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국 건물을 무장한 경찰들이 에워싸고 있다. ]


[ 주변은 삼엄하게 통제되고 있고, 건물 창문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


"RGW, 이 단어의 뜻을 아십니까?"


"Radio Graphic Wave, 줄여서 RGW라고 부르죠. 들어본 적이 없다 하시면 그것이 당연합니다."


"이는 아직 세계에 공개되지 않은 기술이니까요."


[ 무장한 괴한 6명이 방송국 직원들을 인질로 잡고는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방송을 보고 계신 여러분은 현실을 보고 계십니까?"


"우리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은 과연 진실입니까?"


[ 괴한 중 한 명은 카메라를 향하여 계속 말한다. ]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느끼는 모든 것은 뇌가 처리하는 전기 신호일 뿐입니다."


"통속의 뇌 이론에 대해서는 한 번쯤은 들어보셨겠죠?"


[ 밖에서 경찰들이 확성기를 통해 교섭을 시도한다 ]


"아아, 이쯤 오면 저 테러리스트 놈들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나 생각하실 것입니다."


"우리도 처음부터 이럴 생각은 없었습니다. 이 빌어먹을 정부가 사실을 은폐하지만 않았어도 말이죠."


"적어도 우린 이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했던 RGW는 외계와의 교신을 위해 만들어진 혁신 기술 중 하나였습니다."


"사람들은 우리가 수많은 안테나를 땅에 세워, 외계행성에서 오는 전파를 수신해 보려고 갖은 노력을 하는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생각해 봅시다. 인간의 언어도 서로 다 다른 마당에 외계인과의 언어 소통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론, 외계 문명의 존재를 발견하는 것이 1순위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서로 교류 및 통신은 불가능하지요."


"네, 단순한 전파로는 [ 외계 문명이 존재한다 ] 라는 사실만 입증 가능할 뿐 그들과의 소통이 불가능합니다."


"RGW는 그런 사항에 입각하여 만들어진 기술입니다."


"우리 인간들이 언어가 다르더라도 손짓이나 몸짓과 같은 시각적 행위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지 않습니까?"


"RGW는 전파를 그림의 형태로 표현 가능한 기술입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외계 문명일지라도 대략적인 정보를 교환 가능한 기술이 RGW입니다."


"뭐, 이는 우리와 교류하는 상대 문명이 이 RGW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저희는 결론적으로 외계의 문명과 교류에 성공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 역시도 RGW라는 기술을 가지고 있을 정도의 발전된 문명이었지요."


"자, 이거는 그들이 보내온 신호입니다."


"전파 형태로 기록된 그림을 여러분이 알아보기 쉽게 종이에 옮겨왔습니다."


[ 괴한 중 한 명이 그림을 보여준다. ]


[ 커다란 구체형 구조물들과 입이 길쭉한 외계인들 ]


[ 옆에는 비교 군으로 전파 형태의 그림도 같이 보여준다. ]


"하하, 마치 이들의 모습이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프로토스를 닮지 않았습니까?"


"아마 저 커다란 공들은 이들의 거주지나 건물로 보입니다."


"이들의 초기 수신은 이렇듯 그들의 일상을 담은 모습들이었습니다."


"저희는 이 종족을 알데바란인이라 칭하겠습니다."


"다음 그림을 보시죠."


[ 하늘로부터 천둥 같은 게 내려친다. ]


[ 경악하는 외계인들의 모습 ]


"이는 31번째 전파에서부터 포착된 모습입니다."


"이게 과연 뭘까요, 벼락일까요?"


"알데바란인들의 표정을 보면 행성 규모의 거대한 천둥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벼락이 내리쳐서 무언가가 파괴되는 장면은 없군요?"


"예, 그 뒤의 일들을 보시죠"


[ 알데바란인들의 행성 대기에 구멍이 뚫린 그림 ]


[ 그곳에선 끔찍하게 생긴 무언가들이 내려오는 그림 ]


[ 전투를 치르는 알데바란인들, 그들의 무기는 인류보다 진보되어 보였다. ]


"하늘에 구멍이 생기고 괴물들이 내려오며"


"행성을 지키기 위해 그와 맞서 싸우는 알데바란인들의 모습"


"처음에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초 자연적인 현상 또는 물리법칙이라 생각했습니다."


[ 몸속에서 수십 개의 팔이 피부를 찢고 뻗어 나오며 고통스러워하는 알데바란인 ]


[ 끔찍한 형태로 융합된 알데바란인들, 그들의 건물처럼 구체를 연상시킨다. ]


[ 눈이 녹아내려 배의 위치에 붙고 팔이 머리에 붙어있는 알데바란인 ]


"기괴하죠?"


