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날 뻔했어요."

 

따뜻한 모닥불을 바라보며 나이 지긋해 보이는 남자가 말했다.

 

"여기가 이정표를 잘 따라가지 않으면 길을 잃기 쉬운데, 가끔 비가 많이 오거나 산짐승이 밟거나 해서 이정표가 누워있는 경우가 있지요. 그래서 이 근처에서 길을 잃는 등산객이 많아요. 그쪽처럼."

 

나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가다 보니 어느새 길이 점점 험해졌고, 이윽고 무언가에 걸려 넘어지며 굴러떨어졌다. 누군가가 나를 발견해 준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지금 옆에 있는 분은 내 생명의 은인이다.

 

"산나물이나 좀 캐러 가는 길이었는데 웬 사람이 누워있길래 나도 놀랐죠. 한 잔 줘요?"

 

뭔가를 마시며 내게 말했다. 나는 사양했다.

 

"따뜻한 차인데 좀 마시면 기운 날 텐데, 뭐, 특별히 다친 데는 없죠? 내일 동이 트면 길을 알려줄게요. 걱정 안 해도 돼요. 내가 여기 산 지, 가만있자, 하나, 둘, 셋, ..."

 

남자는 숫자를 세는 듯하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뭐, 오래 있었단 소리지요. 이 근처는 내 손바닥 안에 있다, 그런 거요."

 

장작 타는 냄새, 차 냄새, 풀 냄새가 어우러지고 있을 무렵, 풀 속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너구리 같은 걸 거요. 울타리를 다 쳐놔서 멧돼지 같은 건 못 오니 걱정 마셔요. 그래도 뱀 같은 건 들어올 수도 있지. 하하."

 

재미없는 농담이었다.

 

"난 산짐승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사람이 닭이며, 소며, 돼지며, 다 가두고 편하게 기르지만, 사실은 게네들도 원래 이런 자연에 사는 애들이잖아요. 원래는 사람이 사냥했지. 내가 여기서 살면서 사냥을 해보니까 쉬운 게 없어요. 정말 어려워. 지금은 함정도 파고, 좀 요령이 생겼지만. 처음에는 엄청 고생했었죠. 지금 사람들은 참 편하게 누리며 사는구나 싶지요."

 

배는 안 고팠지만 모닥불을 보고 있으니 목이 좀 말랐다. 나는 남자에게 물이 있는지 물었다.

 

"나는 물 대신 차를 마셔요. 위생적으로도 좋고, 건강에도 좋으니까. 자."

 

남자가 보온병 같은 곳에서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 남자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니 좋네요. 내 옛날 얘기나 좀 해볼까요. 내가 왜 도심을 떠나 여기서 혼자 조용히 살고 있는지."

 

따뜻한 차를 마시며 남자의 살아온 얘기를 듣고 있으니 나른해진다. 하늘에 별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