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만 말하자면, 그러네요."
"왜죠?"
"뭐가요?"
"뭐냐니, 그러니까... 왜 이게 현실이 아니라는 거죠?"
"연구 결과가 그렇습니다."
"연구 결과요?"
"네. 저번에 저희 팀이 맡았던 프로젝트가 뭔지 아십니까?"
"그건... 관측 가능한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 가능성에 대한 연구 아니었나요?"
"정확히 기억하시네요. 제가 프로젝트 끝난 이후로도 따로 연구해봤거든요."
"......"
"...제가 원래 이런 거에 흥미가 좀 있어서요."
"알겠어요. 그래서요?"
"그래서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연구 결과 이 세계는 현실이 아닙니다."
"아니, 그니까... 하. 그럼, 현실이 아니면, 이 세계는 뭔가요?"
"우선 '현실'이 뭔지부터 정의해 보자면, 지성체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창작 활동의 산물이 아닌..."
"알겠으니까, 뭔지나 말해줘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네?"
"이 세계가 어떤 유형의 것인지는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소설, 만화, 영화, 게임, 가상현실, 시뮬레이션, 또는 대본이나 시나리오, 심지어는 단지 누군가의 상상에 불과할 수도 있죠."
"그걸 확인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 그러니까 이 세계가 어떤 유형의...? 것인지?"
"솔직히 말하자면 거기까진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이 세계가 현실이 아니란 사실을 알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라고 생각해서... 누구에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곧장 연구실에서 뛰쳐나와 버렸거든요."
"그래서 갑자기 탕비실에 들이닥쳐서는 다짜고짜 저에게 이 세계는 현실이 아니라고 말하신 거고요?"
"네.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서 회의실부터 들렀는데, 이 시간에는 회의가 없는 모양이더군요."
"그거참... 다행이네요."
"그래도 대단하지 않나요? 소설 속 등장인물이 자신이 만들어진 캐릭터라는 걸 인지했다고 생각하면 신기하지 않습니까."
"엄청나죠. 그야 이 우주 전체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폭탄 발언을 하셨는걸요. 아니, 그 전에 어떻게 알아낸 거에요? 이 세계가 현실이 아니라는 걸."
"노트에 증명 과정을 필기한 게 있긴 한데, 제가 워낙 악필이라 알아보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뭐, 천재는 악필이라고들 하니까요. 놀랍지도 않네요."
"그럼 간단한 테스트로 이 세계가 현실이 아니란 걸 증명해 봐도 될까요?"
"테스트요? 네, 뭐 좋아요. 궁금하네요."
"첫 번째 질문. 당신의 이름은?"
"제 이름요? ...이게 그 테스트에요?"
"그렇습니다. 본인의 이름을 말해보세요."
"그야 제 이름은..."
"..."
"......어라?"
"거봐요."
"뭐야. 왜 이러죠? 제 이름은... 모르겠어요, 기억이 안 나요."
"'설정'해 두지 않은 겁니다."
"뭐요?"
"작가라고 해야 할지, 감독이라 해야 할지... 어쨌든 이 세계를 만든 인물이 거기까지 설정해 두지 않은 거겠죠. '우리가 만나서 대화를 한다'는 상황 설정만 만들고 우리의 이름은 따로 정하지 않은 겁니다."
"이럴 수가..."
"두 번째 질문. 당신은 저를 만나기 전까지 뭘 하고 있었나요?"
"...저요? 저는 피곤해서 잠깐 커피라도 마시려고 탕비실에..."
"그 전에는?"
"그 전? 그 전엔 연구실에서..."
"그 전에는?"
"......"
"오늘 몇 시에 출근했죠? 이 연구소에는 언제, 어떻게 들어왔나요?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 학창 시절 누구와 친하게 지냈고, 자신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부모님이 누구인지는 기억하나요?"
"......"
"오늘이 며칠인지는 아십니까?"
"......아뇨."
"이걸로 증명됐습니다. 이 세계는 현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애초에 만들어진 시점도 꽤 최근인 것 같군요. 이렇게 많은 부분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은 걸 보면."
"잠시만...머리가 좀 아파서."
"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신나서 혼자서 떠들어버렸네요. 생각보다 진지하게 들어주셔서... 솔직히 헛소리라고 흘려들으실 줄 알았습니다."
"이미 증명 당했는걸요. 방금 그 테스트로. 반박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하지만 테스트 전에도 제 말을 안 믿는 것처럼 보이진 않으셨는데요."
"그쪽은 천재니까요. 괴짜 끼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연구소장이 애지중지할 정도의 천재라면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것도 당연하겠죠. 그리고 그 정도의 천재가 하는 말이라면 믿기 힘들어도 믿어야지 어쩌겠어요."
