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ㅡ동


'?.. 누구지?'


띵ㅡ동 띵ㅡ동


"택뱁니다!"


"아! 택배!"


나는 기분 좋게 현관문으로 향했다. 문고리를 잡아당기려 한 순간


'택배... 최근에, 뭐 시킨 기억이 없는데? 누가 보낸 건가?'


"무슨 택배인가요?"


"예? 여기서 주문하셨다고 돼있는데,.. 이틀 전에.."


"최근에 뭐 시킨 기억이 없는데요?"


"그럴리가.. 음... 우선, 물건이 크고 무거워서 그런데 문 좀 열어주시겠습니까? 제가 안으로 옮겨드릴게요."


나는 괜히 찝찝한 느낌이 들었다.


"죄송하지만, 잘못 보내신 것 같아요."


현관문 밖이 잠시 조용해졌다.


"..허허, 우선 주소는 맞으니까 그럼 여기 앞에 두고 가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나는 기사가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소리를 듣고 나서야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문 앞에는 조금 부피가 있는 택배 박스가 놓여있었다. 그 위 종이에 주소가 적혀있었다.


"정말 내 집으로 온 게 맞네?"


난 우선 물건을 집으로 들이기 위해 다리를 굽혀 택배를 양손으로 잡아서 들어올렸다.


"!!.. 뭐야?"


택배는 무척 가벼웠다.


.


쿵ㅡ


"..아...설마.."


쿵ㅡ 쿵쿵ㅡ


"또 시작이네. 후우..."


윗층으로부터 오는 층간소음에 시달린 지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쿵ㅡ


'더는 못 참아. 이번에는 강하게 말해야지.'


나는 인터폰 앞으로 가서 윗집 호수를 누르며 마음을 다잡았다.


'아무리 아이가 어려도, 이건 너무하잖아? 세게 얘기해야 알아듣지.'


난 긴장한 마음으로, 발신 버튼을 눌렀다. 곧 연결음이 들려 왔다.


철ㅡ컥


"아이고, 아랫집 학생!"


"네, 저기...어?"


나는 순간 당황했다. 연결된 화면이 뒤집혀서 보였기 때문이다.


"학생 시끄러워서 연락했지? 아유, 정말 미안해.. 이녀석이 왜 이렇게 말을 안듣는지.. 내가 크게 혼낼게."


"아.. 아니 그러니까, 지난번에도.."


"학생, 정말 미안해. 내가 조금 있다가 떡이라도 좀 갖다줄게. 학생 다른 거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아뇨! 괜찮아요. 안 주셔도 돼요!.. 그냥, 주의 좀 부탁드려요."


"그래그래 학생, 정말 미안해. 자꾸 시끄럽게 해서.."


아주머니는 몇 마디 더 빠르게 얘기하시곤, 연거푸 미안하다고 하며 연락을 끊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아... 또 말렸네. 분명 또 시끄러워질 텐데.'


난 불편한 마음으로 꺼진 인터폰 화면을 바라봤다.


'그건 그렇고, 이건 언제 또 고장난거야? 이것때문에..'


괜히 짜증이 몰려 왔다.


.


똑똑


'..또 누가 왔나?'


난 현관문 앞으로 다가갔다.


'왜 벨을 안 누르고 노크를?'


난 현관문 중앙에 난 렌즈로 바깥을 바라보았다.


화장을 하고 단정히 차려입은 한 아주머니가 문 앞에 꽃을 들고 서 계셨다. 익숙한 얼굴이었다.


'어.. 601호 아주머니잖아? 가끔 엘베에서 마주쳤었는데, 무슨 일이지?'


아주머니는 손에 들고 있던 꽃을 잠시 내려놓더니,


"미안해요."


갑자기 혼잣말을 시작하셨다.


"미안해요. 그때는 어쩔 수 없었어요."


'..?..'


나는 벙쪄서 이 황당한 장면을 잠시 지켜봤다.


"변명이란걸 알지만,.. 그때는 모두 그랬기 때문에, 우리 집도 어쩔 수 없이.."


601호 아주머니가 손을 떠는 게 보였다.


"그러니까, 이제 그만.."


나는 계속 이 황당한 얘기를 듣고 있을 순 없다고 생각해 입을 열었다.


"저.. 아주머니, 제 집 앞에서 지금 뭐 하시는."


아주머니는 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시더니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


"아주머니? 괜찮으세요?"


아주머니는 갑자기 비상계단 쪽으로 뛰어가셨고, 큰소리로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저러시는 거야?"


나는 문을 열어 아주머니가 놓고 간 꽃을 집어 들었다.


'백합이네..'


.


난 택배 상자를 들고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


'경비 아저씨 계시겠지?'


나는 우리 동 바로 앞의 경비실로 갔다.


"경비 아저씨, 계세요?"


아저씨가 경비실 안쪽에 누워계시다가 내 목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오셨다.


"..어!...어어.. 몇 주 전에 들어온 학생! 맞지? 무슨 일이야."


"네, 아저씨. 그게 제가 택배를 받았는데, 잘못 온 것 같아서요. 혹시 우리 동 사람 중에 잘못 배달한 게 아닌가 해서요. 맡겨도 괜찮을까요?"


"음? 택배? 잘못 온 거면, 그 집에 바로 갖다주지 않구."


"그게 주소는 제 집으로 돼 있는 것 같더라구요. 근데 저는 택배 시킨 적이 없어서.."


"그래? 그거 요상하네. 그럼, 일단 가지고 있어 볼게. 아마 주인 찾기는 쉽지 않을 거 같긴 헌데.."


난 상자를 경비실 앞에 내려놓았다.


"예 부탁 좀 드릴게요, 아 그리고 제 집 인터폰이 고장난  거 같은데,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어어, 그래. 학생 몇 호였드라?"


