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매우 아팠다. 그 길고 긴 검은 머리카락은 햇빛을 피해 바닥으로 숨어들었으며 언제나 너와 함께 할줄알았던, 내가 흠모하고 사랑했던 그 활기는 이내 너의 곁을 영영 떠나갔다.



시간은 확정적이다. 어느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어렸을때 부터 그 말이 맞다고 보았다.



아기와 키가 매우 큰 거인이 어느 빌딩을 바라본다 해보자.
아기는 1층 정문을 나가는 어른들의 신발이 보이겠지마는 거인은 빌딩옥상을 내려다 볼것이다.
아기에게 빌딩은 어른들의 신발이 전부지만 거인은 빌딩이 어떻게 생겼는지, 얼마만큼 큰지 안다.


빌딩이 시간이라면, 우리는 신발을 보며 그것을 시간이라고 칭한다. 또한 그것마저 24조각으로 나눠 쪼개며 시간을 가졌다고 말한다.

시간이 허구라면 나와 넌 살아있는건가? 어쩌면 슈뢰딩거의 불쌍한 고양이처럼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죽어있는건가? 아니 죽었다고 말하는게 맞는건가? 죽는다는건 어쩌면 박제된 나비가 자신이 산체로 박제 됨으로써 끝내 죽음을 맞이한다고 믿는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완전한 '죽음'이란 무엇인지를, 건물을 벗어나는 방법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내고, 생각하며 생각하기를 며칠을 반복했을까 나는 비로소 완전한 죽음이 뭔지 깨달았다.


죽음이란 생각해보면 참으로 단순한거였다. 아니 단순하다 못해 존재하기만 한다면 떠올릴 수 있는 기초적인 것이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한걸음에 너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나는 간신히 숨이 붙어있던 너에게 죽음을 선사했다.


기뻤다. 한 없이 기뻤다. 너는 그 추악하고 흉폭한 박제사의 손에서 벗어났다. 생물이라면 한없이 받았어야 했을 영원한 형벌을 너는 벗어났다.


나는 너무 기뻐 주변에 있던 범부들에게도 특별히 죽음을 선사했다. 그들은 평온한 마음으로 형벌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나 자신에게도 죽음을 선사했다.


기뻤다. 매우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