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시작)

아, 음.

변칙관리 기관 미국 텍사스 지부 노아입니다. 등급은 B입니다.

변수가 따로 없다면 이 영상은 인터넷 어딘가에 업로드 될 예정입니다. 어디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업로드 되는 과정 전체가 100% 랜덤으로 진행될 테니까요.

세계적으로 가장 큰 동영상 사이트일수도 있고, 어디 인터넷 강의의 전용 플레이어일수도 있고, 또는 포르노 사이트의 제목이 공란인 수상한 비디오가 될 수도 있겠네요.

흠. 취한 채로 말하는 거라 조금 내용이 오락가락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잡담은 그만 하도록 하죠.




우리는 실패했습니다.



그것들이 세상에 퍼지는 건 정말로 한순간이었습니다.

관리국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국가적 수단을 활용했지만….

마치 바퀴벌레가 핵폭탄에서도 살아남는 것처럼, 네. 끝까지 남아서 개체수를 늘려나갔습니다. 



감염은 순식간입니다.

그 어떤 전조현상도, 감염 시 증상도 없이,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비정상이 세상을 채워나갔습니다.

감염자 본인조차도… 자기가 감염됐다는 사실을 모를 만큼.


네, 가장 무서운 부분입니다.

이 망할 뇌속의 기생충이 무서운 이유에요.

반복해서 말하겠습니다. 감염자는 본인이 감염됐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곤충이 뇌를 조작한 결과입니다. 인식을 교묘하게 왜곡시켜, 본인이 '정상'이라고 느끼게끔 만들어 버립니다.

팔 하나가 사라졌는데, 모두 제자리에 있다고 착각합니다. 입 속에 뭔지 모를 해면체가 돋아나는데, 그게 일반적인 2차성징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달팽이 기생충 아십니까?

달팽이 몸 속에 들어오는 기생충은, 달팽이의 뇌를 파먹고 본인이 그 자리를 대체하죠. 그리고 달팽이는 그 사실을 모릅니다.

그저 좀비처럼,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하는 거죠.

그리고 그것은 인간도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한두번 뿌린 향수가 이내 그 향이 방 전체로 확산하듯,

기생충은 세상에 '확산' 했습니다.


하아…….

지금도 밖을 보기가 두렵습니다.

괴물들이 밖을 배회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무서운 건, 그들이 마치 '인간' 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겁니다. 물건을 사고, 돈을 내고, 노래를 듣고, 자동차를 운전합니다.

그러나 끔찍하게 변해버린 외형이, 그 일련의 행동 자체를 기괴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더 이상 살아있는 인간이 아닙니다. 뇌가 녹아내리고 그 공간을 기생충이 차지했는데, 어떻게 살아있다고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들 또한 저를 이상한 생물을 보듯이 대합니다. 몇몇은 저를 잡아 죽이려 했습니다. 망할. 도망치고 있노라면, 그들도 한때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됩니다.

아니, 그냥 저들을 인간이라고 인정하기 싫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두눈박이가 외눈박이 세상에서 정상 취급을 받을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정답은, 똑같이 한쪽 눈을 파내는 겁니다.

괴물들을 가장 근처에서 보고 알았던 저였기에, 저는 잘 압니다.

기생충은 딱히 기억을 조작하거나 하지는 않고, 오직 인식만을 변화시킵니다.

본인이 감염되지 않은 정상인이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게 기생충이 뇌에 끼치는 영향의 전부입니다.

그정도라면… 정말로 그게 전부라면…….



결단을 내리는 데엔 용기가 필요합니다.

불행히도 저는 겁쟁이라서, 알코올이라는 수단을 빌렸습니다.

이 영상을 업로드하는 과정을 마치면, 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저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저도 모르는 새에 괴물이 되어 있을 겁니다.

죽을 용기도, 그렇다고 괴물들에게 둘러싸여 홀로 살 용기도 없는 제가 선택한 차선책입니다. 하하….

이 영상은, 제가 그래도 한때 인간이었다는 표식일지니….

제게 마지막 남은 알량한 자존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서 말했듯, 이 영상이 어디로 업로드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숨어 살고 있는 또 다른 '인간'에게, 혹은 이미 감염된 '괴물'들에게 노출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괴물들이 이 영상을 보게 된다면, 그리고 혹시나라도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하다면, 부디 한번만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언제부터 우리 몸에 4개의 촉수가 돋아나 있었죠?

언제부터 우리가촉수 중 두개로는 땅을 딛고 서있고, 나머지 2개로는 물체를 조작했나요.

4개의 촉수에는 5개의 작은 돌기가 각각 붙어있고, 뭔가를 만지려 할때마다 꿈틀거리는 끔찍한 모습이, 언제부터 '정상'이었나요.

위화감을 깨달으세요.

우리 얼굴에 구멍은 또 왜이리 많죠? 정 중앙에 2개, 그 바로 아래에 큰 구멍이하나중앙위로는또유리체로채워진막힌구멍이두개

양 옆에 보이는 구멍은 왜 뚫려있는건데요. 거기로 노래라도 듣는 겁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언제부터 혈액을 순환시키는 그 기관이 가슴에서 두근거리고 있었나요.
언제부터 머리로 생각을 했었나요.

당신네들 외형만 변한거지, 교과서 내용은 그대로인데 왜 위화감을 깨닫지 못하는 거죠. 설마 그 기생충이 뇌와 심장의 인식마저 왜곡시켜 버린 겁니까?

하하…….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곳은 외눈박이들이 사는 세상입니다.

비정상이 너무 많이 퍼졌고, 정상이라는 지위는 이제 비정상으로 격하되었습니다.

비정상은 이제 정상입니다. 정상은 이제 비정상입니다. 그 관계가 역전된지는 오래입니다.

외톨이가 되고 싶지 않은 건 인간의 본능이기에, 자연스레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겁쟁이인 저라도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세상을 점령한 저 괴물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인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인간입니다.

(기록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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