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덜덜 떨린다.
치아 부딪히는 소리가 뇌까지 닿는다.
눈은 두건으로 가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기억을 잃기 전까지 시부야 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곳이다.
“히야” 소리가 사방에서 들린다.
갑자기 누군가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도련님, 두건을 벗겨드리겠습니다.”
갑자기 시야에 빛이 들어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눈을 깜빡이며 주위를 둘러보니 일본풍 저택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일본풍 저택의 정원에 있다.
그리고 내 뒤로는 문이다.
뒤로 보이는 문으로 달아나고 싶었지만 내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한 여인이 내 앞으로 다가와 절을 한다.
“지금부터 도련님을 위한 제사를 시작하겠습니다.”
딸랑딸랑.
발목에 방울을 찬 여인이 저택에서 하나둘씩 튀어나왔다.
원을 그리며 기묘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스즈오 나라세 스즈오 나라세 에라바레타 모노와 다레”
그런 문구를 외며 빙글빙글 돌고 있자니 한두 명씩 걸러져 옆으로 섰다.
그 여인들의 방울에선 딸랑딸랑 소리가 나지 않고 덜그럭덜그럭 소리가 났다.
걸러진 여인이 5명이 됐다.
여인들은 무릎을 꿇었다.
내 뒤에서 덜컥 문이 열렸다.
사무라이 장수가 칼을 들고 저벅저벅 여인들을 향해 다가가더니 그대로 5명의 목을 차례대로 베기 시작했다.
나는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더 참혹한 미래가 다가온다는 걸 알지 못했다.
장수가 여인 5명의 피를 받더니 내게 절한 여인에게 피가 담긴 양동이를 건넸다.
여인은 다시 내게 와서 “드시옵소서.” 말했다.
내 얼굴이 굳어 있자 장수가 내 입을 억지로 벌렸다.
나는 인간의 피를 벌컥벌컥 마셨다.
나는 피를 반쯤 토해냈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다.
하지만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의식은 계속되었다.
이번에는 불을 든 여인들이 저택에서 튀어나왔다.
장수는 정원 가운데 나무토막을 쌓고 기름을 부었다. 기름 냄새가 역겨웠다.
불을 든 여인들은 빙글빙글 돌며 “히니 테라사레타 모노니 히카리 아리”라고 외워댔다.
그러곤 소맷자락에서 칼을 꺼내 자해하기 시작했다.
몇 바퀴 돌더니 갑자기 두 여인이 비명을 질렀다.
한쪽 여인은 몸이 붉게 물들었다.
몸이 붉게 물든 여인은 정원 가운데 나무토막으로 돌진하더니 불의 연료가 됐다.
다른 쪽 여인은 몸이 푸르게 물들었다.
몸이 푸르게 물든 여인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불을 든 여인과 방울 달린 여인이 일제히 정원에 서서 박수를 쳤다.
그 순간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가 저택에서 들려 나왔다.
마네키네코였다. 그것도 엄청나게 커다란 마네키네코였다.
마네키네코는 몸이 푸르게 물든 여인을 바라보더니 쥐를 잡아먹듯 여인을 잡아먹었다.
여인을 잡아먹은 순간 불이 꺼졌다.
어둠 속에서 마네키네코는 조금씩 형체를 바꿔나갔다.
마침내 마네키네코는 거울이 되었다.
거울이 나를 비췄다.
나는 사람이다.
방울 달린 여인과 불을 든 여인이 다시 춤을 추며 “카미사마 오이데쿠다사이”를 외쳤다.
절을 한 여인도 다시 내게 절을 하고 “오시옵소서.” 말했다.
나는 거울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떴다.
내 몸에 비늘이 나 있었다.
깜짝 놀란 나는 거울을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떴다. 내 얼굴이 도마뱀 얼굴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몇 번 눈 깜짝할 새 나는 용이 되었다.
여인들이 자지러졌다. “후케츠나 카미다” “불결한 신이다.”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장수는 내 앞에 고고히 섰다.
지금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장수는 단칼에 내 목을 베었다.
그대로 내 목은 항아리에 담겼다.
항아리에는 용의 신으로 담근 술이라는 종이가 붙었다.
장수가 머리 위로 항아리를 들고 외쳤다.
“우리 쇼군의 무덤에 놓을 신이 한 명 더 늘었다. 7명의 신을 놓으면 쇼군이 안심하시고 눈을 붙이실 거다. 5번째 신을 잡았다.”
모두 기뻐하는 눈치였다.
바닥에 쓰러져 우는 이도 있었다.
술에 담긴 나는 아직 의식이 있었다.
신은 목이 잘려도 죽지 않는다.
쇼군을 지키는 신으로서 영원히 쇼군과 함께 무덤에 있을 것이다.
왜 ㅈㄴ 기괴하냐 일본풍이라 그런가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