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dcinside.com/board/napolitan/10608?headid=&recommend=&s_type=subject_m&serval=%EC%8B%A4%EC%9D%B8%EC%A6%9D

안면실인증이 있는데 인생이 나폴리탄이다 - 나폴리탄 괴담 마이너 갤러리

난 얼굴로 사람을 구분할 수가 없고 기억도 못함중딩때 엄마 손 잡고 찾아간 정신과에서 의사가얼굴 인식이란게 원래도 맥락효과를 좀 받긴 한다고 걱정 말라고 했는데검사 좀 받고나서 경계선 지능장애 수준으로 세부형태 지각능

m.dcinside.com




이거 쓴 놈임. 일하다가 갤 들아오니까 이게 시리즈가 되어있네

학과장새끼가 니들만큼만 부지런했으면 난 진작에 집에서 따뜻한 치킨에 캔맥 즐기면서 갤 보고 있었을텐데

씨발 사실 그 새끼가 괴이가 아닐까? 씨발새끼



난 랩에서 햄스터 쳇바퀴 굴리느라 정신이 없고.. 대회나 구경하러 온건데

거진 일주일만에 들어오는데 오자마자 관련글이 있으니까 묘하네

뭐 내가 이제와서.. 대가리 굴려가면서까지 쓸 썰은 없고



설명이나 좀 해줄까

이게 병명이 왜 안면'실인증'인지 알고있냐?

실인증이 그거임. 감각기관은 멀쩡한데 뇌가 작살이 난거임

그래서 말그대로 인지를 잃는거야. 실인.

보는데 보고있지 않은거라고 해야하나.



이 병이 좀 중증인 사람들은 사람에게서 연속성을 못느껴

무슨 느낌인지 알겠냐? 이건 면상을 뭉개서 보는 병이 아니야

잘보는거야. 너무 잘 보는거지.

원래 무언가를 인지할 땐 주요 정보를 뽑아내 통합하고 스키마와 대조.. 그런식이라고 들었는데

안면인식장애는 보는게 너무 많아서 본인들이 뭘 보고 있는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런 느낌이래. 의사가 그러더라고.



눈이 두개잖아? 코는 하나고 입이 그 밑에 있는데... 아니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거냐?

씨발 솔직히 내 무슨 부분이 얼마나 장애인지 내가 어떻게 알겠냐. 이미 평생을 이러고 살고있는데.

의사가 말한게 잘 기억이 안나는데, 도식이 없댔나.

유구한 표상이 없다고 해야하나.




예를 들어서 니들 책상 위에 사과가 있다고 쳐봐.

근데 너네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햇빛에 살짝 더 익었어. 좀 더 빨개진거지

그럼 그건 여전히 사과야?

사과겠지. 너네한테는. 왜냐하면 너희는 사과를 RGB값으로 기억한게 아니니까.

사과의 무엇이 됐던간에, 그게 사과라고 생각하게 할만한 요인이 있었겠지만, 예를 들어서 색이나 형태나 꼭다리나 향이나 굴곡이나 그런거,

근데 너흰 그걸 일일히 다 재서 사과를 판단한게 아니잖아? 적어도 내가 알기론 그래

사과는 장파장을 더 많이 반사하니까 내 각막의 성능을 고려할 때 이론적으로 가능한 시각적 RGB 범주가 어쩌고.. 이 지랄 안하잖아

뭔가 사과에 대한 이미지나 스키마 그런게 니들 뇌에 있겠지. 이건 난 잘 모르겠으니 대충 넘어가자.



내 경우에는, 너네랑 다르게 나는 사과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어.

정확히는 사과가 있긴 한데.. 그게 사과가 아니야.

왜냐하면 봐봐,

아침이랑 RGB값이 다르잖아. 사과가 아니야.

어제 없던 흠집이 있잖아. 사과가 아니야.

내 기억보다 꼬다리가 더 잘렸잖아. 사과가 아니야.

내 세상에는 사과 같이 생긴 많은 과일들이 있지만 사과는 없어.

근데 의사가,

그 존나게 많은 사과 조무사들 중에서 진짜 사과는 단 하나뿐이고,

그 사과는 계속 사과일거래. 그게 맞는거래. 그게 원래의 세상이래.



이야ㅋㅋ 내 세상에선 내가 예전에 갖은 애를 써서 사과라고 인식해 놓은 것조차도

누가 한입 먹었거나 좀 쪼그라졌거나 하면 사과가 아니게 되는데,

너흰 사과가 계속 사과인 세상에서 살고있는거야.



여기서 저 사과를 가족 얼굴이라고 치환하면 안면실인증이 좀 이해가 되려나.



앞머리가 눈썹을 가려서 형태가 달라보여. 그럼 내 엄마가 아니야.

그늘진 곳에 들어왔더니 피부질감이 달라졌어. 그럼 내 동생이 아니야.

오늘따라 입술이 좀 부어있어. 그럼 내 아빠가 아니야.

살이 살짝 빠져서, 혹은 조금 쪄서, 눈이 감겨있어서, 피부가 좀 가무잡잡해져서, 지금 내가 보는 저 사람들은 아까의 내 가족이 아니야.



이런식이라더라.

이 과정을 싹 다 인식한채로 살아가는건 당연히 아니지만

아무튼 내 뇌는 그렇게 굴러간댄다.

너무 세부적으로 인식하는 반면에 정보를 제대로 종합하지는 못해서

결과론적으로는 아무도 못 알아보는거지.



상담에서 제일 많이 하고 많이 들은 말이 연속성이었어.

그런거 많이 듣지 않냐, 학부 때 철학 교양 같은거.. 요즘은 없나

하여간 거기서 인간의 연속성 운운하고 그러잖아. 방금 전의 너와 지금의 너는 무엇이 다른가, 그 둘은 정말로 같은 인간인가. 무엇이 그 둘을 계속해서 같은 인간으로 존재하게 하는가.

없어. 적어도 외적인 부분에선.

너는 어제 미용실에 갔지, 그럼 너는, 나한테 네가 아니야.

너는 지금 눈을 조금 크게 떴지, 이제 내 세상에서 너는 네가 아니야.

내 세상에서 너를 너로 존재하게 하는건 시공간적 맥락이랑

옷 스타일, 주로 차는 시계.. 뭐 그딴것 뿐이야.



이게 안면실인증의 작동 방식이야.

좆같이 답답하지 당연히. 눈코입 다 보이는데 나도.

보이는데 어쩌라고, 그게 무슨 표정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

'입꼬리가 올라갔으면 웃는 거예요', 근데 애초에 내 뇌는 입꼬리 올라간 너를 더이상 너로 인식하질 않는다잖아.

우리가 지금 면대면으로 보고 있었다면, 그랬으면 이딴 말도 안하고 있긴 했겠지만,

너는 사실상 매 초마다 없어졌다가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는거나 다름이 없었을거야. 적어도 시지각상으로는.



그래서 내가 다른 단서에 더 의존하는거야, 목소리, 소지품 이런거..

면상에 대한 정보가 좆같이 쓰잘데기 없는 정보니까.



이해가 됐을지 모르겠네 내가 글을 잘 못써서

하여튼 이래서 안면인식장애 있는 인간들이 눈코입 다 잘 보는데도 사람 계속 착각하는거야

어차피 모든 사람이 시각적으로 무한히 비연속적이라면

연두색 마티즈 끌고 다니는 곱슬머리 여자가 우리 엄마가 아닐 이유가 없다는거지, 안그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