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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 이문경 <moonflower@lkfoundation.co.kr>

수신: 현장1팀; 분석팀; 접수팀; 인사팀;

보낸 시간: 2025년 8월 25일(월) 오후 12:13

제목: [참조] 이사장님 원격 근무


안녕하세요, 접수팀 이문경입니다.


당분간 이사장님은 재단 건물이 아니라 낙안아파트에서 머무르십니다.

시급한 사항이 있는 경우 이메일 혹은 분석팀 차기태 팀장님을 통해 연락하십시오.

이사장님이 부재중이더라도 4층에는 올라가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더불어 현장 2팀 채용 스케줄이 보류되었으므로 인사팀 분들께서는 참조 부탁드립니다.

해당 스케줄은 추후 정부와의 협의에 따라 조정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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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을 발송한 이문경이 고개를 돌려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새 12시가 넘어 점심시간이 되어 있었다. 오전에 보냈어야 하는데 잡다한 대응이 많아 밀려 버렸다. 

그는 앉은 자리에서 기지개를 켜고는 맥없는 걸음으로 자리를 나섰다. 재단 내부에는 따로 식당이 없었기 때문에, 밥을 먹으려면 건물 밖으로 나가야 했다.


"덥네."


멀리 가기도 귀찮다. 이문경은 근처 냉면집에서 점심을 때우고 다시 재단 부지로 돌아왔다. 건물 앞에 있는 작은 흡연장이 목적지였다. 벤치도 그늘막도 있지만 살인적인 더위여서 금세 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그는 불 붙인 담배를 물고 깊게 한 모금을 들이마셨다.


"후..."


연기는 무감각하게 그의 목구멍 안을 맴돌았다. 이젠 니코틴이 신체에 아무런 작용도 하지 않는 기분이었다.  

이문경은 허공에 녹아 들어가는 연기를 멍하니 바라봤다. 담배를 다시 핀 뒤로는 끊기가 더 힘들다던가.


"문경 형님?"

"아, 형오 씨."


어느새 이문경의 옆에 나타난 조형오가 친근하게 말을 붙였다. 서른 남짓인 조형오보다 몇 살 많다는 이유로 졸지에 생긴 이 형님 호칭은 들을 때마다 꽤 우스웠다. 팀장 말고는 따로 직급이 없고, 접수팀엔 팀장도 없으니 이럴 때는 호칭 정리가 애매하다. 조형오는 익숙하게 이문경 옆에 서서 담배를 꺼내들었다.


"점심은 먹었어요?"

"네, 저는 국밥 먹었습니다."


조형오는 손가락 사이에 끼운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 말고 씩 웃었다.


"세상이 망하려고 하는데 제가 가는 국밥집은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네요."

"하하..."


농담 아닌 농담에 이문경이 쓴웃음을 지었다.


"형님 생각에도 더 이상 안 숨겨지겠죠?"

"이평제일시장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서, 이제 정부의 능력 밖입니다."

"아이고, 그럴 거 같았어요."


조형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문경은 담배를 무슨 절세의 비타민제 마냥 빨아당기는 조형오의 피곤한 안색을 바라봤다. 셔츠도 구깃구깃하고 눈 밑에는 그늘이 져 있다. 마치 집에 며칠 못 간 것 같은 행색으로, 어떻게 보면 그 팀장과도 닮아가는 것 같았다. 


"차 팀장님은 식사 잘 하시나요?"

"어...팀장님은 지금 이사장님 병문안 가셨는데요. 거기서 드시지 않을까요?"


대답은 했지만 잘 모르겠다는 투였다. 등대지기 재단이라는 곳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문경도 조형오도 이사장을 만난 적은 없었다. 이사장과 만날 수 있는 건 현장팀과 차 팀장뿐이었는데, 현장 2팀은 기억을 못하고 현장 1팀에게는 말을 붙이기 어렵다.

결국 그들 주변에서 이사장과 진짜 만나나 보다 싶은 건 차기태 팀장밖에 없었다.


"점점 살이 빠지시는 것 같던데."

"바람 세게 불면 안 날아가게 제가 잡아야 될걸요."

그는 언제나 걱정이 많죠.


낄낄 웃던 조형오의 얼굴에서 이내 장난기가 빠졌다. 


"이사장님과 원래 아는 사이라서 여기 왔다고 들었는데...이럴 거면 다니던 회사에 계속 다니는 게 더 나았을 거에요."


