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런던의 어떤 한 교차로 앞의 저택에 누군가 노크를 했다.

둔탁하게 울려퍼지는 문고리의 두드림이 저택안에 울려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주인이 문을 열었다. 그는 아침부터 머리가 멍하고 손이 아파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였다.

저택 앞 문 앞엔 중절모를 깊게 눌러쓴 키가 매우 큰 양복차림의 멀쑥한 신사가 서 있었다.


어찌나 중절모를 깊게 눌러쓴 것인지 정체불명의 신사의 이상할 정도로 커다란 입만 간신히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왠지 모를 섬뜩함을 느낀 집주인은 떨떠름하게 물었다.


"무슨일이오"


난데없이 약속이나 언질도 없이 찾아온 불청객이기에 마찰까지 생각했던 집주인은 의외로 정중한 목소리가 신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들었다.


" 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여러가지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현재는 상인으로써 이 문 앞에 당도하게 되었습니다."


말을 하며 신사는 짚고 있던 기다란 지팡이의 끝으로 자신의 어깨너머를 슥 가리켰다.

그의 어깨너머를 보니 매우 커다란 검은 마차와 마차 뒤에 연결되어 있는 검은 줄무니 천막으로 뒤덮여 있는 짐수레가 보였다.

이정도면 거리를 뛰어노는 호기심 많은 꼬마들이 와서 기웃거릴만도 하지만 거리를 지나치는 사람들은 아무런 것도 보지 못하였다는 듯이 지나칠 뿐이였다.


뭔가 꺼림칙하지만 집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 알겠소만 어찌하여 우리집에 오셨소? "



" 아하! 그것은. 이곳이 한눈에 보기에도.. 지불할 능력이 매우 커 보이더군요! 저희는 평범한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거든요 "


마을에서 제일 가는 부자로 알려져있던 집주인은 신사의 아첨에 굳은 얼굴을 조금 풀었다.


" 흠, 뭐 그러면 일단 들어오셔서 이야기를 하시겠소? "


집주인의 말이 끝나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신사는 냉큼 문지방 안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 감사합니다! "


이에 집주인은 불쾌한 느낌을 받았지만 다른 말을 꺼냈다.


" 저 마차는 저기에 그냥 세워두어도 괜찮은 거요? "

" 하하! 마차는 걱정하시 필요는 없습니다. "


그 말을 끝으로 신사는 마치 이 집 안에 와 본적 있다는 듯이 익숙하게 걸음을 옮겨 응접실로 들어갔고 집주인은 그를 따라갔다.


응접실 안에 앉자마자 신사는 입고 있는 외투의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불투명한 암흑으로 가득한 유리병, 녹색빛의 소라고둥, 낡은 잘린 토끼발 . 이후 무언가를 더 꺼내려 손을 집어넣어 들어올리다 도로 집어넣어버렸다.


그 찰나에 집주인은 마치 그것이 말라비틀어진 기다란 손가락처럼 보였다고 생각했으나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 생각하고 잊어버렸다.


그렇게 탁자에 늘어놓은 3가지의 물건을 바라보았다

신사가 미쳐 물건들에 대해 소개를 하기도 전에 무언가 알지 못할 이끌림에 따라 집주인은 손을 움직여 토끼발을 붙잡았다.


" 이것으로 하겠소 "

집주인의 급작스러운 행동에도 불구하고 신사는 당황하는 기색을 하나도 비치지 않은 채로 단숨에 나머지 물건을 쓸어 안주머니에 집어넣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 아하!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행운이 필요하실 경우에 오른손에 토끼발을 올리고 2번 뒤집으시면 행운이 찾아올 것입니다. 사실상 어떠한 불행이 닥쳐도 다시 행운으로 바꿀 수 있지요! 

하지만 주의하셔야 합니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필요하거든요 2번만 사용하시는 것을 추천드리지만 많아도 3번까지만 사용을 권장해드립니다 "


집주인은 놀라 입을 벌렸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였지만 왠지 모르게 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였다.


" 그..그러면 대금은 어떻게 지불해야 하겠소? "


" 이미 지불하셨습니다 나으리, 명심하십시오 3번입니다. 3번."


그 말을 끝으로 신사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집주인은 급히 뛰어 현관문을 열어보았지만 마차와 짐수레도 사라지고 없었다.


남은 것은 오직 거무스름한 잘린 토끼발 하나였다.

자신에게 일어난 소름끼치는 일에 집주인은 응접실의 한 서랍에 토끼발을 밀어넣었다.


그렇게 몇년의 시간이 흐르고 집주인도 토끼발에 대하여 잊어갈 쯔음 무렵,

집주인은 재산을 불리기 위해 선박의 항해에 큰 투자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번에 하는 투자는 계속된 투자의 실패로 거의 무너져가는 집을 되살릴 수 있는 기회였다.

