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식으로 처음 도전해보는 나폴리탄 괴담! 짜임새도 부족하고 글의 기교도 부족하지만, 그래서 더욱 고전 형식의 근무 수칙서를 버릴 수 없었습니다. 엉성하지만, 실제 근무 전 숙지하기 위해 읽는다 생각하시면 더욱 몰입되리라 믿습니다. ]
[ 부족하지만 즐겁게 감상해주시길 바랍니다. ]
------------------------------------------------------------------------------
본 지침서를 교부받았음에도 규율을 준수 혹은 이행하지 않아 발생하는 모든 신체적, 정신적, 종교적 피해를 포함한 모든 사항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며, 이를 지키지 않아 발생한 모든 사항에 대해 민,형사상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재판 및 종교재판에 회부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신체적, 정신적 피해에는 특히 '섬망 증상, 극심한 망상, 피해 망상, 조울성 장애, 해리성 인격장애, 환청, 감각 이상, 이인증 장애, 조현병, 우울 장애, 불안 장애, 자폐 스펙트럼 장애, 극심한 이명, 패닉, 환청, 망각, 간뇌계 이상, 심정지, 급성 신부전, 외상성 기흉, 패혈증성 쇼크, 부정맥, 방실블록의 전도 차단,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 장기 부전, 다발성 장기 부전, 일과성허혈발작, 원인불명의 뇌사상태'가 특히 빈발하며 그 외에 발생하는 단순한 외상 등이 포함됩니다. 지침서를 교부받지 못했거나, 교부받은 지 24시간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면 근로 계약의 일방적 파기, 동의하신 모든 내용의 철약청회가 가능하며, 이때 발생한 모든 손해는 호텔측에 있음을 명시하는 바 입니다.
위에 써져있는 필수 고지사항은 그냥 가볍게 읽어요, 알잖아요, 뻔한 거. 겁먹지는 말고요! 아무튼, 업무는 간단해요. 로비에서 방문 손님들에게 호텔 안내해드리기입니다. 정말로요!
특별히 어려운 업무는 없을거에요! 단순한 업무 반복이 뭐가 어렵겠어요.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적어 혼자 조금 심심할 수 있다는것만 빼면 말이죠.
아무튼, 밤늦게 오시는 손님들에게 방 안내와 예약 내역을 확인시켜드리는 게 주요 업무에요! 별거 없으니 본론부터 빠르게 설명드리도록 할게요!
가장 중요한건데, 객실을 내어드릴 때 주의할 점이 있어요! 201호는 스프링클러가 고장나서 수리중이거든요, 해당 객실을 원하시는 손님께는 다른 호실을 안내해드리면 돼요!
충분한 이유를 말하였음에도 201호만을 고집하시는 손님이 있으시다면, 데스크 아래 벨을 누른 후 해당 객실이 사용 가능한지 확인 중이라고 둘러대세요!
한두번 말고요, 정말 집요하게 201호실만 달라고 하면요. 벨 안누르면 반나절 가까이 실랑이를 벌일 수도 있을걸요.
듣기로는, 고집부리는게 지속되면서 점점 표정이 굳고, 어.. 무표정해지더니 이내 사람의 표정이 아닌것 같았다곤 하던데..
뭐, 실랑이의 끝이 손님이 201호를 포기하는거면 다행이죠.
아무튼, 벨만 누른다면 그 즉시 관할 교구에서 가장 가까운 사제 팀을 파견할것입니다.
아 그리고요, 201호를 요구하진 않겠지만, 언뜻 봐도 엄청나게 큰 키에, 챙이 굉장히 넓은 검은 모자를 쓴 창백한 얼굴의 여자 손님이 보이는 경우!
죄송해요, 벨이라도 눌러주세요!
호텔도 항상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것도 점점 방식이 교묘하게 발전해서 제지하기 어려워요. 대신 보안 책임자한테는 당신의 목숨값에 상응하는 징계를 꼭 내릴게요, 약속해요.
그러니까 눈도 못 감고 죽었다고 우리 괴롭히지 마. 애초에 그것이 들어온 이후라면 나도 살아있을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해당 경우에는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진 후 절차를 통해 유족에게 사망 순간까지의 근로 급여와 근로기준법에 따른 사망보험금이 지급됩니다.