"아, 저... 602호요."


아저씨는 산만하던 움직임을 멈추더니, 나를 바라봤다.


"...?.."


아저씨는 말없이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아저씨, 무슨 문제라도?"


"어디서 들었어?"


"예? 어디서 듣다뇨? 뭐를.."


"..."


나는 아저씨의 시선이 불쾌하게 느껴졌다.


자리를 어서 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죄송합니다. 저 먼저 가볼게요."


난 몸을 돌려 빠르게 집으로 향했다.


'하.. 뭐가 문젠 건데, 또?'


다음날, 쓰레기장에 그 택배 상자가 버려져 있는 것을 봤다.

.


띵ㅡ동


'아침부터 누구지?'


띵ㅡ동 띵ㅡ동


난 아침 식사를 때우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인터폰으로 현관 밖을 살펴보았다.


웬 키 작은 꼬마애가 문 앞에서 인터폰 카메라 쪽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못 보던 앤데.., 그냥 무시하자.'


그런데 이 녀석이 다시 벨을 누르기 시작했다.


띵ㅡ동 띵동 띵ㅡ동


나는 하는 수 없이 인터폰 버튼을 누르고,


"누구세요?"


"저기, 내 장난감 돌려주라."


"..네?"


"장난감 돌려줘."


아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난 황당해서 뭐라 말해야 할지 잠깐 망설였다.


'얘가 지금 장난을 치는 건가?'


"..무슨 장난감을 말하는 거니?"


"..."


"나는 잘 모르겠."


"누나, 왜 우리 집에서 살고 있어요?"


"..뭐라고?"


"누나, 누나는 왜 우리 집에서 살고 있어요?"


나는 갑자기 짜증이 확 올라왔다. 최근에 피곤하고 기분 나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지라, 안 그래도 예민한 상태였는데.


난 화를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얘기했다.


"친구야, 장난치고 그러면 안 돼.. 오늘은 봐줄 테니까, 다음에 또 그러면 진짜 혼난다?"


아이는 내 말을 들었는지, 미소를 지었다.


"나는 숨바꼭질할 때 옷장에 숨는걸 제일 좋아해."


"..너 계속,"


아이는 말을 마치자마자, 비상계단 쪽으로 뛰어가더니, 인터폰 화면에서 사라졌다. 곧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만 조금 들을 수 있었다.


난 더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아, 인터폰을 꺼버리고 아침을 먹으러 다시 식탁으로 갔다.


'...어?.. 그러고보니, 다시 멀쩡해졌네? 그냥 일시적이었던 건가..'


그날밤, 나는 잘 준비를 하던 중에, 방에 있는 옷장이 눈에 들어왔다.


"..어.."


그 아이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라 나는 괜히 옷장 손잡이를 당겨보았다.


옷장은 비어 있었다.


.


양치질하던 중, 방에서 휴대폰 전화벨 소리가 들려왔다.


난 급하게 양치질을 마무리하고, 방에 들어가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다.


'엄마? 무슨 일이지?'


난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엄마?"


"얘, 전화를 왜 이렇게 늦게 받어? 또 어디 싸돌아댕기는 거야?"


"아, 뭔 소리야! 아무데도 안갔어."


"아무데도 안가기는... 아고 팔 아파라. 이럴줄 알았음, 미리 말하고 올 걸 그랬네."


"뭐? 엄마, 지금 여기 내려왔어? 어딘데?"


"어디긴 어디야 네 집 앞이지, 이년아."


"어?! 진짜? 근데 왜 말을.."


"벨을 몇 번이나 눌러도 문을 안 열어 주니까 이제 전화했지. 빨리 비번이나 알려줘, 들어가있게."


'..?.. 벨을 눌렀다고?'


"뭔 소리야? 나 집에 있는데? 엄마 지금 어디야?"


"얘 좀 봐? 그짓말도 적당히 해야지, 702호. 네 집 맞잖아?"


"!!....아! 엄마!! 남의 집 앞에서 뭐하고 있는 거야? 내 집은 602....?.."


"얘가 지금 정신을 못 차리네?? 니가 3주 전에 702호라고 문자 보냈잖아! 빨리 비번이나.."


"..어?... 내 집... 602호인데?..."


"응? 듣고 있니? 지연아?"


"어... 엄마.... 내 집, 602호 맞지?"


"지연아, 너 지금 어디야."





전화가 끊어졌다.


"어..."


나는 다급하게 엄마와 했던 문자 내역을 찾아봤다.


'.....3주전 ..... 3주전..... 어.'


문자 기록을 보자마자 머리가 찡하고 울렸다.


'뭐야... 그럼, 여기는...'


숨이 점점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침대가.. 원래 두 개였나?..'


나는 방에서 나가, 주방으로 곧장 향했다.


식탁 위에는 정리되지 않은 식기와 즉석식품들이 먼지가 쌓인 채 늘어져 있었다.


난 그 중 통조림 캔 하나를 집어들었다.


'....2012년...?'


'그동안, 뭘 먹은 거야?..'


난 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은 전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고,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올라왔다.


칫솔을 살펴보니, 모가 다 헝클어져 있었고, 털 같은 이물질이 끼어 있었다.


"..웁!.."


난 속에서 참을 수 없는 역겨움을 느끼고 변기에다 그대로 쏟아냈다.


"허억... 허억...."


머리가 어지럽고, 다리에 힘이 슬슬 풀렸다.


나는 벽을 짚으며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 말고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벽을 손으로 짚으며, 간신히 다리를 끌어 현관문으로 향했다.


'빨리... 빨리...'


현관문 앞에 도달한 뒤,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






띵ㅡ동

벨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