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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요즘 이런 거 물어보면 꼰대라고 한다며? 요즘 사람한텐 답하기 좀 불편한 질문이었지?

에이 에이 됐어. 사연 없는 무덤 없는 없다고, 나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아니야"


보름달이 환하게 뜬 것을 확인한 택시 운전사는 오랜만의 손님이 반가운 듯 말을 이어갔다.


"아 있지. 여기 기사들. 신기하게 성씨가 다 다르거던? 그래서 우린 서로 김씨, 박씨, 최씨, 신씨•• 이렇게 불러. 난 최씨고."


최씨는 투명한 생수병 뚜껑을 열어 한모금 목을 축였다.


"여기 살다 보면 알겠지만 이 동네 보통 사람이 일 할 만한 데가 아냐.

오줌 지리고 혼절하는 건 기본이고, 죽어나가고 실종되는 건.. 어휴 말도 말아.

그래도 살아보자고 나름대로 규칙이나 매뉴얼 같은 게 생겨났고."


최씨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이내 말을 이어나갔다.


"뭐 익숙해지면 아무렇지도 않지. 우리들은 보통 매일 시작하기 전에 한번 씩 읽고, 외우고 그렇게 일 하는 거거든"


어느 새 유리창 밖으로 조용한 도시의 밤 풍경이 지나가고 한적한 도로가 펼쳐졌다.


"오늘 따라 유독 도로가 조용하네. 아 그래. 이거 뭐 누구한테 말 해도 상관은 없다던 데,

들으면 다들 흥미 있어 하거든? 갈 길도 먼데 잘 됐네. 한번 들어보셔"


첫 번째. 보면 알겠지만 여기 택시는 미터기가 없어. 불법 아니냐고? 맞아 불법.

근데 신고도, 단속도 하려고 하질 않아서 상관없어 여긴 그게 당연한 거야.

요금은 적당히 받으면 돼. 어차피 시에서 보조금이 엄청 나와서 그걸로 먹고 사는 거지.


두 번째. 손님이 탑승하면 룸미러로 누가 탔는지는 꼭 봐. 뒤돌아서 보진 말고.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으면 목적지도 묻지 말고 그냥 입 꾹 닫고 5분만 달려서 한적한 도로에 차 세우고 도착했다고 해.

그 날은 더 운행 안하고 운행 종료 때리고 집에 가서 쉬어야돼.

솔직히 한눈에 구분하기는 힘들지. 껄끄럽기도 하고.

뭐 말 한 두 마디 섞어보고 계속 대답도 없고 뭐 움직임도 없으면 그땐 구분하기 쉬워.


세 번째. 해 지면 버스 뒤에 붙어서 가면 안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어딘지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가거든.

차도 못 돌릴 정도로 길도 하나 뿐이고.. 네비도 먹통 되거든.

어디냐고? 그건 나도 몰라. 예전에 여기.. 윤씨라고 있었는데.

자긴 그런 거 안 믿으니까 한번 따라가 본다고 큰소리 치고 아직 못 돌아왔어.

아 그리고, 여기 바로 옆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손님은 절대 태우면 안돼.

거긴 이름도 없는 데다가 거기 있는 손님은 무조건 그 버스 타야 돼.

만약에라도 그 손님 태우면 그 순간부터 앞뒤로 버스가 한 열댓대는 보일 테니까.


네 번째. 가끔 있는 일인데. 낮이든 밤이든, 손님 태우고 운행 하다가 계속 같은 자리만 빙빙 도는 것 같으면 일단 차 세워.

뒤는 돌아보지 말고. 손님한테 차에 문제가 있어서 다른 택시 보내드린다고 정중하게 말씀드리고 내려드려.

뭐. 노잣돈으로 쓰시게 택시비는 안 받아.


다섯 번째.. 음... 있지? 우리도 화장실은 가야 하거든.

인근 상가에 차 세워놓고 들어가서 해결하거나 조용한데 가서 해결 보면 돼.

근데 차에 다시 돌아오면 가끔 조수석에 누가 타 있을 때가 있어.

문 잠그고 내렸는데 어떻게 탔는지는 궁금해하지 말고 침착하게 차에 타야 돼.

아. 옆에는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면서 이 차가 아닌데 잘못 타셨다고 해. 바로 내릴 테니까.


여섯 번째. 우린 현금만 받아. 여기 손님들 대부분은 알고 있는데

딱 봐도 외지인같이 발랄해 보이면 현금 전용 택시라고 안내해 주면 돼.

가끔 처음 보는 이상한 동전 받았을 때 있거든. 그땐 바로 회사에 돌아와서 자판기 옆에 있는 교환기에 넣어.

신기하게 생겼다고 가져가거나 손님한테 다시 주면 큰일 나거든.


일곱 번째. 차에서 뭐 먹거나 음식물을 들고 타면 안돼. 아~ 물 정도는 마셔도 돼.

왜인지는 나도 모르겠는데 자기들 제사상 차려주는 거라고 생각하나 봐? 먹고 정신 차려보면 사방이 깜깜해진대나.

가끔 포장해서 음식물 들고 타려는 손님은 정중하게 거절하면 돼.

운행 중에 차가 점점 무거워진다 싶으면 손님한테 뭐 먹을 거 들고 있냐고 물어보고.

있으면 창문 내려서 던지라고 해. 싫다고 하면 뭐 그대로 차 세우고 내려드리고.


여덟 번째. 일 하다보면 손님하고 대화도 하고 그렇잖아. 우리야 뭐 낯선 사람하고 얘기하는 재미로 하는 사람도 있고..

가끔 죽 잘 맞는 손님 만나면 진짜 친구 삼고 싶은 생각도 들거든. 대화는 나누더라도 정신만 똑바로 차려야돼.

어느 순간 손님 목소리인지 네비 목소리인지 헷갈리게 만들거든.


최씨는 목이 타는 듯 병 뚜껑을 열어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뭐..대충 이 정도? 이렇게 우리끼리 나름대로 근무 수칙을 정해서 근무를 하는 거거든.

무섭긴 해도 시에서 뭐, 보조금을 엄청 주니까 하는 거지. 잠깐 방심하고 막 그러면.."


빠르게 달리던 택시가 브레이크를 힘껏 밟은 듯 급하게 멈춰섰다.

물병을 잡은 최씨의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하..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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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는 아주 천천히, 서툴지만 자유롭게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