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 재난 문자 ]


서울특별시 전 시민 대상 발송 반드시 읽을 것


현재 서울은 특수 재난 사태가 선포된 상태입니다 다음을 반드시 지키십시오.


1. 집 안에 있다면 재난 종료 문자나 알림을 받기 전까지 집 밖으로 나오지 마십시오.

2. 밖에 있다면 반드시 실내로 이동하십시오.

3. 실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십시오. 접촉은 신체 접촉 및 음성 교류 또는 눈맞춤을 모두 포함합니다.


지키지 않을 경우 신체 손실 정신 이상 영구적 고통 환각통 등의 심각한 불구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 안내 문자를 무시하지 마십시오.






12월 24일 월요일


엄마 아침에 나갈 때 소리 질러서 미안해 진심 아니었어

낳아줘서 고마웠고 혼자서 기르느라 고생했어

엄마 너무 무서워 죽기 싫어 근데

사랑해 너무 보고 싶어


오후 11:42






12월 24일 월요일


야 뭐냐 지하철 정전 됨


K-지하철 수준 ㅉㅉ


? 뭐냐 문자 전송 실패라는데


아니 인터넷도 끊기나


어 지하철 멈췄다.


와 밖에 씨발 뭐야


씨발 야


아니


ㅏㅏㅡㅜㅡㅡㅡㅏㅏ


오후 11:53






12월 24일 월요일


자기 이제 술 다 먹고 이제 들어가고 있엉 좀 취해서 연락 못할까 봐 미리 문자해용


근데 뒤에서 누가 따라오는 거 같아 조금 무섭당 ㅎ


오후 11:25


오빠 어디야? 잠깐 와주면 안돼? 지금 진짜 무서운데


웬만하면 착각이겠거닣 ㅏ 겠는데 이건 진짜 너무 무서워


발소리 박자가 나랑 똑같아 내가 어떻게 바꿔도 똑같이 걸어


오빠 전화 좀 받아봐 왜 연락이 안 돼


오후 11:26


오 빠뭐해나좀데리 러올 수있 어!


오후 11:31






12월 24일 월요일


롤 들어오셈


아 씨이발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롤이나 쳐하네


뭐냐 문자 왜 안 보내짐


섹스


섹스 섹스


아 섹스 하고 싶다


섹스 존나 하고 싶다 씨발 섹스 섹스


? 이건 왜 보내짐


또 안 보내지네 ㅅㅂㅋㅋㅋㅋㅋㅋ




그렇게 하고 싶어?




? 존나 하고 싶죠 시발


어디 하늘에서 존나 예쁜 사람 하나 안 떨어지나


뭐야 씨발


아 ㅇ뭐 이게




오후 11:59






12월 24일 월요일


예 과장님 요청하신 자료 방금 다 보냈습니다.


과장님 요청하신 자료 방금 다 보냈습니다.


왜 안 보내지지


과장님


과장 대머리새끼 크리스마스 이브에 마감하라고 개인 연락 하는 게 맞아 이게? 좆같은 회사 진짜 빨리 때려 치고 싶다


과장님 이게 왜 보내지지 진심 아닌 거 아시죠? ㅎㅎ


애미 씨발 이건 왜 안 보내져


ㅋㅋ 좆됐네


오전 00:04






12월 25일 화요일


야 오수아 올 때 치킨 좀 사오셈


저번처럼 좆같은 뿌링클 말고 쌀향 그득하고 배까지 든든한 김미바삭으로 싸악 어?


막 와 막 존나 바삭해서 그냥 입안이 싹 녹아버릴 그런 어?


대 미 바 삭


뭔 전송되지 않음이야 개수작 ㄴㄴ


어 진짜네


뭐지 왜 안 보내지지


오전 00:12


야 오수아 전화 왜 안 받냐


오전 00:14


너 집 오고 있지?


오수아 씨발 어디냐고 너 학원 갔다 오는 길 맞냐?


오전 00:15


이거 보는 대로 바로 엄마한테 전화해라 빨리


제발 살아만 있어라 제발


오전 00:30






12월 25일 화요일


오빠 치킨 ㄱ?


내가 오늘 진짜 길거리 캐스팅 당할 정도로 귀여우니까 돈은 당연히 오빠가 내고 ㅎ


아 어떡하지 집 가는 길에 연예인 되는 거 아님?


하 집 못 들어가면 아이돌 연습 생활 시작한 걸로 알고 있어


어 안 보내지네


야 오지석 대학 잘 간 거 말고 잘난 거 하나도 없는 근돼야 치킨 좀 시켜 놔봐라 존나 여신님 집 들어가는 중이니까


오전 00:12


오빠 집이야?


