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겨우 글을 한편 다 써냈다.

이번엔 고생한 만큼 빈틈없는 글이라고 자부한다.


규칙서 말머리를 체크하고, 글을 올린다.


오탈자가 없는지 대충 확인한 후,

뿌듯한 마음으로 오랜만에 편안하게 잠을 청했다.


다음날, 휴대폰을 열어보니 알림이 딱 하나 와 있었다.


꽤나 잘 쓴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댓글이 하나만 달린 것이다.

내심 당황한 나는 알림을 눌러 확인해 보았다.



[삭제된 글 입니다.]



당황스러웠다. 이내 내심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

대체 내 글이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글을 지웠단 말인가.


구글에 검색을 해보니 신고를 받은 운영자가 지운 것이

아닌 이상, 매니저의 삭제는 내역이 남는다고 한다.


갤러리 정보로 들어가 갤러리 삭제 내역을 확인한다,



[갤러리 관리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갤러리입니다.]



어이가 없었다. 자기들 마음대로 글을 지우고서는

그 내역도 공개하지 않겠다는건가?



주저리 주저리 공지를 써 놓았고 그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거라면, 무엇이 부끄러워 내역을

감춘다는 말인가, 그야말로 내로남불 이었다.



추천 수 100도 채 넘기기 힘든 갤러리에

무슨 공지사항이 저리도 많이 있는것일까.



있는 고생 없는 고생 다 해가며 겨우 겨우

완성한 내 소중한 규칙서가 사라진 것 이다.



임시 저장했던 글을 불러와 업로드하면

기존의 임시 저장 분량은 사라지게 된다.



이젠 다시 그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걸 적어봐야 의미가 없다.



도대체 내 글이 뭐가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정치? 아니다. 지금 대통령이 누군지도 잊었다.

분탕? 아니다. 누가 어그로를 이렇게 끄는가.

급식? 졸업한 지가 대체 언제인지.


짜증이 난다. 공지를 확인해보니 신문고가 있었다.



신문고에 내 억울한 심정을 담아 댓글을 썼다.



답장을 기다리며 먼지가 가득 쌓인 집을 청소했다.

청소를 어느정도 마무리하고 신문고를 확인했다.



내 댓글만 삭제되어 있었다.



억울하다. 내가 차단을 당할 짓을 했던가?



대체 내 글에 무슨 불쾌한 요소가 있다는 것일까.

글 내용을 떠올려 본다.

오랜 시간 작성해 온 글이라 대부분이 떠오르긴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규칙서다.




충실히 따르기만 한다면 생존에 도움을 주는 규칙서.








난 그제서야 깨달았다.





탈출 지도의 존재가 제일 불쾌할 사람은...



당연히 미로의 설계자다.



그래, 언어를 모른다면 그런 규칙을 만들리가 없지 않은가,

사람을 속이기 위한 악의에 찬 규칙을 쓸 수 있을리 없다.



그들은 이미 우리 곁에 있었다.



자신들의 세계로 끌어들여도 생존해 버린

나 같은 사람의 기록이 남지 않게,


생존자들의 수기가 무방비로 퍼지지 않게,

쉼터를 마련해 두고 있던 것이다.


그곳에서 실재하는 규칙을 적어둔 글을 파기한다.

그리고 거짓 된 글들만 엄선해 퍼트린다.


그들은 그들의 존재를 인지한 사람만을 끌어 들일 수 있다.

자신들을 알릴 글도, 살아남은 생존자의 수기도,

모두 한번에 관리 가능한 이곳은 그들에게 최고의 사냥터다.




그들은 이미 이곳에 있다.



누구인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그들 중 하나는..




너희들 중 하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