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내 생일인만큼 특별한 요리를 만들기로 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식재료들로 이루어진 요리이니 아주 특별한 요리가 되겠지. 앞으로도 잊기 힘들테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엄마, 여동생, 남자친구, 학창시절 친구들, 늘 살가운 이웃 아주머니 아저씨 부부, 평소에 밥을 챙겨줘서 그런지 나를 잘 따르는 동네 길고양이와 그 고양이가 이듬해 봄에 낳은 귀여운 새끼들까지.

모두들 진심으로 내게 소중한 것들인데, 막상 그 결과물은 예상했던것보다 영 별로여서 실망이 크다. 내 생일날만큼은 운이 따라줘도 좋았을텐데. 요리 준비를 하는동안 집안은 엉망이 됐고 시계를 다시 보았을 때 내 생일은 이미 한참 지나고도 남았다. 요리는 다 완성됐지만 역한 냄새가 온 집안 곳곳의 얼룩진 벽지에, 그리고 누런 장판에 스며들었다. 거기다 음식을 함께 나누며 내 생일을 축하해줄 사람들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이걸 고려했었어야 하는데 요리 생각에 몰두해서 그러질 못했다.

하지만 내게는 아직 한 사람이 남아있다.

내가 어렸을 적 엄마와 갈라선 아빠가 있다. 아빠는 엄마와 얘기하지 않지만 나와 내 여동생하고는 늘 얘기하셨다. 아빠라면 내 전화 한통에 달려오겠지. 비록 내 생일은 이미 지났지만 아빠와 함께라면 뒤늦은 생일 축하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려 자식까지 둔 아버지가 여전히 밉고 원망스럽지만 그래도 내 생일을 축하해줄 자격은 아버지에게도 있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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