좀 무서워서 그러는데 데리러 올 수 있음? 전화 좀 받아봐


사람들이 뒤로 걸어 다녀 존나 무서워 진짜로


내가 웬만하면 이런 말 안 하잖아 좀 데리러 와봐


제발 오빠 제발 진짜 제발


오전 00:19


오빠 있잖아 혹시 이 문자 받거나 나중에라도 확인하면 꼭 엄마한테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해주고


아빠한테는 연락 자주 못해서 미안하다고 전해줘 그동안 억지로 미대 가겠다고 땡깡 부려서 미안해


다음 생에도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날게 사랑해


고마웠어 오빠


오전 00:25




다음 같은 건 없어


오? 49:11






12월 24일 월요일


지하철 오늘 사람 왜 이렇게 많아?


진짜 크리스마스라고 사람 엄청 많은 거 봐


아니 뭐 크리스마스 때 같이 안 있어준다고 꼬장 부리는 건 아니고


그냥 보고싶다구 ㅎㅎ


근데 사람 너무 많다 이제 문자도 못 보내겠어 완전 몸에 딱 붙여서 문자 보내는 중


오후 11:45


사람들 왜 안 내리지


계속 타기만 하는 거 같아 이제 좀 숨 막힌다


내리고 싶어 ㄱ냥 택시 타야겠다


오후 11:47


아니 사람들이 안 비켜줘서 내릴 수가 없어 지하철이 이상해


오후 11:49


사람들이 살려 달라는데 계속 사람들이 타


숨 막혀


오후 11:50


오빠 사랑해


오후 11:59






11월 24일 월요일


중사 유준혁 특수 재난 사태 발생 확인했습니다.


괴현상 피해 규모 확인 되지 않습니다. 최소 구 단위로 일어나는 괴이 현상으로 보입니다.


피해 규모 매우 높으므로 괴현상 탐사보다 피해자 구조 작업 우선시하겠습니다.


오전 11:01


안 보내지네 옘병


오전 11:02






12월 24일 월요일


계단으로 올라가는 중


맨날 엘리베이터만 타면 살찐다니까 이렇게 계단도 한 번 타 주고 그래야지


근데 너네 집 계단 이렇게 높았나? 존나 힘드네


오후 11:34


나 벌써 취했나 봐 아까도 4층이었는데 또 4층이네


취한 거 아닌 거 같은데 내려가도 4층이고 올라가도 4층이야 개 무서워


오후 11:35


여기 뭔가 이상한데 이게 이럴 리가 없는데


오후 11:36


계속 올라가야 해


올라가야 해 달라지지 않아도 계속 올라가야 해


뒤에서 소리가 들려 올라가지 않으면 잡힌다


올라가야


오후 11:44






12월 24일 월요일


우리 역할맥 지은이랑 예선이 있음 얼른 오셈


어 문자 안 보내지네


안암역 역할맥으로 와


안암역 역할맥


아이 씨발


오후 11:10


역할맥이었는데 분위기 뭔가 좀 이상해서 옮길 듯?


사람들 개 많은데 갑자기 존나 조용해짐 원래 역할맥 개시끄럽잖아


존나 소름끼친다


오후 11:15


아니 야 역할맥으로 사람 좀 불러봐


우리 방금 옮기려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사람들 다 쳐다봐서 그냥 앉음 존나 무섭다


지은이 거의 울려 그러는데 시끄럽게 하면 또 쳐다볼까봐 무서워서 울지도 못함


제발 씨발 빨리 좀 와봐 나도 존나 무섭다


오후 11:17






12월 24일 월요일


여보. 집에 가는 길인데 택시 기사 님이 길을 잘못 드셨네.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고 있어.


오후 11:30


택시 기사님이 조금 이상하시네 말씀도 없으시고 툭툭 쳐도 꼼짝도 안 하신다.


오후 11:35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는데 평생 살면서 대한민국에서 본 적 없는 동네인 건 확실한 거 같네.


오후 11:37


여보 나 먼저 하늘나라로 올라가요. 건강하게 잘 지내.


오후 11:54




12월 24일 월요일


은혜야 나 LP관 앞인데 잠깐 볼래?


오후 11:00


아니 오지마 절대로 여기 근처에 얼씬도 하면 안 돼


왜 안 보내져 이게 왜


은혜야 절대로 오면 안 돼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제발 오면 안 돼


제발


오후 11:30






12월 24일 월요일


우진아. 서울 올라왔는데 사람들이 엄청 많구나. 넓고 복잡하기도 하고. 길 찾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야.


오후 11:12


우진아. 서울 사람들은 이렇게 말이 없니? 사람들 붙잡고 길을 물어도 아무 말도 하질 않는구나.


오후 11:17


우진아.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나 보다. 거긴 괜찮니? 괜찮아야 할 텐데 전화를 안 받으니 이 어미가 걱정이 된다.


오후 11:20


우진아. 이 어미가 오늘로 끝인가 보다. 내 아들로 태어나 준 덕분에 이 어미가 행복하게 한 평생 보냈다.

다음 생에 하늘님이 자식을 고를 기회를 주신다면 나는 또 너를 낳겠다 하고 싶구나.

이 어미 없이도 꿋꿋하게 잘 살아야 한다. 세상 그 무엇보다 사랑했단다.


오후 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