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를 다 쓰기 전에 잃어버린다던가
우연히 찾기 전 까지는 잃어버린지도 몰랐던 물건이라던가
찾으려해도 보이지 않는 물건들
그러다가 잊혀져 버리는 물건들
다들 살면서 그런 경험이 한번씩은 있죠?




제가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아무한테나 말하지 마요.
중요한 겁니다? 알겠다구요? 들을 준비가 되셨다구요?
그럼 말씀드리도록 하죠
저는 그렇게 사라지는 물건들의 행방을
무엇이 어떻게 사라지게 하는지.. 그걸 알게 되었답니다.




범인은 바로 요정이에요 요정
뭔 자다가 개풀 뜯어먹는 소리냐구요?
웃지마세요. 진지하니까
제가 임의로 요정이라 이름 붙이긴 했지만
동화에 나오는 귀여운 요정들이랑은 달라요.




그들은 일반적으로 우리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자기 맘에 드는, 세상에서 잊혀질 예정인 물건들을
수집하는 그런 경향이 있어요.
그들이 가져간 물건은 곧 우리 기억 속에서도 잊히게 되죠.





아까 말했죠? 지우개를 잃어버린 경험
그건 요정이 지우개를 가져가서 그래요.
다시 되찾은 적이 있다구요?
요정이 싫증나서 버린 것을 다시 찾은 겁니다.
다시 찾은 물건들은 대부분 그런 부류에 속하죠




잃어버린 물건을 기억하고 있다구요?
그것 참 다행이네요. 그 물건은 아직 당신이 기억하고 있기에
아직 우리 세상에 연결되어 있는 거니까
당신이 계속 기억하고 있다면
그 물건은 아직 되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죠




하지만 만약 아무도 기억해주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렇게 잊혀진 것들은 결코 돌아오지 못합니다.
요정이 싫증이 나서 버린다고 해도
그것은 요정의 세계에 계속 남아있게 됩니다.
떠오르는 게 없다구요? 거봐요 잊어버렸잖아요.




점점 두서없이 급하게 말하게 되는 걸 이해해주길 바라요.
사실 저한텐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거든요.
제가 당신에게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랄까요.
사실은 저도 이 얘기를 들었을때는 그냥 흘려들었지만
당신은 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길 바랍니다.




사실은.. 얼마전에 요정을 봤어요.
정말로 이 두 눈으로 직접!
근데 그거 아시나요?
요정은 자기가 맘에 드는 것 앞에 나타난답니다.
나타나서 기회를 보다가 그걸 가져가버리죠.




요정은 지금도 저를 데려갈 기회를 보고 있을 거에요.
그게 이 얘길 하는거랑 무슨 상관이냐구요?
요정은 자길 아는 사람을 좋아한답니다.
저한테 얘기를 들었으니
당신도 이제 요정을 아는 사람이 되었어요.




아아 진정해요 진정
당신 눈 앞에 언제 요정이 나타날 지는 모르지만
요정을 본다고 반드시 잡혀가는 건 아니니까
아직은 기회가 있어요
저 처럼요!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알려줄게요.
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