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입사하신 분 맞으시죠?
반갑습니다.
이름이... 승훈씨?
앞으로 일하면서 자주 뵙게 되겠네요.
김민철이라고 합니다.
회사에서 대충 이야기는 전해 들었습니다.
같이 다니면서 일에 적응하실 때까지 이것저것 알려주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말주변이 있는 사람은 아니라 좀 난처하네요.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허허.
이전에 이 일을 접해본 적이 있으실까요?
하긴 좀 특별한 일이라 경력이 없는 게 당연하겠군요.
뭐 흔히 고독사 특수청소업체라고 하면 그렇게 인식 좋은 직종은 아닙니다.
직종의 이름만 들어도 무겁잖아요.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혼자 살다 쓸쓸히 죽은 사람 치우는 일.
사후 처리업자. 시체 청소부. 그게 우립니다.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대한민국 사회에서 하루에 평균 5명은 아무도 모르게 죽는다는 사실.
그렇게 쓸쓸하게 떠난 분들 마지막으로 존엄성 지켜주는 게 우리 역할입니다.
나름 사명감을 갖춘 전문직이라고 할 수 있지요.
아, 사명감이 없으면 돈을 보고 일해도 됩니다.
원래 장례 관련된 사업이 보수가 괜찮거든요.
장례지도사나 장의사 같은 직업처럼 이 분야도 점점 커질 테니까요.
아무튼 업무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크게 세 가지 파트로 나뉩니다.
특수청소, 유품 소각, 행정 및 상속 관련 법률 서비스 연계.
행정이랑 법률 서비스 연계는 회사에서 알아서 하는 부분이고 우리 같은 현장직은 고인이 거주하던 집안 정리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시신 오염된 부분 제거하고, 묶어서 처분하고, 집 청소하고, 벌레 제거 및 탈취 작업하고, 인테리어 복구시키는 일 말이에요.
회사에서 그래도 특수청소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공부시키고 보낸다고 하던데 맞나요?
좋네요. 우리 때는 무조건 눈칫밥이었는데 허허.
특수청소야 뭐 따라다니면서 배우면 되는 건데, 사실 유품 소각이 까다로워요.
오늘 들어온 건이 마침 그 까다로운 건 같으니 관련해서 이야기 좀 나눕시다.
승훈씨 오기 전에 오늘 회사에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어요.
아파트에 세입자가 죽었는데 토막 살인이다. 앳되어 보이는 여자인 것 같은데 피가 여기저기에 뿌려져 있는 것이 심상치 않다. 피로 별 모양이 그려져 있다. 외부에 출입 흔적은 전혀 없다.
섬뜩하죠?
아주 가끔 이런 건들이 있어요.
우린 경찰하고도 연계되어 있으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듣게 되는데 듣다 보면 뭔가 이상한 건들.
자 생각해 봅시다.
토막 살인인데 외부에 출입 흔적이 없어요.
일반적으로 본다면 둘 중에 하나겠지요.
아직 그 집에 범인이 숨어 있다.
아니면 여자가 자신의 신체를 스스로 잘랐다.
그런데 둘 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전자면 시대가 어느 때인데 경찰들이 발견하지 못했을 리가 없고,
후자면 여자가 과연 그렇게 힘이 강할 수 있을까요?
성인 남자도 스스로 신체를 자르기 힘들 것 같은데 말이죠.
이 경우 답은 하나밖에 없어요.
귀신이다.
지금 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냐 싶겠지만.
우리 같이 죽은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은 그 존재를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하기가 어렵지요.
특히나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더더욱 말이에요.
제 촉과 경험이 말합니다.
그 집에 지금 뭔가가 엮여있어도 단단히 엮여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엮여있는 걸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 집에는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겁니다.
그런 고리를 끊어내 주는 것도 우리 역할이고요.
말했잖아요. 장례 관련된 사업이 보수가 괜찮다고요.
보통 우리가 작업에 들어가면 당일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이 건도 최소 며칠은 넉넉하게 몰두하며 볼 일으로 보이네요.
우선 작업 기간 동안 청소를 하며 원인을 파악해 볼 생각이에요.
여자가 죽은 이유는 무엇일까?
여자를 죽게 한 것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어떻게 성불을 할 것인가?
성불 후 어떻게 유품을 소각할 것인가?
이해하겠죠?