그리고 음, 혼자 로비 데스크에 앉아있다 보면, 비상계단 쪽에서 간혹 찢어지게 높은 톤의 여성이 웃는 소리가 들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무시하셔도 됩니다. 비상구 문은 너무 낡았거든요.
그런데 비명과 같은 긁는 소리가 들리고, 한기까지 심하게 느껴진다면! 비상구 문이 살짝 열려있는지 가서 체크해봐야 해요! 문이 열려있으면 춥잖아요.
만일 비상구 문이 살짝 열려있다면, 살금살금 얼른 다가가서 문을 확 낚아챈다는 느낌으로 쾅! 닫아버리면 돼요. 조금 늦는다면 닫는데 힘이 많이 들 수도 있는데, 닫기만 하면 돼요!
어떠한 경우에도, 위에 묘사된 여성과의 상호작용은 금지합니다. 비상구 문을 닫는 와중에 문 너머로 그녀가 문을 잡아당기려는 모습이 보인다 하더라도요.
만일 비상구 문을 완력으로라도 닫는데 실패하였거나, 위에 묘사된 여성과 직접적 상호 작용을 유지한 경우, 해당 경우에는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진 후 절차를 통해 유족에게 사망 순간까지의 근로 급여와 근로기준법에 따른 사망보험금이 지급됩니다.
음.. 또 숙지해야할게 312호랑 409호 객실 두 호수인데, 마찬가지로 둘 다 별거 없어요.
312호는 손님을 받지 않아서 객실이 빈 상태인데도 꽤 자주 소리가 난다는 민원이 들어오거든요. 객실 내에서 무언가 자꾸 쓱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민원을 넣는데, 그게 거슬린다나 뭐라나.
그냥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민원을 거신 분께 조식 이용권을 제공해드린다고 하세요!
마지막은 409호인데, 간단해요! 최소 4인 이상의 가족 단위의 투숙객들만 해당 객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 준수하면서 손님을 받으면 돼요.
정말로 별거 없죠? 주요 업무들이 혹여 꺼림칙해도 대충 여기거나 미숙하게 준수하는 것, 혹은 정말 기재된대로 공사중인가를 확인하려는 등의 시도만 하지 마세요.
주요 업무는 여기까지고, 근무 교대와 보조업무인 로비 비품들 관해서 알려드릴게요!
교대하는 직원에게 호텔 마스터키와 투숙객 명단을 지급받으 실 수 있어요, 단! 꼭 넘겨주는 직원의 직원 명찰이 번들거리는 금빛 색상인지 확인하셔야 해요~!
슬쩍 넘겨보는데 명찰이 없거나, 금빛 색상이 아니거나, 직원의 얼굴이 사람이라기엔 조금 이질감이 들고 모호한 경우!
당황하겠지만 놀라거나 눈치 챈 기색을 최대한 덜 비추셔야 해요! 물품들을 인계받는 척만 하고 그 즉시 호텔 정문 후문, 비상구를 반드시 잠구기만 하시면 됩니다.
더이상 무언가가 들어올 수도, 나갈수도 없도록 말이죠.
그것이 또 어떻게 들어온 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건 그것이 하수인의 역할을 다 하도록 둬서는 안된다는 것 입니다.
Sigillum hoc loco prius quam plures nigrae satellites ingrediuntur.
그리고 호텔 로비 물품들이 바닥나는 경우가 종종 생겨요. 당황할 건 없어요! 지하 1층에서 가져다 채우기만 하면 끝이니까요.
지하로 내려가는 방법에는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저는 엘리베이터를 더 추천하는 편이에요! 빠르고 간편하잖아요.
계단은 아쉽다.
엘리베이터는 직원용과 승객용이 있어요! 로비 안쪽으로 들어오면 보이는 엘리베이터 두 대 중에서 왼 쪽의 것이 직원용, 오른쪽의 것이 승객용이에요!
간혹 직원용, 승객용이 아닌 제사용 혹은 제단용이라 적힌 엘리베이터가 목격된다는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해당 사안은 관할 교구선에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것을 확인, 교황청 본교회에 요청을 지원하여 대기중입니다.
승객용은 지상 1층 ~ 지상 5층까지 운행합니다
직원용은 지하 2층 ~ 지상 5층까지 운행합니다
로비에서 부족할만한 비품들은 다 지하 1층 비품창고에 있거든요. 지하 2층 창고는 가지 마세요.