"...혹시 화나셨습니까?"
"화났냐고요? 아니요, 그냥 좀 허무하네요. 전 제가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이 연구소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름조차 설정되지 않은 걸 보면 지나가는 엑스트라쯤 되나 보죠?"
"그 부분은 이해합니다. 이름조차 없는 캐릭터로 남는다는 건 조금 서운할지도 모르겠네요. 누구한테 서운해야 할지도 알 수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일로 머리 싸매고 고민하기도 지치네요. 이야기가 완결나면 이 세계가 멸망하는지 어쩐지는 몰라도 전 그냥 가서 하던 일이나 계속할래요."
"완결...이라."
"아, 그리고 되도않는 충고일 수 있지만. 아무튼 이런 얘기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미친놈 취급받든, 듣는 사람이 미쳐 날뛰든 둘 중 하나일 거에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내일 봬요. ...그때까지 제가 제정신을 유지한다면 말이에요."
"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
"......"
"혹시 외부 세계에 계신 분들? 보고 계신가요?"
"이 세계가 어떤 형태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소설이든 영화든 이 세계를 관찰하는 제3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뭐, 단지 누군가의 망상일 뿐이었다면 좀 안타깝겠지만."
"어찌됐건, 외부 세계에서 저를 지켜보는 관찰자가 존재한다면 제 얘기를 들어주십시오."
"방금 저희의 대화를 들었다면 아시겠지만, 저는 이 세계가 현실이 아니란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과연 당신들은 어떨까요? 여러분은 자신의 세계가 현실이라고 확신하십니까?"
"'액자식 구성'이라는 연출 기법이 존재하죠. 제가 이야기 속 인물이라고 해서 여러분이 현실의 존재라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여러분도 이야기 속의 인물일 뿐이고, 저는 이야기 속 이야기의 인물일지도 모르는 일이죠."
"잘 생각해 보세요. 나는 누구인지, 내 주변인들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는지."
"혹시 모르잖습니까? 단순히 기억이 안 나는 게 아니라 '설정'되지 않은 걸지도."
"왜죠?"
"뭐가요?"
"뭐냐니, 그러니까... 왜 이게 현실이 아니라는 거죠?"
"연구 결과가 그렇습니다."
"연구 결과요?"
"네. 저번에 저희 팀이 맡았던 프로젝트가 뭔지 아십니까?"
"그건... 관측 가능한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 가능성에 대한 연구 아니었나요?"
"정확히 기억하시네요. 제가 프로젝트 끝난 이후로도 따로 연구해봤거든요."
"......"
"...제가 원래 이런 거에 흥미가 좀 있어서요."
"알겠어요. 그래서요?"
"그래서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연구 결과 이 세계는 현실이 아닙니다."
"아니, 그니까... 하. 그럼, 현실이 아니면, 이 세계는 뭔가요?"
"우선 '현실'이 뭔지부터 정의해 보자면, 지성체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창작 활동의 산물이 아닌..."
"알겠으니까, 뭔지나 말해줘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네?"
"이 세계가 어떤 유형의 것인지는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소설, 만화, 영화, 게임, 가상현실, 시뮬레이션, 또는 대본이나 시나리오, 심지어는 단지 누군가의 상상에 불과할 수도 있죠."
"그걸 확인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 그러니까 이 세계가 어떤 유형의...? 것인지?"
"솔직히 말하자면 거기까진 알아보지 않았습니다. 이 세계가 현실이 아니란 사실을 알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라고 생각해서... 누구에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곧장 연구실에서 뛰쳐나와 버렸거든요."
"그래서 갑자기 탕비실에 들이닥쳐서는 다짜고짜 저에게 이 세계는 현실이 아니라고 말하신 거고요?"
"네.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서 회의실부터 들렀는데, 이 시간에는 회의가 없는 모양이더군요."
"그거참... 다행이네요."
"그래도 대단하지 않나요? 소설 속 등장인물이 자신이 만들어진 캐릭터라는 걸 인지했다고 생각하면 신기하지 않습니까."
"엄청나죠. 그야 이 우주 전체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폭탄 발언을 하셨는걸요. 아니, 그 전에 어떻게 알아낸 거에요? 이 세계가 현실이 아니라는 걸."
"노트에 증명 과정을 필기한 게 있긴 한데, 제가 워낙 악필이라 알아보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뭐, 천재는 악필이라고들 하니까요. 놀랍지도 않네요."
"그럼 간단한 테스트로 이 세계가 현실이 아니란 걸 증명해 봐도 될까요?"