그렇게 말하는 조형오도, 이 말을 듣는 이문경도 내심 알고는 있었다. 어떤 곳에서 일하고 있건 오래지 않아 그 의미가 없어지는 때가 오지 않을까. 하지만 모르는 게 약이라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조금 더 일상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다. 


"형오 씨도 차 팀장님 따라왔다면서요."

"저는 차 선배가 여기 돈 많이 준다고 해서 온건데 완전 코 뀄죠."


몇 마디 더 잡담하던 조형오가 방금 전 단체 발신한 메일에 대해 말을 꺼냈다. 


"정부에서 현장 2팀 더 이상 보충 안 해준대요?"

"어렵다고 하긴 하는데 더 얘기해봐야 합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계속 줘야 하냐는 말도 있고..."

"누가 들으면 한 몇 천명 준 줄 알겠네."


투덜거리는 조형오의 말에 이문경도 동의했다. 그러나 현장 2팀은 초반보다 더 빠른 속도로, 더 많이 소모되고 있다.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아예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조형오도 차 팀장에게 현장 팀이 이대로 괜찮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1팀은 사람이 늘지도 않는데 현장에 자주 보낼 수 없고, 2팀은 지침을 실컷 써 놔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으니까. 그에 대해서 차 팀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차라리 좀 배경 지식이 있는 민간인이 낫지 않냐는 의견이 있어요. 아니면 군인이나…”

“배경 지식이요?”

“그, 인터넷에서 맨날 괴담 같은 것만 들여다보는 사람들 있잖아요.”

여전한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등대지기 재단은 언제나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알고 자원하는 사람은 없을 텐데 무슨 납치라도 해 온단 말인가? 이문경은 잠깐 상상을 했다가 지금의 현장 2팀과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 없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러면 안 되지 않을까요.”

"근데 진짜 재단 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서."


조형오가 난감한 듯 한 손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배중현 팀장님은 현장 안 나갈 때는 술만 드시는 거 같고."

"그 학교 때문에요?"

“네, 거기 상태가 더 안 좋아졌죠.”


‘등장인물’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게 문제인 것 같다며 그가 덧붙였다.


"딸이 있다지만 배 팀장님은 가지도 못해서..."


이문경은 잠깐 정신이 아득해졌다. 몇 년이 지나도 자신이 겪은 일은 아직 생생하게 떠올랐다. 배 팀장에게도 그럴까? 유일한 차이가 있다면, 이문경에게는 이제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그건 배민하가 아닙니다."

"음, 그렇죠. 죄송합니다."


단호한 이문경의 부정에 실언이었다며 조형오가 사과한 순간, 이문경의 휴대폰이 길게 진동했다.


위이이잉


담배를 급히 끈 이문경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네, 접수팀 이문경입니다.” 


이어지는 상대방의 말에 난감한 기색을 했다가 고개를 몇 번 끄덕인다. 


"네. 아, 그 물건이요…네, 알겠습니다."


곧 전화를 끊은 그가 조형오를 돌아보았다. 


"시장의 그 물건이 서해까지 흘러간 모양입니다. 도와달라고 하는군요."

“아니, 충원은 안 해주면서 이제 불법조업 단속까지 시키는 거에요?”

“그래도…하는 데까지는 해봐야 하니까요.” 


이게 재단이야, 호구야. 불만에 찬 어조로 중얼거리던 조형오도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껐다. 둘의 침묵 사이로 한여름의 숨 막히는 습기가 들어찼다. 근처에서 들리는 시끄러운 매미 소리가 마치 유일한 일상의 증거 같았다. 


그 때, 두 명의 휴대폰이 동시에 진동했다. 


먼저 메일을 확인한 조형오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인상을 구겼다. 


“이건 또 뭐야.”

“긴급인가요?”

“형님도 같은 메일 받으셨을 거 같은데요.”


메일을 아래 위로 훑어보던 조형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문경도 휴대폰을 확인하고는, 그가 받은 메일이 동일한 내용일 뿐만 아니라 재단 인원들에게 단체로 보내진 메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오, 어떤 새끼가 삼돌이 네트워크 연결시킨 거 아닌지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같이 들어가죠.”


둘은 점심시간의 짧은 여유를 뒤로 하고 다급히 건물 안으로 향했다. 

발걸음을 재게 놀리는 조형오의 휴대폰 액정에는, 발신인 불명의 메일 내용이 떠 있었다. 






하하

너희들은 이게 다 무슨 소용이 있을 거 같아?

곧 보자 


























때가 머지 않았습니다. 

곧 다시 만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