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네가 여길 왔다는건 수능을 망쳤기 때문이겠지?
당연한 거지만, 나도 그랬어.
근데 이미 지난건 후회해 봐야 소용없어.
앞으로 많이 바빠질거야.
지금 아마 수능 망쳐서 심란할텐데 이제부턴 정신 똑바로 차려야해.
그래도 다행인점은 이제 수능 때문에 우울해지진 않을거야.
수능 그딴것 보단 일단 사는게 훨씬 중요 하잖아?
아마 한달 뒤 쯤엔 수능 점수도 기억 안날걸?
대신 3수는 해야될거야.
여기선 도저히 공부를 할 수가 없거든.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노력해봐.
잘하면 탈출까지 가능할지도 몰라.
일단 여기서 지켜야 할 규칙을 알려줄게.
아침 식사는 빠지지 마.
아침 식사는 주말이든 공휴일이든 오전 7시 30분 이거든?
아무리 피곤해도 이건 지켜야해.
수위가 출석체크할때 꼭 정신차리고 대답 잘 해야한다.
아침식사는 이곳의 주인이 너의 생사와 탈출 유무를 확인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너가 오지 않으면 그가 직접 찾아 갈거야.
참고로 이곳의 주인이 직접 찾아간 녀셕들중 아직까지 살아있는 놈은 없어.
한명이 꽤 오래 버텼는데 결국 자살하더라.
그 녀석도 우리가 손과 발을 움직이지 묶어 놓지 않았더라면 그날 바로 죽었을거야.
걔를 묶었을때 날 처다보던 눈빛은 지금도 잊지 못해.
걔를 살릴려고 한건 내가 아직까지 후회하는 일 중 하나야.
넌 나 같은 실수 하지말고 편안히 보내 줘라.
가끔 이곳의 수위가 밤에 불시로 점검을 올 때가 있어.
그거 막아 본다고 문을 잠궈도 소용없어.
걔한테 마스터 키가 있거든.
애초에 잠그는것 자체도 허락되지 않았고, 최악의 경우 이곳의 주인이 직접 올거야.
그러니까 9시가 되면 무조건 불은 꺼놔야해.
그때까지 불을 켜놓으면 무조건 들어오거든.
그래도 다행인게 걔 몸무게가 좀 많이 나가서 여기까지 올때 계단소리가 꽤 크게나서 사플만 잘하면 딱히 문제 없어.
그냥 올라오는거 같으면 눈감고 누워있으면 돼.
그렇다고 방심은 하지마.
가끔 들어와서 안나갈때가 있어.
아마 우리가 진짜 자는지 확인하는거 같아.
그러니까 방심하지말고 내려가는 소리까진 듣고 눈을 떠야해.
가끔 문닫는 소리만 듣고 눈 떠버리는 멍청이 들이 있는데 수위가 문만 닫고 안나갈때도 있어.
그때 왠지 싸해서 실눈뜨고 확인한게 아니라면 아마 이런 것도 못 썼을거야 ㅋㅋㅋ.
그 새끼들은 너 잡는데 진심이야.
어차피 할것도 없는데 그냥 9시반 전에 자.
실수로 불을 켜놓은 날은 어떡하냐고?
그냥 누워서 눈감고 마음속으로 존나 빌어라.
그날 수위가 기분이 좋으면 그냥 넘어갈 때도 있고 추궁해도 공부하고 깜빡 잠이 들어버렸다고 하면 웬만하면 넘어가 주니까.
근데 한두번 그런게 아니고 분위기도 안좋으면 그냥 죄송하다고하고 반성의 의미로 손가락 2개 드리겠다고 해.
새끼 정도는 없어도 살만해.
수위가 깔끔하게 잘 잘라서 죽지는 않을거야.
여긴 총 3마리의 고양이가 있어.
검정색, 하얀색, 노란색.
각자 이름이 있긴한데 그냥 안햇갈리게 색으로 외우는게 편할거야.
노란 고양이는 친해지면 너한테 잘 대해 줄거야. 먹을걸 주기적으로 줘서 호감작 해놔.
참고로 애네들 츄르 같은건 안먹고 무조건 생고기만 먹는다.
어차피 여기서 돈쓸일도 없으니까 쓸데없이 돈 아끼지 말고 지하에 있는 마트에서 고기사는데 써.