지하 1층 창고는 호텔 주인께서 워낙 건물을 고풍스럽게 꾸미길 좋아하셔서 창고임에도 불구하고 아늑하고 우아해요. 비품들도 한 눈에 들어오는 곳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요!
e
간혹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을 누른 후 문이 열렸는데 바깥이 지나치게 어둡기만 하고 소름끼치는 경우가 있어요, 거긴 지하 2층이에요!
내리지 말고 문 닫힘 버튼을 간절히 누르면 다시금 정상작동 할 거예요. 절대, 무섭다고 소리를 내거나 버튼 누르길 포기하면 안 돼요!
[기록 파기] 한 경우, 지하 2층에 가게 될 수 있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에 지하 2층에서 최대한 돌아오는 법과 지켜야 할 규칙또한 적어놨답니다.
돌아오는 법은 일단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는거죠 뭐. 근데, 엘리베이터가 두 대가 있다면 반드시 오른쪽 걸 타야해요. 승객용 엘리베이터는 지하를 운행하지 않아요.
지하 2층에서요, 지나치게 낡거나 오래 된 호텔 직원복을 입은 무언가를 발견 및 조우하게 되는 경우, 조심스럽게 [초대 지배인의 성명]께서 찾으신다고 해보세요.
여기서 낡거나 오래 된 호텔 직원복은 절반 이상이 소실된 직원복/ 검게 빛나는 직원 명찰/ 검게 탄 것을 의미해요!
그것이 반응하기에 어처구니 없어할 경우, 당신과 마찬가지로 지하 2층에 잘못 온 경우에요! 더이상 겁먹지 않게 다독여준 뒤, 올라가는 계단을 찾으세요. 혼자서요.
그러나 [초대 지배인의 성명]을 듣자마자 시선이 당신에게 고정되거나, 이질감이 들 정도의 무표정을 짓는 경우, 지하 2층엔 오직 내려가는 길만 존재합니다.
해당 경우에는 면밀한 조사가 이루어진 후 절차를 통해 유족에게 사망 순간까지의 근로 급여와 근로기준법에 따른 사망보험금이 지급됩니다.
아 그리고, 도망치더라도 지하 3층에서 보이는 것들은 반드시 무시하셔야 해요! 그것은 아브라함 계통의 것들이며, 지하 3층은 없어요!
------------------------------------------------------------------------------
한 숨 돌리며 문이 막 닫히기 시작하는 엘리베이터 안쪽에 기대 앉는다. 문 너머로 점점 사라져가는 소름끼치는 어둠.
귀신이나 미신 같은건 아무래도 안믿는데 이곳은 왜인지 소름이 끼친다. 자꾸만 말이야..
그리고... 운도 지지리도 없지, 알바 타임이 야간 근무인것도 맘에 안드는데 고작 3일차에 로비 비품이 다 떨어지다니.
정말 운이 없는게, 비품이 다 떨어진것도 모자라 이 빌어먹을 호텔의 지하 2층에 온 상태였다.
그래도 뭐 다행히, 메뉴얼도 톡톡히 외워서 빠르게 대처도 잘 했고, 구식 직원복 입은 사람같은 건 못본거같긴 한데.. 그냥 기분이 나쁘잖아. 그런 항목이 있다는게.
그 순간, 본능적인 감이었을까. 미신따위 믿지 않는다만서도 내심 겁이 나 주머니에 구겨넣어뒀던 지침서를 황급히 꺼내서 읽기 시작한다.
...
...
씨발.
씨발.
직원용은.. 지하 2층부터.. 5층에... 왼쪽.
뭐야, 왜 지침서는 하난데 말이 달라?
나는 그제서야 내가 뛰어든 오른쪽 엘리베이터 내부가 어느새부턴가 새빨게져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 dc official App
ㄹㅇ개맛잇는데
개추를 벅벅
그러네 오른쪽 승객용인데 ㅅㅂㅅㅂㅅㅂ
드미트리스쿠 여사가 이젠 해외도 돌아다나보네 - dc App
아니 자꾸 별거아니라는데 존나 별거잖아요 ㅠ
나같으면 맨 윗 조항 어쩌구 본 직후 그대로 뛰쳐나갔다 ㅆㅂ.. 인생은 길다구
무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