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일어나봐!"
A의 자취방.
자다 깬 나는 시간을 봤다.
새벽 4시30분.
"출근해야 하는데 차 태워주면 안 돼?"
창문 너머로 거센 빗소리가 들렸다.
폭우로 버스 타고 가기 불편하단 것이었다.
다시 자려고 했지만 성화에 못 이겨 대충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섰다.
"병원 이름이 뭐라 그랬지? 섬망병원?"
"아니 소망병원."
핸드폰 네비에 소망병원을 검색한다.
여러 개가 나왔는데, A가 그 중 하나를 골랐다.
[추천경로로 안내를 시작합니다.]
새벽의 빗길.
시야가 좁다
비가 거세 와이퍼가 윙윙 거린다.
도심을 지나 숲길이 나온다.
[10분 무료 주차, 10분 초과 시
하나님은 당신은 사랑합니다, 소망병원]
넓은 부지에 커다란 병원 하나.
주차장엔 차가 한 대도 없다.
내리려는 A에게 묻는다.
"화장실은 어디야?"
순간 A의 얼굴이 일그러진 것처럼 보였다.
"내려가는 길목 편의점에 있어."
"병원 화장실 써도 되는 거 아냐?"
"병원은 환자가 가는 곳이잖아."
그렇게 급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날은 괜히 심술이 났다.
'나랑 사귀는게 부끄러워 그러는 거 아니냐?'는 말에 A는 한숨을 쉬었다.
"화장실은 1층에 있고, 엘리베이터에서 오른쪽이야.
사람들이랑 눈 마주치지 말고, 누가 말 걸면, '네' 라고 대답해.
화장실에서는 조용해야 돼, 그리고 너무 오래있지는 마.
10분 안에는 병원에서 나와야 하니까."
화장실 쓰는 게 뭐가 그리 까다롭단 말인가.
되물으려 했지만 A는 이미 차에서 내렸다.
A와 나는 같은 우산을 쓴 채 병원 정문으로 들어갔다.
정문에는 경비가 서있었다.
체격이 동그랗고 매우 컸다.
"안녕하세요, 날씨가 좋네요."
"네."
무어라 말하려는 나를 제지하고는 A가 웃으며 답했다.
정문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대합실이 나왔다.
텅 빈 대합실에, 접수처 직원이 한 명 있었다.
두리번거리는 나를 잡아 끌며, A는 엘리베이터로 갔다.
"오빠 내가 한 말 기억하지? 꼭 지켜야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A를 배웅했다.
오른쪽으로 가고 있던 중,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안녕하세요."
"네."
환자복에 링거걸이를 한 사람.
A의 말이 떠올라 시선을 밑으로 내린다.
"날씨가 참 좋죠?"
"네."
"어디로 가세요?"
"네?"
"어디로 가세요?"
그는 끈덕지게 따라와 계속 되물었다.
무언가 불쾌한 감정이 들었다.
저기 화장실 팻말이 보인다.
"화장실 가시는구나. 화장실은 2층에 있어요."
무시한 채 들어가려고 하니...
갑자기 앞을 막아 섰다.
"화장실은 2층에 있다고!"
깜짝 놀라, 녀석을 밀치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좌변기 칸에 앉아 문을 잠그고 숨을 고른다.
다행히 녀석이 따라오진 않은 것 같다.
내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했나?
마음이 불편하다.
[낙상금지]
[금연]
[정숙]
[청소 중에는 나가지 마시오]
좌변기 칸 안에는 스터커가 붙어있었다.
달그닥 달그닥
슥슥삭삭
슥삭슥삭
물을 뿌리는 소리.
솔이나 대걸레로 타일바닥을 닦는 소리.
화장실 청소를 하나보다.
"똑똑. 안녕하세요 날씨가 맑죠?"
무시한다.
"똑똑. 청소해야 되는데 나와보세요."
무시한다.
"똑똑. 나오셔야 돼요."
무시한다.
"똑똑."
.....
"쾅! 쾅! 쾅!"
발로 찼는지 문이 부서질 듯 세차게 흔들렸다.
"거기 있는 거 다 안다고!"
숨이 멎을 뻔했다.
목소리가 코앞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순간 정적.
그리고 달그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좌변기 칸 밑으로 파란색 대걸레자루가 쑥 들어와 신발을 훑고 지나간다.
그다음, 좌변기 칸 밑으로 빨간색 솔이 쑥 들어온다.
이번엔 발을 들어 닿지 않았다.
철썩하고, 락스인지 고약한 냄새가 나는 물이 밑으로 흘러 들어오고,
그리고 소리가 멎었다.
시계를 보니 05:18.
병원에 들어온 시간이 05:10.
10분 안에는 나가라던 A의 말이 떠올랐다.
좌변기 칸에서 나오니, 화장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방금 전 있었던 불쾌한 헤프닝이 다 거짓말 같았다.
화장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엘리베이터에서 대합실로 향한다.
접수처에는 직원 하나가 졸고 있었고,
대합실 한 가운데에는 경비가 우두커니 서있었다.
"안녕하세요, 날씨가 참 좋죠?"
"네."
"환자는 나갈 수 없습니다. 병동으로 돌아가세요."
"네? 저 환자 아닌데요."
그러자 경비가 다가와 팔목을 꽉 잡았다.
접수처의 직원도 안색이 변하더니, 벌떡 일어나 나를 노려봤다.
"병동으로 돌아가!"
"아저씨 나 환자 아니라고!"
경비의 손을 홱 뿌리친다.
커다란 몸의 경비도, 홀쭉한 몸의 직원도 몸을 경련하듯 떨고 있었다.
너무 심했나, 눈치를 살핀다.
입이 하나, 코가 하나, 눈이...
그러던 중 A의 당부가 떠올랐다.
'대답은 네, 눈은 마주치지 마.'
아, 눈이 마주쳤다.
알아버리고 말았다.
체면 따위 없었다.
차가 있는 방향으로 냅다 내달렸다.
우산을 쓸 겨를도 없었다.
차에 타 시동을 켰다.
룸미러를 보니, 그것들이 쫓아오고 있었다.
1분 1초가 급하다.
차단기 앞에 서있는 시간이 마치 한시간처럼 길게 느껴졌다.
"제발... 제발...!"
[회차차량]
차단기가 올라가자마자 바로 풀악셀을 밟았다.
시계는 05:19에서 막 05:20을 가리켰다.
날이 개고 있었다.
병원이 점점 멀어져간다.
[10분 무료 주차, 10분 초과 시 유료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소망병원]
주차료는 몸으로 떼워라 ㄷㄷ - dc App
저기 다니는 여친은 뭐야
좋다
걍 주차비 나오니까. 오래있음 안된다는 개그물로도 섬망장애 스릴러물로도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