근데 그렇다고 그 고기를 너가 먹는건 추천 안해.
난 그 고기를 뭘로 만드는지 봤거든.
ㅅㅂ 여기서 나오는 고기 전부다 저기서 사는거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
먹어본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오늘 봐버렸어.
그냥 먹어라 어차피 뭐라도 먹긴 해야 하니까…..
암튼 호감작만 충분하면 그 고양이가 방에서 뭐가 나오던지간에 다 해결해 줄거야.
검정과 하얀색 고양이는 모두 인간을 좋아해.
다만 검정은 너가 소고기를 좋아하듯 인간을 좋아해.
귀엽다고 함부로 쓰다듬지마.
걔가 쓰는 화장실에서 제일 많이 보이는게 손가락이니까.
또 걘 창문을 열어놓은 방에 몰래 들어가는걸 좋아해.
우리방은 10층이여서 못 들어올것 같지만 창문을 열어놓으면 걘 들어올 수 있어.
걔입장에선 냉장고가 열려 있는거랑 똑같으니까 주의하고.
어느날 걔가 좀 커진 것 같아도 너무 신경쓰지마.
어차피 늦었어.
일주일 내로 소화가 다 되면 원래 크기로 돌아 갈거야,
흰색 고양이는 그냥 보통 고양이야. 걘 쓰다듬던 안아주던 뭘 해도 상관없어.
근데 너무 정을 주지는 마.
내가 있는 동안만 흰색 고양이가 7번 바뀌었어.
흰색 고양이가 바뀐뒤 처음 보는 고기가 있다 싶으면 안먹는걸 추천할게.
먹어도 상관 없긴 한데, 그냥 먹지마.
너가 한곳에 너무 오래 앉아 있는경우 방에있는 화장실에서 탁탁 거리는 이상한 소리가 들릴 때가 있을거야.
그럼 빨리 뛰어서 변기 닫고 물 내려라.
긴가 민가 해도 그냥 해라.
그리고 다시 한번 그소리가 멈췄는지 확인해봐.
너가 충분히 빨랐으면 이제 그건 갔을거야
만약 이랬는 데도 소리가 계속 들리고 점점 커지는것 같거나 늦게 알아서 소리가 이미 존나 크게 들릴때는 그냥 그날 다른방가서 자거나 노란 고양이 불러라.
걔 사람말 알아 들으니까 알아서 잘 해결해 줄거야.
호감작 잘 안된거 같아도 일단 말은 해봐.
걘 진짜 착해서 최악의 경우가 거절이야.
다른 방에서 몰래 자는건 꽤 수위한테 걸리면 너뿐만 아니라 너 친구까지 위험하게 만드는거니까 넌 옷장에서 자야해.
수위가 불시 검문을해서 너가 없는건 알아도 어디있는지는 모르게.
그럼 넌 그냥 탈출 처리될거고 적어도 너 친구는 안전할거야.
그 상황이 되면 8번 항목을 참고해.
아 그리고 화장실에 그것들은 너가 자고있으면 아무런 해를 끼치지 못하니까 걱정마.
애초에 너가 자고있으면 굳이 오지도 않을거야.
무슨일이 있어도 바닥에서 자지마.
너가 바닥에서 자면 침대 밑 그것들과 눈을 마주칠 수 밖에 없어.
사실 이건 내가 처음 왔을 때는 없었던 건데, 1번의 그 사건 뒤로 생겨 버렸어.
그 뒤 점점 늘어나서 지금의 수준 까지 와버렸어.
이것들은 너와 눈을 마주치길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떨어진 물건을 줍다가도 마주칠 정도로 널 계속해서 쳐다보고 있어,
사실 이게 노란고양이 호감작을 해야하는 결정적인 이유인데 충분히 친해지면 얘가 알아서 그걸 치워줘.
그것과 눈이 마주쳐도 노란 고양이 한테 바로 가면 문제되지 않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떨어진 물건을 주울때는 눈을 감고 주워.
자꾸 침대 밑으로 너 물건이 들어갈텐데 그거 침대 밑 걔가 한거 맞아.
하여간 어떻게든 너도 꼬실려고…….
침대 밑에 들어간건 그냥 침대에 엎드리고 아래로 손넣어서 찾아.
그럼 눈 마주칠 일이 없어서 안전해.
다만 손에 뭐가 닿을 수도 있긴한데, 건강에 해는 없을거야.
