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친구들과 내기를 했다

5명이 돌아가면서 빨간 펜으로 이름을 적고 가장 먼저 죽는 사람이 지는 내기다

빨간 펜으로 이름을 적는다고 죽진 않겠지만 당시에 우리는 재미로 그런 짓을 했던 것 같다.


첫 번째 차례는 민경이

민경이는 자기 노트에 커다랗게 빨간 글씨로 이민경이라고 적었다

야 재수 없게 왜 그래.” 민경이는 자기 노트 표지에 <이름이 적히면 반드시 죽는 노트>라고 적었다

얘들아, 이런 걸 적는다고 죽겠어? 내일은 너희 차례니까 알아서들 해.”

그렇게 민경이는 집에 가는 길에 차에 치여 죽었다.


우리는 조금 당황했다. 빨간 펜으로 이름을 적은 게 유효했던 걸까

, 그런 건 다 우연이지.” 

우리 중에 가장 용감한 인정이는 민경이 노트를 펼치고 빨간 펜으로 이름을 적었다

내일 두고 봐. 나 멀쩡히 살아나올 거니깐.” 

인정이는 다행히 다음날 학교에 출석했다

그러나 한 달간 시름시름 앓더니 사망했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인정이는 원래부터 지병을 앓았다고 한다. 갑자기 지병이 악화된 것이라고 한다.


세 명이 남았다. 미경이는 그만하면 안 되겠냐고 했다.

옆에 있던 승철이가 촐싹거리며 말했다

, 민경이는 사고사, 인정이는 병사잖아. 노트에 이름을 적어서 죽은 게 아니라 원래부터 죽을 운명이었다고.”

그러면서 승철이는 민경이 노트를 펼치고 빨간 펜으로 미경이 이름을 적었다

다음날 미경이는 스스로 숨을 거뒀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미경이는 원래부터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친구들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 거라 한다.


두 명 남았다.

승철이도 이제는 심각한 표정이었다

승철이는 갑자기 화를 냈다이깟 노트가 뭐라고. 날 빡치게 해.” 

승철이는 숨을 격하게 들이쉬며 민경이 노트를 펼치고 빨간 펜으로 이름을 적었다

그날 밤 승철이네 집에 불이 났다

승철이네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원한을 산 모양이다.


나만 남았다

나는 민경이 노트를 펼치고 멍을 때리고 있었다

친구들은 빨간 펜으로 이름을 적어서 죽은 걸까

아니면 <이름이 적히면 반드시 죽는 노트>에 이름을 적어서?” 

아니다. 상식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다. 친구들은 원래부터 죽을 운명이었던 거다.’ 

그 순간 뒤에서 이명이 들려왔다

다섯 번째 차례는 민석이.” 

나는 민경이 노트를 펼치고 빨간 펜으로 이름을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