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사형선고를 받은 직후였습니다.

저를 축축하고 퀴퀴한 감옥 안에 가둔 간수들이 지껄였습니다.
저는 아주 높고 기다란 탑을 오를 것이라고요.

처음에는 헛소리인줄만 알고 무시했지만, 실제로 그 하늘을 찌를듯이 우뚝 선 탑을 마주하니 그제서야 어젯밤 뇌리에 희미하게나마 남은 간수들의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분명, 꼭대기까지 오르면 신의 뜻으로 면죄부를 준다고 하던가요.

참으로 어리석은 자들입니다. 저는 높은 곳 오르기를 무서워하지 않고 힘도 아주 강하며 무엇보다 평소 등산을 좋아하여 이따위 탑쯤은 단숨에 오르리라고 장담했습니다.

탑에 오르려니 간수가 내게 가방 하나를 건냈습니다.
탑은 아주 높고 가파르니 탑을 오르려면 도구와 여분의 식량이 필요할거라고요.

저는 흔쾌히 그것을 받아들고 탑을 올랐습니다.
가방이 더러운 상태로 방치되어있어서 그런지 가방 안의 식량을 노리고 벌레와 쥐가 꽤 들어있는 모양이었지만 옛날 아편굴에 지내던 시절에 비하면 이쯤은 더러움의 한축에도 끼지 못합니다.

오르고, 또 오르고.
벌레가 반쯤 파먹은 듯한 비스킷을 씹으며 마음을 다졌습니다. 이다금씩 탑 위에서 아래를 보자면 금방이라도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그도 잠시일 뿐입니다.

탑을 중반쯤 올랐을까요.
놀랍게도 가방을 채운 비스킷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남은 비스킷들의 크기가 더 커진 기분이었습니다.

바닥을 뒤져 가장 온전한 형태의 비스킷을 들어보니 확실히 제 손가락 한 마디보다도 더 컸습니다.

탑을 또다시 더 오르고, 이전의 비스킷이 이번에는 마디 세개 만큼이나 더 커졌을 때, 저는 마침내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요술이 걸린 비스킷을 가지고 오르던 것입니다.

이따위 저주받은 비스킷을 제 가방에 넣어둔 목적은 명확했습니다. 식량이 부족한 여건상 제가 탑 꼭대기까지 오르려던 것을 막기 위해 계획했겠지요.

나는 곧장 가방에 들어있는 비스킷들의 일부를 버렸습니다.

또 얼마나 올랐을까요?
비스킷은 한계를 모르고 커져, 계속해서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저는 그런 상황이 올때마다 가방을 꽉 채운 비스킷을 반쯤 버렸습니다.

허나 이상하게도 가방의 무게는 줄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저 어련히 요술에 걸린 가방이겠거니 생각하며 인내하면서 탑을 올랐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탑의 꼭대기에 도달하였을 때.
조그마한 깃발이 보였습니다. 간수의 말에 따르면 저 깃발을 가져와야지만 면죄부를 준다고 했습니다.

저는 곧장 깃발을 뽑고 그것을 가방에 넣으려 했습니다. 아무래도 탑이 너무나 높다보니 저런 거추장스러운 깃발을 손에 들고서 험준한 탑을 내려가기란 위험천만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왜일까요.
깃발을 집어넣기 위해 연 가방 안에는 한계를 모르고 커지던 비스킷은 온데간데 없고, 그 대신에 굶주린 눈빛으로 절 쏘아보는 사람만한 크기의 시궁쥐 한마리가 보였습니다.

아아.
탑을 오르면 오를수록 크기가 커지던 비스킷, 비스킷을 버렸지만 무게는 달라지지 않던 가방...

아무래도, 요술에 걸린 것은 비스킷이 아니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