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된 계획들 몇몇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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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꼬는 듯한 목소리로) 


 정보공개청구를 넣어주신 ^_&% 의원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의원실에서 요청하신, ‘집단 무의식에 접근하는 허브의 물리적 실체’에 관한 레포트는 이미 송부했습니다. 그 편으로 보내드렸으니, 직접 시도하시는 걸 말리지는 않겠다만 그들 역시 엄연한 “지성체”라는 관점에서 저희가 대응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실히 하는 바 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더 이상 답변하지 않겠으며, 가용한 주파수 대역으로 다시 한 번 업로드 하겠으니 확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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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청을 가다듬고)


 인간종을 하나의 “지성체”로 간주하는 것이 저희 계획의 대전제였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격’을 상실하여, 공석이 된 의석은 이번 회기가 종료된 뒤에 새로이 선출하는 것이 원칙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잠시 경청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달리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애당초에 저희는 말소된 자료에 접근할 방법이 없습니다. 공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일부를 공개합니다. 


 (다그치는 듯한 소리)


 네, 그렇습니다. 자체적으로 대응방안을 고려하고 계신 점은 감사합니다만, 우주-구름이라는 변수가 있었음을 부정하시는 분은 없을 겁니다. 얽힘을 이용하여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은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높아지는 언성)

 (의장의 중재)


 잘 고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음 회기 때 그 부분은 다시 문의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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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를 띄우며)


 물리적 활동이 중지된 이후에 - 죽음의 개념을 인간종들마다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다소 중립적인 표현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 사유가 이어지는 지에 대한 논쟁은 모든 지성체들의 숙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저희는 최소한 인간종을 상대함에 있어, ‘집단 무의식’의 실체에 대한 정보 격차가 존재하며 그들의 의식 구조에 대한 이해도를 앞서는 점을 이용하여 “자살”을 이용할 계획을 수립한 바 있습니다. 


 이들 역시, 연쇄적인 화학 반응을 통해 이른바 ‘환각’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를 활용할 계획도 수립한 바 있습니다. 이 부분은 아직 인가가 나지 않아, 공개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언급하겠습니다.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여기 계신 의원님들도 모두 알고 계시겠지만, 결국 이 우주에 존재하는 지성체의 말살 중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물리적인 실체를 사라지게 하는 것입니다. 문제라면, 모항성 혹은 모행성 자체에 대한 물리력 행사는 협약에 의해 엄중하게 금지되어 있지 않습니까? '행성계에 대한 간섭'이란 구절의 해석 여부는 각 회기마다 달라져 왔지만, 잠정적으로 합의된 바에 따라 저희는 계획을 진행하였습니다. 


 인간종이 물리적으로 작동하는 기저 환경에 대한 최소한의 공작. 다소 난해하고 모호한 표현, 죄송합니다. 정정하여 좀 더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가 기후-시뮬레이션을 작동시킨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의 모행성에서 인간종 및 그 아종들은 애초에 열을 발산하는 능력을 신체에 갖추고 있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실제로 멸종 위기에 이르렀던 적이 있습니다. 그 계획은 ‘거의’ 성공할 뻔 했고, 저희 의회에서 이례적으로 만장일치가 나왔던 사안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개체수 5만 이하로 줄어든 지성체를 집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생존 경쟁을 통한 공멸도 의도와 다르게 빗나간 부분 역시 있었지만 말이죠. 


 그리고, 이 점에 대해서는 저희 인원들 역시도 내부 회의에서 지적했던 사안이었던 바. 보고의 의무가 닿지 않는 선에서 선조치를 이어 왔음을 다시 한 번 확실히 하는 바입니다. 


 (적당한 수분을 섭취한 뒤)


 자.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자살”을 어떻게 이용하려 했는지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드리는 바입니다. “자살”이란 행위는, 의회에 계신 의원님 여러분 모두가 동의하기 힘든 개념임은 분명합니다. 애당초에 ‘격’의 상실로 인한 의석수 감소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던만큼 인간종에 대한 깊은 이해를 요구하는 이번 회기의 흐름이 당혹스럽게 다가올 법합니다. 


 (3초 침묵)


 인간종은, “자살”하는 지성체입니다. 이들은 공통된 정치 체제 및 문화를 향유하지 못 했고, 자신들의 모행성의 모든 지형적, 기후적 환경을 뛰어넘은 단일 공동체를 형성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해가 안 가실 수도 있겠습니다. 왜 활용하지 않은 것이지? 그렇습니다. 그들이 활용하지 못 한 것은 우연입니다. 집단 무의식을 형성시킨 것은 우연의 산물인 셈입니다. 각각의 개체가 가지고 있는 의식 구조를 통합하지 못한 채로 진화해왔기 때문에… 


 (침을 삼키며)


 저희 역시도 쉽지 않았습니다. “자살”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준비해 온 스크립트를 꺼낸다)


 그들은 물리적으로 상당히 취약합니다. 

