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됐다. 어둠이 내린다. 이 골목길을 지나서 왼쪽으로 꺾으면 우리집이다. 회사에서 지친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이 골목길을 걸을 때면 나는 늘 왼쪽을 바라보며 걷는다. 번쩍. ‘오늘도인가골목길과 골목길이 교차하는 지점

이곳을 지날 때 늘 저편에서 불이 켜진다. 불은 라이트 조명 같았는데 두 쌍이 번쩍거리며 하늘에 둥둥 떠 있었다

석 달째 내가 지나갈 때만 불이 켜지는 건 이상하지 않나?’ 스토커 같은 조명에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왜 불이 켜지는 걸까. 매일 같은 시간에 나와 양손에 라이트를 들고 내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는 건가?’ 

안 되겠다. 오늘만큼은 기필코 저 빛의 정체를 알아내야겠어.’ 최근에 깊은 잠에 들지 못하는 것도 오늘 회사에서 졸다가 선배에게 혼난 것도 다 저 빛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재빠르게 발을 굴러 교차지점으로 뒷걸음질쳤다.

 꿀꺽. 침을 삼킨다. 괜히 긴장된다. 나는 불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두 쌍의 불은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터벅터벅.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내 오감은 지나치는 바람을 성가시게 느낄 정도로 각성해있었다.

  그렇게 불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무언가 튀어오르는 소리에 나는 소스라쳤다. “미야옹.” “뭐야 고양이인가.” 

고양이는 쓰레기통 구석에서 튀어나와 내 앞을 지나쳐 벽 너머로 사라졌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앞을 다시 바라본 나는 허망함을 느꼈다

빛이 사라진 것이다. ‘대체 빛의 정체는 뭐였을까.’ 그러고 보니 고양이가 튀어나왔을 때 들렸던 타다닥 소리 그건 고양이가 낸 소리가 아니었다

라이트를 들고 있던 사람이 다가오는 나를 보고 경각심을 느껴 도망간 게 틀림없다.

  결론은 났다. 어린 학생이 매일 같은 시간에 라이트를 들고 나와 퇴근하는 나를 비추며 장난을 친 것이다

삼 개월간 나를 괴롭힌 빛의 정체가 밝혀졌다. 싱긋 웃으며 왔던 길을 돌아본 나의 미소는 헛웃음으로 바뀌었다

골목길 저편에서 두 쌍의 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계속해서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나는 빛에 홀린 듯이 발을 내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