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다녀녀까?” “잘 먹니다.” 

악마상점에 다녀온 이후 형의 상태가 이상하다

우선 말할 때 특정 부분을 반복하고 빼먹는다

신기한 점이 있다면 나를 제외한 가족들은 형의 말을 잘 알아듣는다는 점이다

처음엔 내 귀가 이상한 줄 알았다

하지만 어젯밤 일로 확실히 형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어젯밤 짐승 우는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다

고개를 돌려보니 형이 내는 소리였다

형은 자신의 얼굴을 뜯는 시늉을 하며 짐승 소리를 내고 있었다

형은 자신이 묘사한 악마의 모습을 따라 하려는 것 같았다

얼굴에 생긴 상처, 무너지는 언어를 보며 언젠가부터 부모님도 형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나는 형이 이상해진 이유를 안다

악마상점에서 책을 봤기 때문이다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책상에 앉아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되짚어 봤다

처음에 우리 집 앞으로 전단지 두 장이 떨어졌다

하나는 악마상점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천사병원 것이다

그러고 보니 천사병원 전단지를 어디에 뒀더라.’ 

나는 책상에 쌓인 책들을 헤집었다

그리고 천사병원 전단지를 찾았다

천사병원 전단지에는 악마상점의 문제점과 부작용 치료법이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미리 자세히 봤다면 형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저번에 전단지를 보며 형이 했던 말이 사실이 되었다.

 

어차피 두 곳 다 유혹을 참아야 하는 곳이라면 삶에 도움이 되는 악마상점을 가는 편이 낫지 않겠냐? 악마상점에서 벌을 받는다고 해도 병원에서 치료받으면 그만이잖아.”

 

치료를 위해 토요일에 형을 데리고 천사병원에 가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 형이 말했다

진혁아, 저편에 간다면 나는 먹이.” 

이제 형의 언어는 이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무래도 잘자.”라는 말이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형도 잘자. 내일이면 병원에 가는 거야.”

그날 밤도 형은 짐승 소리를 내며 악마 흉내를 내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형이 사라졌다

깜짝 놀란 나는 집안 곳곳을 뛰어다니며 형을 찾았다

하지만 거실에도 화장실에도 어디에도 형은 없었다

밖으로 나간 흔적도 없었다

다만 형의 자리에는 인형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이건 저주다. 누군가 형에게 저주를 내린 게 틀림없다.” 

나는 마음을 차분히 하고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형이 규칙을 어겼든 사라졌든 해결법은 하나다.’ 

그렇게 생각하며 천사병원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준비를 마치고 택시를 잡았다

천사병원으로 가주세요.” 

, 손님.”

그날따라 구름이 잔뜩 낀 것이 을씨년스러웠다

뭔가 이상했다. 아무리 계속 이동해도 천사병원은 나오지 않았다

기사 아저씨 얼마나 걸려요?” 

“...” 

택시 기사는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택시 기사의 머리가 갈라지며 갈라진 틈새 사이로 음성이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네 형은 먹이가 되었다. 인형의 저주를 받은 사람은 행방이 묘연해지는 것이 아니다. 악마의 세계에 던져져 먹이가 되는 것이다.” 

악마다.’ 나는 숨을 죽이고 자는 척했다

악마와 얽혀서 좋을 건 없다.’ 

내가 무시하니 악마는 한층 더 성을 내었다.

 “네 형은 먹이가 될 것이다. 형을 찾고 싶다면 악마상점으로 와라. 천사병원은 네게 재앙 위의 재앙이 될 것이다!!” 

나는 무시하고 자는 척했다

악마는 힘차게 화내며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가 얼마나 시끄러운지 택시가 흔들릴 정도였다

흔들린다. 누군가 내 몸을 흔들며 깨웠다.

 

손님 일어나세요. 곤하게도 주무시네.” 

나는 흠칫 놀라며 잠에서 깼다

여기가 어딘가요?” 

도착했습니다. 손님.” 

나는 엉거주춤 택시에서 내렸다

택시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전단지에 쓰인 대로 천사병원은 악마상점 바로 옆에 있었다

나는 천사병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천사병원에 들어가니 간호사가 체크리스트를 주었다.

나는 체크리스트를 작성했다.

 

체크리스트)

환자의 성함 : 최승혁

환자의 나이 : 24

환자는 어떤 상태에 놓여있습니까?

악마의 신체를 사용하여 저주에 걸림. 또는 그런 상태.

저주품의 저주를 받음. 또는 그런 상태 □√

악마상점에서 제시한 룰을 어기고 저주를 받음. 또는 그런 상태.

환자를 악마상점에서 데려왔습니까? X

환자와 동행인은 신의 존재를 믿습니까? O

사인 최진혁 : 성명 최진혁

 

체크리스트를 다 작성하고 제출하니 간호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인형의 저주는 예후가 좋지 않다는 모양이다

나는 의자에 앉아 대기하다가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제2치료소로 들어갔다.

 

2치료소 의사는 눈이 여러 개 달린 괴물 같았다. 의사가 입을 열었다.

돌아가십시오.”

?”

당신이 무엇을 찾으려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돌아가십시오. 대가는 무겁습니다.”

제 형을 찾아야 합니다. 대가가 무거워도 상관없습니다.”

 

의사의 눈이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좋습니다. 대가는 당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보물입니다. 당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보물은 무엇입니까?.”

나는 잠시 고민했다.

재물 아닐까요?”

좋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재물은 언제든 다시 쌓을 수 있습니다.”

 

재물이 아니라면 추억일까.

그렇다면 5살 때 형이 밟은 제가 키우던 데이지꽃일까요?”

오랫동안 마음에 쌓아두고 계셨군요. 하지만 이제 데이지꽃은 없습니다.”

 

나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제 가족일까요?”

좋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당신은 당신의 가족을 챙길까요?”

재물도 추억도 가족도 내 가장 소중한 보물이 아니다.

 

나는 무의식중에 의사를 쳐다보았다.

의사 앞에는 거울이 놓여있었는데 거울 테두리에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고 적혀있었다.

난 생각에 잠겨 거울을 골똘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알아냈다.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대가가 무겁다고 하셨군요.”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제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바로..”

 

나는 제2치료소를 나와 대기하다가 간호사의 호출 소리에 제7치료소 문 앞에 섰다

형과 부모님께는 죄송하다

하지만 형을 살리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나는 제7치료소 문을 두 번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소리와 함께 제7치료소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