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탁탁탁!


눈이 내리는 어두운 밤의 도시.

누군가 달리고 있다.


아니, 쫒긴다는 표현이 올바르다.

그는 쫒기고 있었다.


딸랑... 딸랑...


그의 뒤에서 들려오는 종소리.

마치 허공에서 들려오는 듯한 종소리가 그를 쫒고 있었다.


'분... 분명히 잘 지켰는데!'


그는 모든 수칙을 완벽하게 지켰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저 뒤에서 쫒아오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분명 뭔가 추가된 수칙은 없었는데?'


수철은 당황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실종 사건이 일어나는 날이다.


당연히 평범한 크리스마스는 아니다.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수 백에 달하는 사람들이 실종된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말이다.


몇십 년 전 만 해도 수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실종되었다지만, 다행히도 크리스마스 수칙이 발견되면서 실종자는 백의 자리 까지 줄어들게 되었다.


지금은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크리스마스 수칙을 외우고 있다.

유치원 때 부터 배우는 것이니까 말이다.


크리스마스 수칙은 이러하다.






*

1.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울면 안된다.

그것은 울음을 매우 싫어한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울음이 허용된다.


2. 지인들 끼리 주고 받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크리스마스가 아닌 다른 날에 주면 안된다.

이 신성하고 친밀한 행위는 오직 크리스마스 당일에만 행해져야 한다.


3. 크리스마스 이브,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웬만하면 선행을 베풀어라.

선행을 베풀면 베풀 수록 그것이 당신에게 직접 찾아갈 확률은 줄어들 것이다.


4.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역사적으로, 크리스마스 트리는 선물을 두는 곳이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당신을 보호할 것이다.

크리스마스 양말을 걸어 놓는 것 또한 방법이지만, 선물이 양말 보다 크면 선물을 넣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두어라.

선물을 둘 곳이 없게 되면 그것은 당신에게 직접 선물을 주려 할 것이다.


5. 그것은 전지全知하다.

그것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 거짓말은 가장 큰 죄악이다.

그것을 속이려 시도한다면 곧바로 알아챌 것이다.


6. 만약 당신이 혼자 있는데 무언가 딸랑 거리는 방울 소리가 난다면 절대 뒤를 돌아보면 안된다.

당신이 위의 수칙을 정상적으로 지켰다면 그것은 당신에게 관심이 없을 것이며 그저 다른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러 가는 길일 것이다.


6-1. 허나, 당신이 어떠한 방법으로도 방울 소리가 들리는 곳을 쳐다본다면, 그것은 당신을 향해 매섭게 쫒아올 것이다.

어느 저명한 과학자가 말하길, 그것의 속도는 초속 2000km이라고 한다.


7.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반드시 눈이 온다.

그런데 그 눈의 입자가 자신이 알던 것 보다 크고, 맛이 달콤해 더 먹고 싶다면, 그 충동을 무시하고 즉시 입을 행궈야 한다.

그것은 눈이 아니며, 조금이라도 이 과정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당신은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마음 껏 눈을 먹자.


8. 크리스마스 이브의 오후 11시에서 크리스마스 당일 오전 1시 사이에 절대 실외에 있으면 안된다.

반드시 실내에 있어야 하며 만약 외부에 있어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주변에 수북히 쌓인 눈 더미 속으로 들어가라.

눈 더미는 당신이 숨을 수 있을 정도로 클 것이다.

눈은 순수를 상징하며, 1시간 정도 당신을 지켜줄 것이다. 1시간을 버티는 것은 본인의 역량에 달려있다.


9. 그것은 크리스마스 당일 00시부터 선물을 배달하기 시작한다.

선물은 당신이 마음 속으로 원하던 것 중 하나를 줄 것이다.


9-1. 그러나 선물로 '생명' 을 원한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그것의 속도는 약 초속 2000km이다.


10. 크리스마스에는 눈사람 만드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크리스마스에 내리는 눈이 특별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곱씹어라.


*






자신은 분명 저 수칙들을 완벽하게 지켰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주변의 지인들과 선물을 주고 받지 않고 가족들 끼리 모여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같이 했다.


매일 아침마다 집 주위의 쓰레기를 주워 거리를 깨끗하게 했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다가오자 혹시라도 울 수 있으니 감동적인 영상이 나올 수 있는 유튜브와 sns를 일체 하지 않았다.

물론 집 밖에도 나가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만들어 거실에 놓고 방에 들어가 문을 잠근 후 잠에 들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당일이 되었고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딸랑 딸랑.


저 방울 소리가 따라온다.


크리스마스 수칙 그 어느 곳에서도 방울 소리가 따라온 다는 말은 없었다.

게다가 그것의 속도는 매우 빠르다.


사람이 달리는 속도 따위는 순식간에 따라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저 방울 소리는 계속 나를 따라오고 있다.


소리가 가까워지지도, 느려지지도 않았다.


'조금만... 조금만 있으면 크리스마스가 끝난다...!'


힐끗. 손목에 찬 시계를 봤다.

12시가 되기 직전이다.


12시가 지나면 이번 크리스마스는 끝나게 된다.

그러니까.


딸랑 딸랑.


조금만 버티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며 눈 오는 거리를 달렸다.


11시 59분.

'1분.... 1분 남았다! 1분만 버티면 크리스마스가 끝나!'


희망이 생긴다.


진짜로. 진짜로 조금 남았다.


그리고.


11시 59분.


....


0시.


딸랑 딸랑....


크리스마스가 끝났다.

그와 동시에 방울 소리도, 한 순간에 사라졌다.


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가 대자로 누웠다.

"헉... 헉... 진짜로 죽는 줄 알았네."


어째서 방울 소리가 자신을 따라왔는진 모른다.

아마 발견되지 않은 수칙인 듯 싶었다.


나는 입을 닫은 채로 숨을 골랐다.

이러면 매우 숨이 차지만 눈을 먹으면 안되니까.


....

어두운 밤 하늘에서 흰 눈이 내리는 것이 보인다.

새하얗고 차가운 눈들이 내 몸을 덮는 게 느껴졌다.


새하얀 눈들은 생각보다 딱딱했으며 왜 인지 눈이 몸에 닿자 기분이 좋아졌다.


....

....

....


....아.


음....


하하.


아무래도 새롭게 지켜야 할 크리스마스 수칙이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나는 얼굴을 하늘로 향하게 한 채로 입을 벌렸다.

달콤한 무언가가 입 안에 퍼졌다.


눈이지만, 눈이 아닐 그것.

나는 그 중독될 것만 같은 것을 즐기며 서서히 눈을 감았다.


알아차린다는 게 이런 거였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또 하나 알아차린 게 있다면.

눈이 아니었어도 자신은 이렇게 되었을 것이라는 것.


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