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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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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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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


귓가에 울리는 시끄러운 기계음에 눈을 뜨려 애를 쓴다.

몇 번이고 집중하자 드디어 눈에 초점이 잡힌다.


마치 잠에 취한 듯 몽롱한 기분을 느끼며

주변을 둘러보니 그저 어둠뿐이다.

내가 입고 있는 헬멧과 옷이 얼마나 두꺼운지 팔은 물론이고 다리도 잘 움직일 수 없었지만 어떻게든 주변을 휘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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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이 아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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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있는 거 같지는 않다.

그저 앞서 정신을 잃고 있을 때 흘러가든 흐름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니면 그냥 멈추어 있거나.


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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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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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사실 주변이 너무나도 어둡고 옷이 너무 두꺼운 나머지 내가 움직이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그저 멈추어 있는 것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계속해서 울리는 기계음에 저도 모르게 손을 움직여 기계적으로 두꺼운 옷의 팔 부분에 매달린 디스플레이의 빨간 화면을 몇 번 두드리자 기계음이 사라진다


그저 보이는 것은 어둠과 저 멀리에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것 같은 점들 밖에 없다.


조금 더 팔다리를 움직여보려다 이내 포기하고는 곰곰히 생각을 해본다.


일단 땅을 딛고 서 있는 감각은 없기에 떠다니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자.

내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는 어렴풋이 짐작이 된다.


이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팔에 부착된 화면을 다시 보자 여러 형태의 아이콘 모양 중 헤드셋 모양의 아이콘이 보인다.

두꺼운 장갑의 끝 부분으로 두드리자 여러가지 이름들이 보이지만 모두 빨간색으로 칠해져 있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이다.

아니면 내가 까먹었거나.


어느쪽이든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그렇게 몇 분간 더 떠다니자 미칠 지경에 이르게 된다.

오직 들리는 소리라고는 헬멧에 울려퍼지는 나 자신의 거친 숨소리에

보이는 것은 그저 새까만 풍경이니.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기억 말고는 그 무엇도 떠오르지 않는다.

기억의 파편을 끌어모으자 나는 무언가 조사하기 위해서 이곳에 여러 사람과 오게 되었다는 것 정도를 유추해내었으나 그것이 전부였다.


이 망할 몽롱한 기분은 가시지도 않는다.


그렇게 정신 나갈 것 같은 와중 저 멀리 보이던 빛나는 것 같던 점들이 서서히 휘어지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뱅글뱅글 돌며 형상을 그리는 것 같은 느낌에 머리를 붙잡으려 했으나 그저 장갑이 머리의 헬멧 위를 미끄러질 따름이다.


이내 식은땀이 흐르고 헛구역질이 나온다.

저 혼자의 구역질 소리가 귓가에 울려퍼진다.


불길해 보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형상이 나를 바라보는 듯하다.


한도 끝도 없이 멀리에 있는 듯 하지만 어찌나 거대하던지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이건...

이건...

있을 수 없는...


나는 이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 팔다리를 휘저어 보지만 여기도 어둠 저기도 어둠 뿐이다.


나는 공포에 질려 소리를 꽥꽥 지르다. 


팔의 화면을 조작해 아무 버튼이나 누르다 산소통 제어 시스템에 접속한다.

나는 더 이상 이 상황을 버틸 수 없어 한 기체의 제어 농도를 높인다.

 

이내 잠기운이 나를 사로잡는다. 

여전히 광기에 사로잡혀 있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일이 잠자듯이 끝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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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도하고 있던 와중 순간 기시감이 찾아온다. 

나는 무언가를 깨닫고는 아차하지만 빠르게 잠에 든다.

나는 그저 이번이 끝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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