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모양이군



괜찮네 괜찮아. 무지는 죄가 아니니 내 친절하게 설명해 줌세



다만 오늘부터는 기억해 줬으면 좋겠군. 옛것들은 사소한 일에 기분이 상하는 법이거든



(달각거리는 웃음소리)



본디 날 때부터 옛것으로 불리는 사물은 없소. 모두 새것으로 태어나 시간이 흘러 옛것이 되어버리는 게지



그렇다면 새것으로 태어난 사물은 어째서 옛것이 되어버리는가?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새것의 지지기반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네



새것의 지지기반은 무엇인고, 하니 그들과 관계하는 사람들의 존재라네.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새것이라면 필히 누군가와 관계를 맺어야 하는 법이지. 간단한 예시를 들어볼까?



(뒤적뒤적 휘젖는 소리)



여기 지금은 옛것으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것이었던 '삐삐'라는 사물이 있소



...삐삐를 아는 모양이군? 그렇다면 이야기가 조금 쉬워지겠구먼



자네도 알겠지만 이놈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주 요긴하게 쓰였다네. 사람들은 온갖 암구호를 만들어가며 삐삐를 두들겨댔지



나 그것도 잠시, 휴대전화의 전성기가 찾아옴에 따라 삐삐와 관계하는 사람들은 점차 줄어들었소. 종국에는 그 누구도 삐삐와 관계하지 않았지



어떤 사물이 현실에서의 관계를 모두 잃고 오직 사람들의 기억에만 남겨졌을 때, 새것은 옛것이 되어버린다네. 삐삐도 그렇게 옛것이 되어버렸지



(꺽꺽대며 흐느끼는 소리)



얄궂지 얄궂어. 단 한 명, 한 사람이라도 삐삐와의 관계를 끊어내지 않았더라면 삐삐는 여전히 새것이었을 텐데



인간 따위에게 의존하는 얄팍한 사물의 비참함이란!



사물들은 종종 인간을 부러워한다네. 단신으로 세상에 발붙이고 사는 존재는 인간뿐이거든



(달각거리는 웃음소리)



....허나 옛것이 되어버리는 정도는 사물의 세계에선 흔한 일이라네. 도태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할지언정, 옛것으로나마 세상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게지



지금부터는 옛것의 다음 단계에 대해 이야기해 보세. 잠시, 목만 축이고 말이야





(긴 공백)





...옛것들이  단번에 소멸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기억 속에서나마 인간들과 관계하기 때문일세



삐삐만 봐도 그렇다네. 삐삐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또 삐삐에 대한 기록을 읽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삐삐가 옛것으로나마 남아있는 게지



때문에 어지간한 옛것들은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소. 그들의 존재가 사라지더라도 인간이 읽을 수 있는 기록에 그들이 적혀있기만 하면 기록을 읽은 사람의 기억에 기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네



(달각거리는 소리)




나,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일세.



오랜 시간이 지나다 보면 기억하던 인간도, 사물의 존재도, 그들을 기록하던 자료도 사라지는 때가 오기도 하지



관계도, 존재도, 기록도 잃어 소멸의 위기에 처한 옛것들. 드물지만 없지는 않다네. 그런 옛것들은 세상에 발붙일 곳을 어떻게 마련하는지 아는가?



긴 시간 동안 많은 옛것들이 시도해왔지만 인간에 의존하는 방법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네. 대신 그들은 발악 끝에 인간과 그들의 관계를 억지로나마 이어버리는 방법을 떠올려냈소



...끝까지 몰린 자들의 방법이란 다소 과격해지는 경향이 있지



(달각거리는 웃음소리)


(달각거리는 웃음소리)


(달각거리는 웃음소리)


(달각거리는 웃음소리)


(달각거리는 웃음소리)


(달각거리는 웃음소리)


(달각거리는 웃음소리)


(달각거리는 웃음소리)


(달각거리는 웃음소리)


(달각거리는 웃음소리)


(달각거리는 웃음소리)











실로 유쾌해지는군. 자네는 곧 그 방법이 무언지 알 수 있을 걸세



앞으로는 영원히 기억할 수 있을 거라네. 옛것들은 사소한 일에 기분이 상하는 법이거든




(달각거리는 웃음소리)























자네, 하회탈에는 본디 '석정탈'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을 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