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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요즘같이 중세다크판타지풍 괴담서도 내 취향이긴 한데
인터넷보다 발견한 그야말로 교과서급 규칙괴담이라 올려봄


진짜 박수칠만한 곳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1. 야간 외곽도로라는 일어날법한 상황
다키스트던전 생각나는 중세다크판타지나 외계집단 등에 의해 발생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배경도 물론 뛰어나고 흥미롭지만, '괴담'이라는 측면에서 이러한 사실성이 좀 더 공포감을 주기엔 효과적인것 같음

2. 화자, 청자 간의 거리감 통해 규칙에 의무감 부여
요즘 규칙서들은 보면 죄다 청자랑 화자 사이에 내적 친밀감을 쌓고 시작하는 것 같음. 이미 괴이에 당해 청자라도 살아남길 바란다든가, 재미를 위해서든 양심에 의해서든 인간편에 서게 된 괴이라든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싹다 만나면 어깨동무라도 할 것처럼 써놓아서 무의식적으로 대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염두에 두고 시작하게 됨. 그러니까 규칙서말고도 살 구멍이 아주 희박하지만 존재한다는거임
근데 이 규칙서는 고용주가 피고용인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규칙서 외에는 그 어떤 단서도 주지 않고 시작해서 긴장감을 더 주는 듯. 뭐 어기면 사지가 찢긴다 아니다 등 어떤 사족도 없이 앞에서 말한 현실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상승효과가 좋음.

3. 괴이는 실루엣만
요즘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다 보니까 ㄹㅇ 작가이신 분들도 오시는 것 같고 확 필력이 높아져서 점점 괴담의 깊이가 깊어지는 건 진짜 좋음. 직접적인 언급 안해도 top50부터 시리즈물까지 그래서 다들 재미있게 보는거임. 근데 굳이 괴이의 정체를 안밝혀도 되는데 밝히는 부분이 있긴함.
예를 들어 외계인 아포칼립스물 같은 경우도 '외계인이 촉수를 뻗어 사람 체액을 죄다 빨아먹더라'는 충분히 묘사가능한 범위임. 또 '이 외계인은 사실 사람이었는데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려고 다른 사람 피빠는거임'도 청자에게 공포를 유발하는 장치로 충분히 사용가능함. 그러면 대체 뭐가 규칙설명이고 뭐가 설정딸이냐? 대충 요약하면 '청자가 관측할 수 없는 부분을 묘사'하면 설정딸이 될 가능성이 큼.
이 규칙서 같은 경우도 보면 '비정상적으로 긴 다리와 관절이 꺾인듯한 무언가'처럼 화자도 청자도 관측할 수 있는 범위에서 괴이를 서술함. 근데 여기서 갑자기 '이 꺽다리는 사실 살인마인데 그 원혼이 어쩌고저쩌고' 나오는 순간 그건 설정딸이 되어버리는거임. 화자도 청자도 관측할 수 있는 부분만 서술하는게 그 선인듯. 근데 그게 진짜 이 괴담을 쓰는 이유다 싶으면 필력을 올려서 괴담 자체의 깊이를 키우면 되긴함.

4. 규칙은 간결하게
이건 뭐 항상 나오던 말이니까 굳이 설명 안해도 편의점 야간 알바하다가 들어오면 안되는 불이 켜졌으면 다시 불을 꺼야지 '세번 절하고 소금물을 입에 머금은 뒤 숨을 1분 45초 동안 참으세욧!' 이럴거임? 귀신같이 생긴 손님이 코앞에 왔으면 군말없이 안내만해야지 같이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겠음?

5. 모순점은 모순되지 않음
단언컨데 즉사트랩은 흥미는 끌 수 있어도 몰입감은 죽여버릴 수밖에 없음. 그래서 오히려 긴장감을 떨어뜨리게 됨. 내가 이입을 안하는데 즉사트랩 밟고 죽든 말든 알빠노?
단순 즉사트랩도 이러는데 대차게 이율배반 규칙들 보면 몰입이 되겠음? 그래서 차라리 이 괴담처럼 모순점을 주되 이질적인 느낌을 줘서 간접적으로라도 이게 페이크라는 짐작은 줘야함. 잠수하는데 산소호흡기 잔여산소량을 가려야 더 빨리 들어가지 아예 산소호흡기를 빼버리면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는거임.



뭐 요즘 갤이 살짝 죽은거 같아서 아쉽기도 하고 오랜만에 고전적인걸 봐서 처음에 규칙괴담을 보고 느꼈던 그 감정들의 원인이 뭘까 생각하다가 끄적여봄. 기껏 괴담 썼는데 욕먹으면 더 기운떨어지잖음. 꼭 긴게 아니더라도 짧은 형식이나 아예 서술방식을 다른관점으로 접근해도 재밌기만하면 되니까 다들 많이 써주고 많이 봤으면 좋겠읍니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