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해동아파트처럼
엘레베이터나 계단을 괴담 소재로 쓰는 글들 보면 생각나는건데
난 아버지 사업 건으로 초등학교 때만 이사를 2번인가 3번인가 다녔음
살면서 두번째로 이사간 집이 신축 아파트였고
시공을 후레로 한건지 북향이었던건지 겨울만 되면 얼어 뒤질것같이 춥고 난방비도 ㅈㄴ 나왔었음.
근데 그거랑은 또 별개로 나는 그 집 싫어했음
처음엔 좋았지
안그래도 주변에 놀 곳이라곤 학교 운동장, 분식점, 문방구가 다인 동네였는데
놀이터 짱짱하고 마룻바닥 넓은 새삥 아파트만큼 신나는게 어디있음
동생이랑 거실 뛰어다니면서 깔깔거리다가 엄마한테 쥐어박히고 그랬음
근데 어느 순간부터 그 아파트 엘레베이터에 있는 큰 거울
고층건물 엘베라면 꼭 하나씩 붙어있는 벽면거울이
진짜 개같이 무서운거임
혼자 타면 절대 거울에서 눈을 떼지 않았음
솔직히 타기도 싫었는데
집이 11층인가 그랬음
아무리 성장기 초딩 체력이어도 그 높이까지 올라가는데 계단 쓰는 것도 한두번이지
결국 꾸역꾸역 엘베 타고 올라갈때마다 (내려갈 땐 보통 동생이 함께였음)
눈도 안깜박거리고 거울 ㅈㄴ 노려봄
가끔 혼자 타고 내려가는 일이 생기면
1층에 도착하자마자 뒤도 안돌아보고 아파트 밖으로 뛰쳐나감
스산한 엘베에서 탈출해서 여름 햇빛이 작열하는 바깥 공기에 피부가 닿는 순간
안도감이 파도처럼 밀려오던걸 잊을 수가 없다
무슨 확실한 계기가 있었던건 아님
다른 거울은 잘 봤음
그냥 딱 그 거울만, 집에 도착할때까지 쭉 노려보는게 나만의 룰이었음
그리고 거울을 보긴 했지만 딱히 나 자신을 쳐다본건 아님
내 뒤, 특히 엘베 천장을 본것같다
지금 생각하면 그걸 굳이 거울을 통해서 본것도 웃기네
지금와서는 시덥잖게만 들리는데
그때는 진지했음
거울귀신? 눈 떼면 죽는다? 뭐 그런 구체적이고 초딩다운 망상도 아님
엘베 탈때마다 식은땀부터 흐르게 만드는 막연하고 묵직한 공포심이 있었음
진짜 공포심만 있어서 어떻게 하지도 못했음, 거울을 노려보는거 외엔.
그런 놈이 딴에 맏이라고 존심은 있어서
동생이나 엄마한테 기다렸다가 같이 타자는 말도 못꺼내고ㅋㅋ
아무튼 그렇게 혼자만의 공포에 사로잡혀서
그 아파트 사는 동안 가위도 ㅈㄴ 눌리고 그랬는데
별거 아니지만 괴담 읽다보면 그 아파트 생각나서 써봄
맞아 그런 쎄한 집 있다
자라고 나서 안건데 그 아파트가 구설수가 많긴 했음 시공사인지 건설사인지가 파산해서 공사 진행 안되고 미적거리다가 분양일 다 넘겨서야 겨우 지어졌고, 어디에 수맥이 흐른다는 둥 신부님 무덤 있는 땅(원래 천주교구 소유 부지였음)을 웃돈주고 매수해서 지었다는 둥 하는 개소리도 많았고.. 어린 나이에 어른들이 술렁술렁하니까 덩달아 불안했었나 싶다
거울 13번째 30초 이상 보면 귀신이 막 와다다다 달려온다고 그러는것도 있었는데... - dc App
난 오히려 반대로 계단이 더 무섭더라고 엘베 문 닫히면 계단에서 누가 뛰어오는 상상 ㅈㄴ하면서 엘베에서 내리면 엘베 문 닫히기 전에 도어락 겁내빨리눟러서 들어가곤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