 스스로를 상처입힐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진화 과정에서 내재되어 온 공격성을 상당수 천천히 제거해왔지만, 

 그들의 종잡을 수 없는 행동과, 그로 인한 파국을 목격해 온 저의 결론은 

 인간종 자체가 스스로 “자살”할 수도 있겠다. 

 라는 하나의 가정입니다. 


 우리의 계획이 최초로 구상된 계기가 된 보고서 중 일부입니다. 이 요원은 현재 불행하게도 인간의 집단 무의식에 사로잡혀 “동화”되고 말았습니다. 인간종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뛰어났던 요원들의 공통점은 결국 격의 상실을 뛰어넘어 “동화”되고 말았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간접적으로 가공된 정보를 접하는 우리와 다르게 인간을 가까이서 접하게 되면, 그들 특유의 파장에 사로잡히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 역시도 가능한 상태입니다. 


 이후 파견하는 요원들은 모두 대체 가능한 자원으로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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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자살”이라는 개념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 그리고, 해당 요원이 보내 온 ‘인간종 자체가 스스로 자살할 수도 있겠다’는 가정을 접하였을 때.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떠올렸습니다. “집단 무의식이 인간에게 명령할 수 있는 ‘격’이 있는가?” 없습니다. 인간의 행동양식은 엄연한 지성체로서, 저희만큼이나 복잡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라면, 거듭 강조드리다시피, 이들은 몇십 억을 상회하는 개체수 각각이 가지고 있는 의식 구조에서 파생된 ‘집단 무의식’을 통제하지 못 합니다. 


 그것이 가능했더라면… 의회의 한 일원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가정이 보고서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통제되지 않는 집단 무의식’이 발현하는 ‘격’은 재앙이나 마찬가지임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5초 침묵)


 그래서 “자살”에 하나의 가능성을 두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인간종을 자살시킬 수 있겠는가? 애초에 이들이 모행성 및 모항성계의 모든 에너지를 변환하여 활용할 수 있는 문명을 일궈내기 전에, 집단 무의식의 통제에 성공할 수 있겠는가? 이미 |의회|에 포착이 되었고, 그들의 파장간섭이 의석의 공백에 원인이 된 시점에? 


 애석한 점이라면, 우주-구름 때문에 우리가 계획의 완성을 확실하게 확인하지 못 한 사이 분명 ‘최초의 자살’이 있었을 거란 말입니다. 의원님들, 하지만 제가 오늘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계획이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희는 “자살” 역시 ‘집단 무의식’에 일부로 침투시켰을 때 인간종들이 스스로 자살을 통해 개체수를 감소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계획을 실행한 바 있습니다. 


 자살에도 전염인자가 있지 않겠느냐는 가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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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한된 구역을 두고, 비슷한 생활반경 및 환경을 공유하며, 일시적으로 ‘암울한’ 상황을 조성한다면 그 공간 내에서 연쇄적으로 자살하는 결과를 여러 번 확인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변수는 ‘암울함’의 정도와, 각 개체들이 얼마나 밀접한 관계성을 지니고 있는지 였습니다. 


 (다음 슬라이드를 띄우며)


 물리적인 피해를 입었을 때, 자연스럽게 의식 구조에 영향을 받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당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요원은 불행히도 인간종이 구축한 자체적인 사법체계에 의해 제거되었습니다. 그가 유난히 공격성이 강한 인간 개체로 위장했던 점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요? 


 마찬가지로, 이를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인간종을 상대하는 저희의 고충이 다시 드러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들은 집단 무의식의 통제 및 통일, 합일을 이루지 못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각 개체의 의식 구조는 유전적 다양성을 능가하는 다양함을 보여줍니다. 즉, 동일한 외상에 대해 각각 입는 영향이 다릅니다. 


 이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진행했던 몇몇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자살할 개체는 자살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개체는 자살이 아닌 물리적인 한계로 인해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한 개체의 주변에 관계를 맺고 있는 개체에게 의식 구조를 파괴시킬만큼의 영향을 주기는 커녕, 그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경우 역시 다소 존재한다.”는 기묘한 결론뿐이었습니다. 


 (어깨-라고 부를 수 있는 부위-를 으쓱하며)


 자살에는 전염인자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었습니다. 모든 인간종을 자살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수립하여 진행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이들의 모행성의 70%이상을 커버하는 전장을 펼쳤던 사례에서 역시, 자살로 인한 개체수 감소보다는 순수한 물리적,화학적 요인에 대한 감소가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지성체가 공유하는 특징이겠지만, 세대 별로 외부 요인에 의한 유의미한 개체수 감소가 일어난 경우에, 다음 세대에는 폭발적인 증가가 일어납니다. 인간종의 경우에는 그들이 상시 발정기라는 점이 저희에게는 일종의 재앙이었습니다.


 휴정 뒤에 다시 보고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