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묻지 말고 잘 들어.

전화할 때나 전자기기를 볼 때
통신이 끊긴다고 느끼거나, 안개 낀 것처럼 화면이 뿌옇게 보인다거나 하면 그건 착각이 아니야.

지금 당장 보고 있고, 듣고 있는 게 무엇이든지, 이상하다 으면 어서 기기를 내리쳐 부숴버려.

지금 이상한 현상이 퍼지고 있대.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전화해 봤어.

전화 소리가 잘 안 들린다, 통신이 안 좋다고 말한 사람들은, 어른 이 할 것 없이 모두 몇 시간이 지나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버렸어.

정확히는, 그 누구와도 연락이 닿지 않아.

작게는 마을 단위부터 크게는 도시까지, 이런 문제가 생기는 공간이 점점 퍼진다는 것 같아.

언론에서도 지금 난리야. 그렇게 되어버린 곳에서는 전기로 움직이는 물건이라면져가자마자 터져버려서 수색 작업도 난항이래.

다른 가족들은 다 정부가 전에 지정한 대피소 안에 있어.
아직 우리 나라는 위험 지역이 몇 군데 없고 범위도 작긴 한데, 혹시 모르니까 전화는대로 내가 보내준 장소로 와.


...


...



어...?

침묵이 좀 기네.
왜 이렇게 대답이 없어?


그 쪽은 괜찮아? 이상한 거 없어?
갑자기 TV 화면에 노이즈가 심하다든가, 전자 시계가 61분 이상의 숫자를 보여준다든가, 핸드폰 사진첩 속 얼굴의 이목구비가 왜곡돼 보인다든가, 혼자 찍은 사진에 알 수 없는 형체가 보인다든가,

아니면, 가령,




전화 소리가 끊겨서 들린다든가.



...


잘 들려? 내 목소리 들려? 지금 내가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 알겠어?

내 목소리가 들리면 들린다고 말해줘.
다 괜찮다고 말해줘...


엄마.



엄마..?
















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다면
사랑한다고 야 하는데





이제야 말해줘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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