adjust: none; font-kerning: auto; font-variant-alternates: normal; font-variant-ligatures: normal; font-variant-numeric: normal; font-variant-east-asian: normal; font-variant- normal; font-feature-settings: normal; font-optical-sizing: auto; font-variation-settings: normal; -webkit-text-stroke-color: rgb(0, 0, 0);">시골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려 하고</li><li style="font-width: normal; font-size: 20px; line-height: normal; font-family: "Times New Roman"; font-size-adjust: none; font-kerning: auto; font-variant-alternates: normal; font-variant-ligatures: normal; font-variant-numeric: normal; font-variant-east-asian: normal; font-variant- normal; font-feature-settings: normal; font-optical-sizing: auto; font-variation-settings: normal; -webkit-text-stroke-color: rgb(0, 0, 0);">아내를 방치하기 때문이다.</li></ul>그녀는 남편의 세계를 촌스럽고 비현실적이라고 느낀다.
이때 정선의 옛 연인 김갑진이 다시 나타난다.
갑진은 허숭과 정반대다. 세속적이고 능글맞고 현실 감각이 뛰어나다.
그는 일본식 근대에 잘 적응한 인간이다. 이상보다 욕망과 성공을 믿고 여성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다. 정선은 원래 갑진에게 끌렸던 사람이며, 남편에게 느끼지 못한 세련됨과 관능을 갑진에게서 다시 느낀다.
허숭이 농촌운동으로 집을 비우는 사이 갑진은 정선에게 접근한다.
그는 허숭이 결국 시골에 미쳐 자기 인생까지 망치고 있다고 비웃는다.
정선은 처음엔 저항하지만 점점 흔들리고 결국 갑진과 관계를 맺는다.
김기영 특유의 음습한 연출 속에서 이 관계는 사랑이라기보다 억눌린 욕망과 권태의 폭발처럼 묘사된다.
정선은 결국 갑진의 아이까지 임신한다.
그 사이 허숭의 농촌운동은 일본 경찰의 감시 대상이 된다.
일본 당국은 그것이 단순한 계몽운동이 아니라 조선 민족의식을 키우는 위험한 운동이라고 판단한다.
결국 허숭은 사상범으로 체포된다.
그는 모든 것을 잃는다.
정선 역시 남편에게 완전히 지쳐 이혼을 요구한다. 허숭은 나라와 농민을 위해 헌신했다고 믿지만, 현실은 철저한 파멸뿐이다.
그는 결국 5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힌다.
5년 뒤 출소한 허숭은 완전히 지친 인간이 되어 돌아온다. 예전의 불타는 이상주의도 많이 사라졌다.
세상은 자신을 버렸고 자신의 신념도 실패했다고 느낀다.
그런데 고향 농촌으로 돌아간 그는 뜻밖의 모습을 본다.
정선이 자신이 하던 농촌운동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정선은 긴 시간 동안 변했다. 갑진의 세계 역시 결국 공허하고 비열하다는 걸 깨닫는다.
도시적 허영과 욕망도 자신을 구원하지 못했다. 반면 허숭이 붙들고 있던 것은 적어도 진심이었다는 걸 뒤늦게 이해한다.
동시에 작품은 농촌을 낭만화하지 않는다.
여전히 사람들은 이기적이고 비루하며 서로를 속인다. 하지만 허숭과 정선은 바로 그 추하고 피폐한 현실 속에서도 조선인이 살아남으려면 결국 흙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제목이 《흙》이다.
이 작품의 결말은 행복한 재회가 아니다.
허숭은 정선이 갑진과 낳은 아이를 업고 끝난다.
서로를 망가뜨리고 상처 입힌 두 인간이 긴 고통 끝에 아주 늦게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게 되는 비극적 화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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