못하겠으면 노란 고양이한테 부탁해.
걘 존나 착해서 이런것도 들어줄거야.
아 근데 혹시라도 니 룸메가 갑자기 없어졌다면 노란 고양이 부른 다음에 침대 밑 확인해 봐라.
그중 니 룸메 얼굴이 보인다면 포기하고 치워 달라고 해.
어차피 치워도 곧 다시 생길거야.
거기에 없다면 혹시 모르니까 옷장이랑 서랍도 잘 뒤져 보고.
여기 올때 전자기기 다 냈지?
안냈으면 지금이라도 휴지로 잘 두른 다음에 공용 쓰레기통에 넣어라.
어차피 여긴 전파도 안터져서 뭐 할 수 있는것도 없어.
시발 나도 이번에산 인강 하나도 못 들었어.
그거 존나 비싸던데.
너가 아무리 물건을 잘 숨기더라도 포기해.
전자기기의 액정은 너가 평소 볼 수 없던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주거든.
그걸 보는건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닐거야.
여기까지 읽으면서 대충 느꼈을 수 도 있는데 생각해보면 1번은 규칙적인 식사, 2번은 규칙적인 수면, 4번은 주기적인 스트레칭,
6번 전자기기 사용 금지 등 좀 억지 같긴해도 공부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유도하고 있어.
그러니까 여기 써있는 규칙 말고도 대충 공부에 방해 될 것 같은 행동은 하지말도록해.
사실 5번에서 언급한것 처럼 애들이 가끔 서랍에서 발견 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아직 나도 몰라.
다만 그렇게 된 사람들은 전부 공부라고는 해본적도 없는 양아치들 이었기 때문에 그냥 공부에 방해되는 어떤 행동을 했다고 추측할 뿐이야
이제 탈출에 대해 말해줄 차례네.
미리 말하지만, 난 탈출을 권장하지 않아.
여기서 살아남기가 쉬운것은 아니야.
원래 여긴 30명 넘게 있었는데 이제 말할 줄 아는놈은 3명 밖에 없어.
하지만 넌 이미 규칙에 대해 많이 알고 있잖아?
우린 처음에 아무것도 몰랐어.
즉 좀 빡세긴 해도 규칙만 잘 지키고 1년만 있으면 충분히 나갈수 있어.
실제로 301호 그녀석은 폰 꽁쳐놨다가 그것들을 봐 버린 뒤로 탈출을 포기했어.
하지만 물론 난 탈출할거야,
이 개같은 곳에서 더이상은 버티지 못 하겠거든.
어차피 이대로 가면 난 미쳐버릴거야.
사실 그래서 그냥 죽을려고 창문을 열어 놨었어.
근데 그날 수위하나가 이곳을 나가 더라고..
아무도 안쓰는 야외 수영장이 왜 있는건가 했는데 그 수영장에 들어가자 마자 없어지는걸 내 눈으로 확인했어.
물론 거기를 지키는 수위가 한둘이 아니라 몰래 들어가긴 어려울거야.
그러니까 난 여기서 거기까지 뛰어 내릴려고해.
이 편지를 읽고 있다는것은 내가 성공했든 안했든 탈출을 시도 했다는거겠지?
제발 성공했기를 바란다.
너도 조금 힘들겠지만 잘 버텨봐.
넌 그 좆같던 입시도 잘 견뎠잖아.
이 편지를 다 읽은 나는 불현듯 오늘 아침에 본 것이 떠올랐다
“아 어쩐지”
“수영장 물이 빨간색 이더라”
마지막까지 완벽하다 - dc App
ㄱㅅㄱㅅ
하얀고양이가 맛있고 노란야옹이가 친절해요
ㅋㄱㄱㄱㄱㅈㄱㅈㄱㅈㄱㄱ아 이런것만 잘 생각해진짜 - dc App
이거폰으로못보네 ㅜ
엥 진짜 폰으로 보면 좀 잘리네. 몰랐는데 고맙다
와 나도 재수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이런주제로 글 엄청썼는데 이런 주제가 올라오네. 뭔가 친숙하고 꿈의 실현같은느낌이라 좋다 ㅋㅋㅋ 잘썼음 ㅋㅋㅋ결말까지 깔끔 하다 재수학원에서 막나온 입장으로서 고증 개잘했다는 생각드네 - dc App