그런데 이번 건은 솔직한 심정으로 승훈씨는 빠져줬으면 좋겠네요.
오해하시면 곤란한 게 일을 알려주기 싫다 그런 건 아닙니다.
명령도 아니고 부탁에 가깝고요.
이유는 두 가지 정도 말할 수 있겠네요.
1번. 신입이 트라우마 걸리기 딱 좋은 케이스다.
2번. 미숙한 사람과 일을 하다간 둘 다 위험해질 수 있다.
저도 일단 살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허.
회사에는 승훈씨와 함께 작업을 처리하고 있다고 보고하겠습니다.
그러니 승훈씨도 전화가 오면 그렇게 일러둬요.
그동안 교육받는다고 고생했을 건데 생각 정리도 좀 하고, 좀 쉬고 그래 보고요.
어렵지 않죠?
역시 젊으니 이해가 빨라서 좋네요.
혹시나, 만에 하나 문제가 생겨 도움이 필요하면 승훈씨한테 먼저 연락을 할게요.
부르면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너무 멀리 가 있진 말고요,
알겠죠?
---------------------------------------------------------------------
[문자 메시지]
승훈씨.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아파트로 와요.
부탁입니다.
나는 움직이지 못합니다. 말을 할 수조차 없습니다.
집안을 청소하면서 그 여자 핸드폰을 발견했습니다.
사진을 보냅니다.
부디
친애하는 산타 할아버지께,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겨울입니다.
저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이 있어서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어요.
저는 다리를 가지고 싶어요. 다리를 가질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노력했어요.
부모님 말씀도 잘 듣고 늘 웃으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가끔은 나쁜 행동을 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이번 크리스마스에 착한 아이 리스트에 들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돼요.
만약 제가 착한 아이 리스트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나쁜 아이 리스트에 들어가게 될까요?
만약 그렇다면, 저는 너무 속상할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산타 할아버지, 이번 크리스마스에 제가 받고 싶은 선물을 꼭 주세요.
그리고 착한 아이 리스트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겨울이가.
호 호 호! 겨울아 반갑단다!
이 산타 할아버지는 겨울이의 편지를 받고 참 마음이 따뜻해졌단다.
착한 아이가 되고 싶다는 겨울이의 마음씨가 할아버지가 사는 곳까지 느껴지는구나.
주소를 찾기가 참 어려웠을 건데 이렇게 편지를 보내줘서 참 고맙단다.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단다.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노력하다 보면 꼭 이루어질 거야.
겨울이가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할아버지도 참 기분이 좋아질 것 같구나.
그렇게 된다면 할아버지가 겨울이의 소원을 들어줄게.
응원한단다.
그럼 그때까지 메리 크리스마스!
산타클로스로부터.
친애하는 산타 할아버지에게.
할아버지, 너무너무 감사해요.
이번 크리스마스에 저에게 주신 선물은 정말로 특별했어요.
제가 오랫동안 소망하고 바랬던 것이었거든요.
할아버지 덕분에 저는 걸을 수 있게 되었어요.
이제는 더 이상 휠체어에 의지하지 않아도 돼요.
제가 가고 싶은 곳 어디든지 갈 수 있게 되었어요.
저는 그동안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겪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어요.
할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선물은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저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주신 것이에요.
할아버지, 저에게 단 하나의 바램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리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어요.
할아버지,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이번 크리스마스는 저에게 정말로 특별한 크리스마스였어요.
앞으로도 계속 착한 아이로 살도록 노력할게요.
겨울이가.
호 호 호! 겨울아 반갑단다!
이 산타 할아버지는 겨울이의 편지를 받고 참 마음이 따뜻해졌단다.
착한 아이가 되고 싶다는 겨울이의 마음씨가 할아버지가 사는 곳까지 느껴지는구나.
주소를 찾기가 참 어려웠을 건데 이렇게 편지를 보내줘서 참 고맙단다.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단다.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노력하다 보면 꼭 이루어질 거야.
겨울이가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할아버지도 참 기분이 좋아질 것 같구나.
그렇게 된다면 할아버지가 겨울이의 소원을 들어줄게.
응원한단다.
그럼 그때까지 메리 크리스마스!
산타클로스로부터.
할아버지.
너무 끔찍한 일이 일어났어요.
제가 걸을 수 있게 된 건 참 감사한 일인데.