그때 문득 집주인은 토끼발에 대해 떠올렸다.


응접실의 서랍을 뒤지자 저 깊숙한 곳에서 토끼발을 찾아내었다.

낡은 토끼발은 전에 보았던 것과 같이 똑같은 모습이였지만 어딘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위험한 느낌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미신 아닌가하고 생각하며 집주인은 토끼발을 손안에서 돌렸다.


그러자 마자 누군가 집의 문들 두드렸다.

열어보니 한 얼굴이 앳되어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잘 처주어도 겨우 청년이 되었을 법한 어린 사내가 서었다.


"안녕하십니까. 선박 투자를 하신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일단 그를 안으로 들여 집주인은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하는 와중에도 청년은 믿기 이상할 정도로 자신감을 뽐내며 자신을 어필하였다.


외관상으로 보기만 하면 그저 젊은 열기에 집어삼켜진 치기어린 들뜨기만 한 청년이었기에 집주인은 의심을 거듭했다.


이게 맞나?


수십번을 고민하던 그는 약간의 재산을 빼고 전재산을 털어 청년에게 투자했다.

크게 놀란 청년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여러번 인사를 하고 돈꾸러미를 쥐고는 쌩하니 문밖을 나섰다.


이게 과연 맞게 행동한 것인가 집주인은 머리를 감싸안았다.


그렇게 몇달이 지나기도 전 항해를 나갔던 선박이 되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어 집주인은 항구로 달려나갔다.


그곳에는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는 선원들과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청년이 있었다.


" 아하! 나으리 덕분에 성공적으로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여기 나으리의 몫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그렇게 그는 재산의 5배가 되는 재물을 얻을 수 있었다.

그제서야 집주인은 토끼발이 진짜라는 사실을 내렸다.


이제 남들 부럽지 않은 재산을 거머쥐게 된 집주인은 도박과 여자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가끔씩 크게 돈을 잃은 적도 있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토끼발이 있으니까!


그렇게 방탕한 삶을 살던 도중 그는 문득 자신을 노리는 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토끼발을 사용해 나타난 행운따위가 아니라 정말로 운이 좋아 발견하게 된 것이였다.


그가 도박판에서 적당히 잃고 일어나 집으로 가려 도박장에서 막 나온 때에 도박판에 그만 들고 다니던 지팡이를 두고 온것을 생각해 낸 것이였다.

그가 지팡이를 가지러 다시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기 직전 문 안쪽에서 흘러나오는 대화 소리가 그의 귓가를 사로잡은 것이였다.


도박꾼들이 모여 벼락부자가 된 그를 죽이고 재산을 훔쳐 달아난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지팡이를 회수할 생각을 하지도 못한 채로 집으로 급히 달려와 문을 잠그고 토끼발을 찾았다.

토끼발의 효력이 얼마나 갈지 어떻게 행운이 이루어질 지 몰랐던 그는 그저 토끼발만 붙잡고 벌벌 떨었다.


그리고 그날 밤 저택의 3층의 한 손님방의 옷장 안에 숨어있던 집주인은 날카롭게 깨지는 창문 소리를 들었다.

그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토끼발을 두번 뒤집었다.


그러자 창문을 넘어 2명의 남자가 들어오고 마지막으로 한명이 넘어오려던 그때 폭풍우가 내리는 밤, 빗물에 그는 발이 미끄러져 앞으로 넘어졌고 그대로 창문틀에 남아있던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그의 목을 꿰뚤어 피가 울컥 쏟아져 나왔다.


비현실적인 상황에 이미 저택에 침입한 두명의 남자는 놀랐지만 재수없는 우연으로 치부하고 자신의 몫이 늘어났다고만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한명은 일층을 다른 한명은 2층을 조사하기로 하곤 서로 나누어져 걸음을 옮기려 했다. 


2층을 다 조사하고 난간에 기대어 1층을 내려다 보자 역시 1층을 다 조사하고 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때 오래된 난간이 앞으로 기울어졌고 2층의 남자는 그대로 떨어져 1층의 남자와 부딛쳐 한 사람은 목뼈가 부러져 즉사를 하고 한 남자는 허리가 부러져 하반신에 마비가 왔다.


그렇게 피로 얼룩진 밤이 지나가고 집주인은 경관을 불러 일을 처리했다.

허리가 부러진 남자는 사실대로 죄를 실토해 사형 당하지는 않았지만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집주인은 점점 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람이 죽었지만 뭐 사실상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사람들이라 생각을 하니 별로 죄책감은 없었다


이 토끼발만 있으면 자신은 무적이였다!


