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연 미술관을 방문해주신 일반 방문객 여러분,

환영하지 않습니다.
본 전시 "2024 항연 미술관 특별전시회: 불상의 현대적 재해석"은 여러분을 위한 전시가 아닙니다.


들어오셨다면 나가십시오.


본 전시는 소수 회원제로 운영됩니다.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추상화 특별전시에 가다가 길을 잃으셨습니까?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은 당신의 동선을 효과적으로 줄여줄 것입니다.

되돌아가기만 하십시오. 뒤로 돌아서, 직선으로 걸어가십시오.

이것은 궁극적으로는 나아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당신의 생각만큼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쓸데없이 겁먹지 마십시오.

길은 늘 당신이 예상하는 것에 비해 짧습니다.




우연히 얻은 팜플렛에 있는 미륵상의 자태가 너무도 아름다워서 도저히 무시할 수 없으셨습니까?

어쩌겠습니까. 어차피 표 값을 지불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매표소에 우두커니 서서 특별회원님들의 길을 막고 있는 짓은 삼가하십시오. 통행에 지대한 불편을 야기합니다.

매표소 직원에게 신체포기각서 작성 문의를 삼가해주십시오. 정상적인 인간은 다른 인간의 장기를 매매하는 행위를 원하지 않습니다.

매표소 직원을 협박하지 마십시오. 특별회원님들을 인질로 잡지 마십시오. 특별회원님들을 살해하여 티켓을 빼앗지 마십시오. 들여보내 줄 때까지 바닥에 드러 누워있지 마십시오. 자해공갈을 멈추십시오.

시간낭비일 뿐입니다.

돌아가십시오.

직원들은 이미 당신의 후안무치한 행위에 대해 화가 많이 나있습니다.




매력적인 상대가 여러분에게 티켓을 주며 이 전시회를 다음 재회 장소로 약속했습니까?

실례지만 거울을 보십시오.

거울은 매표소 기준, 왼쪽으로 3걸음 이내에 있습니다. 매표소 직원을 기준으로 왼쪽입니다. 헷갈리지 마십시오.

거울 속 당신을 좀 보십시오. 망상에서 벗어나십시오. 그/그녀가 사이비 종교의 전도사일 것을 의심하십시오.

이성적으로 생각하십시오. 정말로 그렇게나 매력적인 사람이 있다면, 당신의 상대는 아닐 것입니다.

설령 당신의 상대라고 해도, 약속 장소에 삼일 동안 나오지 않는 인물은 인생의 동반자로 부적합하다는 것을 상기시켜 드립니다.
(당신을 놀리는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다음으로 높은 가능성은 당신 따위는 진작에 잊어버린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마음껏 상심하셔도 됩니다.

입구로 돌아가면 외부경비원에게 일회용 손수건을 요청하십시오. 별 추궁 없이 지급해줄 것입니다. 번뇌를 닦아내고 새 사람이 되십시오.




매표소 오른쪽엔 거울이 없습니다.

벽은 희게 비어있는 것이 정상입니다.

거울은 신이 아닙니다. 간절히 원한다고 해서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셨다면, 매표소에서 티켓을 발급 받으십시오.

본존불에 이르기 전까지의 모든 여정을 천천히 즐기십시오.

열반의 깨달음이 당신께 깃들길 바랍니다.

부모님은 부디 포기하고 자녀분의 손을 놓아주십시오.

싯다르타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 사바세계에서 부처로 거듭났는지 기억해주십시오.




이외 경로로 본 미술관에 들어오신 분들께서는

매표소를 통하지 않고 엘레베이터를 이용하십시오.

2층과 1층의 전시공간을 제외하고 관내의 모든 문은 잠겨 있습니다.

그러나 스스로 향할 곳을 알고 계실 것 입니다.

탑승 후, 두 손을 합장하고 고개를 숙이십시오.

죄를 아십시오.

모든 것을 잊게 되실겁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 모든 것이 당신입니다.

"과실로 악을 범할지라도 능히 뉘우치면 선이 되어서 공덕을 잃어버리지 않나니”



다음 전시에 방문하실 때에는, 티켓을 소지하여 주십시오.




다시 한 번 안내 말씀 드립니다.

여러분은 지금 항연 미술관에 있습니다.

본 전시 "2024 항연 미술관 특별전시회: 윤회와 열반의 재해석"은 여러분을 위한 전시가 아닙니다.


들어오셨다면 나가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