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시간째 도로를 달리고 있다.

창 밖은 대낮이지만 지나다니는 차도 별로 없다.

눈이 내려서 그렇겠지..

계속 직진만 하다보니 잠이 오기 시작했기에

나는 잠이 깨는 약을 먹고 라디오를 틀었다.





차에 기름이 다 떨어졌다.

운이 좋게도 한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에 주유소 정도는 있겠지..

눈이 내린 대낮의 마을은 참 하얗고 눈부셨다.

잠깐, 저기 벤치에 앉아 있는건 마네킹 아닌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 치어버렸다.

내 시선을 뺏아버린 마네킹 탓이다.

참 재수도 더럽게 없는 날이지..

차 상태를 확인하러 차에서 내렸다.

길가에 쓰러져있는 것은.. 마네킹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벤치에는 마네킹이 앉아 있고, 차에 치인 것도 마네킹이다.

이 마을엔 사람이 없나..?

소름이 돋아서 주위를 둘러봤다.

Open 이라는 팻말을 건 카페가 보인다.





카페 안에 들어갔다.

자리에 앉아 있는 손님도 마네킹, 서 있는 점원도 마네킹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다..

아, 혹시 여긴 영화 촬영장 같은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무렵 밖에서 싸이렌 소리가 울린다.





밖을 바라보니 방금 내가 쳐버린 마네킹 앞에

구급대원 마네킹이 와있다.

젠장, 이게 진짜 무슨 상황이지

욕을 하며 뒤돌아서자

가게 안의 모든 마네킹이 나를 보고 있었다.





밖으로 뛰쳐나와 다시 차에 올라탔다.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아 맞다 기름이 다 떨어졌지..

다시 차에서 내렸다.

나는 이내 달리기 시작했다.





마네킹이다. 마네킹이 움직이는 건 볼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다른 곳을 확인 하는 사이

그 마네킹들은 분명 움직여서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때

구급대원 마네킹은 다른 마네킹을 엠뷸런스에 태우고 있었다.





멀리 멀리 도망쳐 달린다.

길가엔 드문 드문 마네킹들이 서 있다.

하나같이 다 나를 보고 있다.

마네킹만 있는 마을에 인간이 들어왔다는 건

시선을 끌만하겠지..





아까보다 더 많은 싸이렌 소리가 울린다.

경찰 마네킹이라도 오는 건가

내가 마네킹을 차로 쳐버렸기 때문에?

마네킹한테 잡히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는 근처에 보이는 집으로 숨어들어갔다.





아아.. 이번엔 마네킹 가족인가

부엌엔 엄마 마네킹, 거실엔 아빠 마네킹, 식탁엔 아이 마네킹

아 이것들 분명 움직이고 있다.

시선을 돌릴 때마다 점점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

심지어 아빠 마네킹은 야구배트까지 들었잖은가





나는 아빠 마네킹에게서 야구배트를 뺏어 휘둘렀다.

나를 위협하던 아빠 마네킹도

근처에 있던 아이 마네킹도

부엌에 숨어있던 엄마 마네킹도

나를 겁나게 하는 것들은 다 박살내버렸다.





위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 빌어먹을 마을에 나 말고도 사람이 있는건가

반가운 마음에 얼른 2층으로 올라갔다.

울음소리는 침대에서 울리고 있다.

제발 이번만큼은 마네킹이 아니길..





아기의 침대로 가는 길에 벽에 있던 거울이 눈에 들어왔다.

지나가면서 분명 나를 비췄는데 뭔가가 이상하다.

나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내 손에서 나무배트가 스르르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