그렇게 놀음과 여자에 몇달을 빠져살던 그는 요즈음 눈여겨 보던 여자가 생겼다.

그는 매우 아름다운 그녀에게 평생을 함께하자 결혼을 고백 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자신과 같은 벼락부자가 아니라 실제 귀족이였다.

알게 모르게 이미 뒷세계에서 도박과 여자로 소문이 퍼지던 그를 그녀의 가족은 싫어했으며 그녀도 별로 특별히 뛰어난 것이 없는 그를 원하지 않았다.


몇번의 고백이 실패로 돌아가자 그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집을 찾아갔다.

그는 거친 손길로 금고를 뒤져 토끼발을 꺼냈다.


그리고 손안에서 두번 돌렸다.


그로부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일은 벌어졌다.

그녀와 그의 가족이 여행을 떠나기 위해 배를 타고 가던 도중 큰 사고가 일어나 그녀의 가족은 행방불명이 되고 그녀만 겨우 살아돌아온 것이였다.


엎친데 겹친격으로 그녀의 집의 재산은 여러 사탕발린 말의 사기꾼들에게 넘어갔으며 그녀는 빈털터리로 노예로 팔려갈 처지에 놓였다.

그녀는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 그를 찾아가게 되었고 그렇게 둘은 결혼했다.


그리고 둘이 결혼하자.

그는 정신을 차린 듯이 도박과 여자를 끊고 착실한 남편이 되기 시작한 것 같았다.


나름대로 정신을 차린 집주인은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그의 기대에 부흥하듯 그가 투자해서 연 식당은 나날이 입소문을 타게 되었다.


그렇게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참한 아들이 한명 딸이 한명 태어났다.

더할 나위 없지만 집주인에게는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


이따금씩 저택에 작은 짐승의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였다.

..마치 토끼가 뛰어다니듯이.


그와 동시에 토끼발이 여기 저기 나타나기 시작했다.

분명 금고에 꼭꼭 넣어 두었건만 3일 뒤 살펴보면 금고방의 책장의 한 부분에서 엉뚱하게 발견되곤 하는 것이였다.


짐작가는 바가 있었지만 그래도 금고방 안에서 토끼발이 돌아다기니만 했기에 집주인은 토끼발이 있는 방의 문을 회반죽으로 덮어 그냥 벽처럼 보이게 만들고 사람들에게 3층의 출입을 금지하였다.


그러자 짐승의 발소리는 사라졌다.

대신 집주인도 듣지 못한 소리가 밤중에 3층에서 울려퍼졌다.

마치 무언가 갉는 듯한 소리였다.


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사각............


그렇게 몇년이 지났을까.

어느날 집주인의 아들이 뛰어 놀던 와중 응접실에서 아빠와 귀족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넘어지며 음식들이 놓여져있던 테이블보를 잡아당겼고 한 귀족의 영애가 음식들을 뒤집어쓰는 참사가 발생하였다.


집주인은 불같이 화내며 아들을 혼냈다.

아들은 울면서 저택 너머 안쪽으로 달아났다.


집주인은 혀를 차며 도망가는 아들을 내버려두고 상황을 수습하기에 바빴다.


한편 한참을 달리며 달아난 아들은 이내 정신을 차리자 자신이 3층에 서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이 사실을 깨달은 순간 아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만약 이 사실을 자신의 아빠가 알게 된다면 더욱히 자신을 혼낼 것이라 생각하며.

그렇게 층계를 내려가려는 찰나.


어두운 복도 저 끝에서 토끼 한마리가 보였다.


..

.

.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른다. 단지 아이가 사라진지 몇시간 지나지 않아 저택은 통째로 사라졌으며

그 마을의 어떠한 사람도 그 저택을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집주인 혼자서만 그 집터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그는 집터를 허망한듯이 울부짖으며 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듯이 돌아다니다가 땅에 난 작은 굴을 보았다.


그는 그 굴을 보자마자 미친 사람과 같이 땅을 헤집었다.

밤이 되고 폭풍우가 몰려와 비가 줄기차게 쏟아져 그가 파내려가는 구덩이에 썩은 물이 차오르기 시작해도 그는 땅을 파내려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찾아내었다.


번개가 내려치며 주변을 일순간 환히 물들이자

그의 손아귀에 검게 물든 토끼발을 쥐어져 있는 것이 드러났다.


미친 사람과 같이 중얼중얼 거리던 집주인은 토끼발을 손에서 두번 굴렸고 집주인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

.


마치 오늘인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교차로 어디선가 신사가 걸어왔다.

그는 소름끼치게 웃으며 땅에 저 혼자 덩그러니 떨어진 토끼발을 들어올려 안주머니에 집어넣었다.


" 그러게 3번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


마차 소리와 함께 신사는 안개 너머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