"솔직히 가능할 것 같지만 말이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다음 사진은 더더욱요"


[ 알데바란 행성 앞에는 커다란 태양이 웃으면서 다가와 있었다. ]


[ 작렬하는 대지, 말라비틀어진 땅에서는 기형적으로 기다란 팔들이 뻗어 나온다. ]


[ 하늘에서는 눈알로 된 빗방울들이 내린다. ]


[ 무엇이라 형용하기 어려운 짐승이 알데바란인의 머리를 물고 돌아다닌다. ]


"네,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죠."


"이쯤 오니까 우리가 모르는 물리법칙 따위가 아닌 그저 단순한 망상과도 같은 거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바로 어떻게요?"


"우리의 뇌가 저것을 전기 신호로 느끼면 됩니다."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현실을 보지 않습니다."


"우리는 전기 신호를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느끼고 있습니다."


"가령, 조현병 환자들의 경우 하늘을 나는 문어라던가 거인이 실존한다고 믿는 이유는"


"그들의 뇌가 받아들이는 전기 신호가 망가져있기 때문입니다."


"해서, 만약 전 지구상의 모든 인류의 뇌가 특정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에서"


"같은 무언가를 느끼기 시작한다면 물리의 법칙을, 과학의 상식을 벗어난 초자연적인 일들이"


"현실로서 이루어지는 순간 일 것입니다."


"아아, 저희는 그날 봤습니다."


"이 전파 그림을 수신 받으면서"


"하늘로부터 내려쳐오는 천둥을"


"그들의 그림 속에 있던 그 섬광을 목도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은하 저편에서 한 행성의 인류를 멸망시킨 무언가는 이곳에 당도하였습니다."


"그것의 형태는 전파와도 같습니다. 바이러스와 달리 대응은 불가능하죠."


"전파의 속도가 빛과 같다는 것은 알 것입니다. 눈을 한번 감았다 뜨면 모든 인간의 두뇌는 그것에 의해 망가져 있을 것입니다."


"생물인지, 무생물인지, 바이러스인지, 초자연적 현상인지 모릅니다."


"그저 문명을 먹어치우는 끔찍한 이것을 전파 바이러스라 칭할 뿐입니다."


"여러분, 지금도 그것은 우리의 지구에 존재할 것입니다."


"왜 아직 그것이 활동하지 않는지는 추측할 뿐입니다."


"가령, 아직 지구에서 전파가 수신되지 않는 극히 일부의 지역들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아아, 그러고 보니 깜박했군요."


"이것을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


"왜 우리가 그것을 전파 형태의 바이러스라 칭하는지에 대해"


"지금부터 설명을 해 드리..."


[ 총성 소리, 폭발음이 차례로 들린다. ]


"아, 여러분"


"아직 할 이야기가, 보여드릴 증거가 너무나도 많이 남았는데도..."


"이 빌어먹을 정부는 우리가 진실을 말하는 것을 원치 않나 봅니다."


"이젠 인질 따윈 신경 쓰지도 않고 저희를 밀어버리려 합니다.."


"그들에겐 미래의 재앙보다 당장의 사회혼란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한가 보군요."


[ 권총을 허리춤에서 꺼내든다. ]


[ 이어지는 총성과 폭발음 ]


"여러분 기억하십시오. 퍼트리십시오. 진실을 알리십시오."


"한 행성의 문명을 절멸시킨 흉포한 무언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뇌의 전기신호를 망가뜨려 끔찍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 것입니다."


"적어도 종말의 그날이 다가오면 무엇에 죽는지는 알고 죽으십시오."


"눈앞의 일들이 모두 현실이 아님을, 나를 죽이는 것은 그것임을"


"전파 바이러스를 기억하십시오."


[ 철컥! 총구를 관자놀이에 가져다 댄다. ]


"정부는 우리를 미친놈들로 몰아갈 것입니다."


"제발 그것이 사실이길 바랍니다."


"우리가 한낱 한시에 본 그 모든 것이 단순한 망상임을"


"그것이 진실이 아닌 미처버린 뇌가 만들어낸 상상임을"


"기도하겠습니다."


[ 타앙-! 총성이 울린다. ]


[ 뒤이어 연달아 총성이 들린다. ]


미국에서 나사 출신 테러리스트 6명이 방송국을 점거하는 소요사태가 일어났다.


사건은 꽤나 컸음에도 뉴스에도 나오지 않고 신문에 몇 줄이 적히는 수준에서 일단락되었다.


사건의 결론은 그들이 평소 조현병과 같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였다.


뒤에서 몇몇 말들이 오갔지만 사건은 빠르게 잊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