왜, 왜, 저희 가족들의 다리가 사라진 거죠?
왜 저하고 가까운 사람들의 다리가 죄다 사라지게 된 건가요?
어떻게 이렇게 끔찍한 일이 생길 수 있는 건가요?
덕분에 제 삶은 엉망이 되어 버렸어요.
할아버지 부탁이에요, 소원으로 인해 잃은 다리들을 되돌려주세요.
제 다리를 다시 가져가셔도 좋아요.
부탁드려요.
부탁드려요.
부탁드려요.
제발.
제발.
제발.
호 호 호! 겨울아 반갑단다!
오해가 있었구나.
안타깝게도 한 번 이루어진 소원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어떠한 절차가 필요하단다.
할아버지가 대신해서 해주고 싶지만 너도 알다시피 할아버지는 너무 바빠서 말이다.
네가 너무 절박해 보여 도움을 주겠다.
되돌리는 마법을 편지에 걸어둘 테니 절차를 따라 그리해보거라.
1. 이 편지를 인식하고 나면 그때부터 단 하루 동안만 산타의 힘이 깃든단다. 힘을 받았다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것이 이치니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생각은 하지 말거라. 부디 건투를 빈다.
2. 집에 예쁜 트리를 준비해두거라. 트리의 가격보다는 얼마나 정성을 들여서 꾸며 놓았는지가 중요하단다. 최대한 아름답고 예쁘게 트리를 만들어 놓고 위쪽에는 별, 중앙에는 새빨간 양말을 달아 놓아야 한다. 양말에는 본인이라는 증거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머리카락, 손톱을 몇 개를 잘라 넣어두거라.
3. 집을 나가 밤 12시가 넘어 다음 날이 될 때 집으로 들어와야 한단다. 해가 지기 전까지가 기회란다. 다만, 현관문으로 들어오면 안 된다. 집에 굴뚝이 있다면 굴뚝이 가장 좋단다. 만약 집에 굴뚝이 없다면 창문으로 집을 들어가야 한다. 요점은 현관문으로 집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란다. 반드시 생체기 하나 없이 집으로 들어가야 한단다.
4. 집에 들어왔다면 피를 제물로 바치거라. 피를 바치지 않는다면 소원을 되돌려주지 않을 것이다. 피를 바칠 때는 절대로 비명을 질러서는 안 된다. 나쁜 아이가 된다면 산타는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단다.
5. 피를 양말에 넣고 노래를 부르거라. [대신주안을물선겐에들애는우는지버아할타산돼안면울돼안면울]. 반드시 신나게 불러야 한단다. 나쁜 아이가 된다면 산타는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단다.
6. 위의 절차를 정확히 했다면 원하는 소원을 정확하게 말한 뒤, 편안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거라. 착한 아이에게는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니.
그럼 메리 크리스마스!
할아버지.
만약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냥 죽게 해주세요.
(아파트 벽면을 확인하고 그만 절망했다.)
- dc official App
이해를 돕는 해석 1. 산타가 들어주는 소원은 일종의 저주받은 원숭이의 손. 매우 바쁜 사람이다보니 소원을 왜곡되게 해석한다. or 산타가 아닐지도 2. 승훈씨와 김민철은 산타의 편지를 읽어버렸다. - dc App
오 신박하니 재밌다 - dc App
소재도 참신하고 진짜 너무 맛있어요 ㅠ 시리즈물로 해주세여
고마워!!! - dc App
근데 하나만...(모르겠어서 그럼) 편지를 보는 게 왜 문제가 되는 거임??
1. 이 편지를 인식하고 나면 그때부터 단 하루 동안만 산타의 힘이 깃든단다. 힘을 받았다면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것이 이치니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생각은 하지 말거라. 부디 건투를 빈다. 산타(라는 이름의 무언가)의 저주라고 생각해주셈. 그 힘을 하루안에 쓰지 못하면 오체분시 되는거지 - dc App
ㅋㅋㅋ 글자 그대로 x된 거네
질문 썼던 유동임 항상 재미있게 보고 있음 앞으로도 잘 부탁함 그리고 ㄱㄱㅇㅇ 시리즈 계속 써주삼^^
끼야아아악 선배님 와이런걸 보내십니까 근데 저 아파트에 붙여놓은 거 살벌하네
붙어놓은거 뭐지
방범용 스파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