"테스트요? 네, 뭐 좋아요. 궁금하네요."
"첫 번째 질문. 당신의 이름은?"
"제 이름요? ...이게 그 테스트에요?"
"그렇습니다. 본인의 이름을 말해보세요."
"그야 제 이름은..."
"..."
"......어라?"
"거봐요."
"뭐야. 왜 이러죠? 제 이름은... 모르겠어요, 기억이 안 나요."
"'설정'해 두지 않은 겁니다."
"뭐요?"
"작가라고 해야 할지, 감독이라 해야 할지... 어쨌든 이 세계를 만든 인물이 거기까지 설정해 두지 않은 거겠죠. '우리가 만나서 대화를 한다'는 상황 설정만 만들고 우리의 이름은 따로 정하지 않은 겁니다."
"이럴 수가..."
"두 번째 질문. 당신은 저를 만나기 전까지 뭘 하고 있었나요?"
"...저요? 저는 피곤해서 잠깐 커피라도 마시려고 탕비실에..."
"그 전에는?"
"그 전? 그 전엔 연구실에서..."
"그 전에는?"
"......"
"오늘 몇 시에 출근했죠? 이 연구소에는 언제, 어떻게 들어왔나요?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 학창 시절 누구와 친하게 지냈고, 자신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부모님이 누구인지는 기억하나요?"
"......"
"오늘이 며칠인지는 아십니까?"
"......아뇨."
"이걸로 증명됐습니다. 이 세계는 현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애초에 만들어진 시점도 꽤 최근인 것 같군요. 이렇게 많은 부분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은 걸 보면."
"잠시만...머리가 좀 아파서."
"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신나서 혼자서 떠들어버렸네요. 생각보다 진지하게 들어주셔서... 솔직히 헛소리라고 흘려들으실 줄 알았습니다."
"이미 증명 당했는걸요. 방금 그 테스트로. 반박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하지만 테스트 전에도 제 말을 안 믿는 것처럼 보이진 않으셨는데요."
"그쪽은 천재니까요. 괴짜 끼가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연구소장이 애지중지할 정도의 천재라면 일반인이 이해하기 힘든 것도 당연하겠죠. 그리고 그 정도의 천재가 하는 말이라면 믿기 힘들어도 믿어야지 어쩌겠어요."
"...혹시 화나셨습니까?"
"화났냐고요? 아니요, 그냥 좀 허무하네요. 전 제가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이 연구소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름조차 설정되지 않은 걸 보면 지나가는 엑스트라쯤 되나 보죠?"
"그 부분은 이해합니다. 이름조차 없는 캐릭터로 남는다는 건 조금 서운할지도 모르겠네요. 누구한테 서운해야 할지도 알 수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일로 머리 싸매고 고민하기도 지치네요. 이야기가 완결나면 이 세계가 멸망하는지 어쩐지는 몰라도 전 그냥 가서 하던 일이나 계속할래요."
"완결...이라."
"아, 그리고 되도않는 충고일 수 있지만. 아무튼 이런 얘기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미친놈 취급받든, 듣는 사람이 미쳐 날뛰든 둘 중 하나일 거에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내일 봬요. ...그때까지 제가 제정신을 유지한다면 말이에요."
"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
"......"
"혹시 외부 세계에 계신 분들? 보고 계신가요?"
"이 세계가 어떤 형태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소설이든 영화든 이 세계를 관찰하는 제3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뭐, 단지 누군가의 망상일 뿐이었다면 좀 안타깝겠지만."
"어찌됐건, 외부 세계에서 저를 지켜보는 관찰자가 존재한다면 제 얘기를 들어주십시오."
"방금 저희의 대화를 들었다면 아시겠지만, 저는 이 세계가 현실이 아니란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과연 당신들은 어떨까요? 여러분은 자신의 세계가 현실이라고 확신하십니까?"
"'액자식 구성'이라는 연출 기법이 존재하죠. 제가 이야기 속 인물이라고 해서 여러분이 현실의 존재라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여러분도 이야기 속의 인물일 뿐이고, 저는 이야기 속 이야기의 인물일지도 모르는 일이죠."
"잘 생각해 보세요. 나는 누구인지, 내 주변인들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내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는지."
"혹시 모르잖습니까? 단순히 기억이 안 나는 게 아니라 '설정'되지 않은 걸지도."
현실이 아니란걸 안것도 작품의 내용 아닐까?
그래 내가 고졸무직백수일리가 없지 설정일뿐이야
영화 13층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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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봤네 글쓴놈인데 영상 만들면 링크좀 주십쇼 나도 궁금혀
scp 중국지부 이야기부문 같네 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